애마도 ‘자외선 차단’ 필수
미네랄 성분이 많은 생수 등은 냉각수로 금물이다. 일요신문 DB
사람만 더위를 먹는 건 아니다. 자동차 부속품 중 상당수도 열에 민감하다. 한 예로 내비게이션의 경우 고온에 장시간 방치하면 메모리칩이 오작동하거나 배터리 과열로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
휴가 여행 중 자동차를 일정 시간 이상 노상에 주차하게 될 경우 그늘진 곳이나 햇빛의 반대 방향에 세우는 게 원칙이다. 어쩔 수 없이 직사광선 아래 차량을 주차할 때에는 햇빛가리개나 신문지를 이용해 유리창을 덮어주면 차량 내부가 과열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주차 차량의 내부 공기가 순환되도록 창문을 1~2㎝ 정도 열어두는 것도 실내온도를 낮추는 방법이다.
만약 차량의 ‘체온’을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차량 내부의 ‘위험물질’을 밖으로 가져가야한다. 일반적으로 외부 기온이 30℃인 장소에서 햇빛 아래 차량을 3시간 이상 방치할 경우 실내온도는 60℃까지 올라간다. 특히 앞 유리창 바로 아래쪽의 대시보드는 80℃ 가까이 가열된다. 흔히 습식 사우나의 내부 온도가 50~70℃ 정도인 걸 감안하면 얼마나 실내가 달궈지는지 알 수 있다. 외장형 내비게이션 배터리, 일회용 가스라이터, 마시다 만 물병이나 음료수 용기 등 고온에서 폭발할 위험성이 있는 물품은 사전에 밖으로 치워둬야 한다.
2. 에어컨은 강-약 순으로
무더위 속에 주차되어 있던 자동차에 탈 때 습관적으로 에어컨 스위치에 손이 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데워진 실내 공기를 먼저 외부로 내보낸 뒤 에어컨을 켜는 게 냉각효과도 훨씬 크고 경제적이다.
최근 자동차 관련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에선 ‘창문을 이용한 실내온도 낮추기’ 요령이 한창 퍼지고 있다. 열의 대류현상을 이용한 방식으로, 운전석이나 조수석 중 한 곳의 창문만 열어놓은 뒤 반대편의 창문을 대여섯 차례 내리고 올리는 것을 반복하면 데워졌던 내부 온도가 빠르게 외부 온도만큼 낮아진다는 것. 실제로 이런 방식을 활용해 어느 정도 체감 효과를 봤다는 게 체험자들의 전언이다.
차량 내부 환기를 마친 다음 에어컨을 켤 때는 3~4단의 높은 강도로 시작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냉각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일단 더위가 가시고 나면 1~2단으로 낮춰도 냉각효과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팁 하나. 아무리 덥더라도 목적지에 도달하기 2~3분 전에는 에어컨을 끄고 운행하는 것이 차량과 탑승자의 ‘건강’에 유익하다. 에어컨을 끄면 에어컨 증발기에 내부와 외부 온도 차이로 인해 물방울이 생겨나는데, 이 물방울에 먼지가 엉켜 곰팡이와 냄새를 유발한다. 하지만 에어컨을 미리 끄고 주행하면 증발기에 맺힌 물방울이 차량이 달리는 동안 증발해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운전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한두 해마다 한 번씩 에어컨 냉매를 습관적으로 바꾸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에어컨 냉매 가스는 여름마다 교환·보충할 필요가 없는 반영구적인 물질이다. 충격이나 사고로 관련 부품이나 이음새가 파손되지 않는 한 냉매 가스가 새는 일은 거의 없다. 정기적으로 냉매 가스를 교환하는 것은 불필요한 낭비인 셈이다.
3. 짠물은 냉각수로 노~
냉각수는 부동액과 물로 구성돼 있다. 일반적으로 5 대 5 혹은 4 대 6의 비율로 혼합해 사용한다. 안전운행을 위해선 정기적으로 냉각수의 양과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점검방법은 간단하다. 후드를 열어 냉각수 보조탱크 옆에 표기된 ‘F’(Full)와 ‘L’(Low)자 사이에 냉각수가 채워져 있으면 정상 상태다. 냉각수가 ‘L’자 밑으로 내려갈 경우 기존의 냉각수를 완전히 빼내고 새 냉각수로 채워 넣어야 한다.
냉각수를 점검할 때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은 안전이다. 작동 중인 냉각수는 엔진의 열기를 고스란히 받아들여 무척 뜨겁다. 시동을 끄고 엔진이 완전히 식은 후에 장갑을 끼고 보조탱크와 라디에이터 등을 체크해야 불의의 화상을 막을 수 있다.
부동액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냉각수가 부족할 경우, 물을 약간 넣는 것이 응급처치 방법이다. 하지만 아무 물이나 넣었다간 훗날 낭패 보기 십상이다. 수돗물이나 증류수만 사용해야 한다. 미네랄 성분이 많은 생수나 짠물, 지하수 같은 경수는 금물이다. 산성 성분이나 염분 등이 냉각수가 거쳐 가는 라디에이터를 부식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4. 반드시 해야 할 ‘하부 세차’
차량을 이용한 휴가여행, 특히 바닷가에서 돌아온 뒤에는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자동차 밑 부분을 씻는 ‘하부 세차’다. 바닷가를 여행하면서 자동차로 스며든 소금기 등이 차체와 차량 부품을 부식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겉보기에 문제가 없을 듯해 하부 세차를 소홀히 하면 나중에 큰코다칠 수 있다. 중요 부품이 부식돼 불의의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 휴가 시즌에도 ‘애마’가 잘 달리기를 바란다면, 지금 호스를 들으시라.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