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으면 1.65m…“주차 걱정도 반으로”
KAIST가 개발한 초소형 접이식 전기자동차 아마딜로-T.
현재 국내 시장에서 시판되는 초소형급 자동차로는 독일 다임러(메르세데스 벤츠의 모기업)의 스마트 포투(Fortwo)를 들 수 있다. 차체 길이 2.695m에 차폭이 1.56m로, 대표적인 경차로 꼽히는 GM코리아의 스파크보다 차체 길이가 0.9m나 짧다. 하지만 스마트 포투를 대중용 초소형차로 분류하기는 다소 어려울 듯하다. 성능도 일반 경차와 다른 데다 가격이 4000만 원대로 보통의 경차보다 3배가량 비싸기 때문이다.
애초 초소형차가 등장한 배경도 서민들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도시가 황폐화된 유럽 국가의 국민들은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고, 이 와중에 ‘가장 경제적인 자동차’로 등장한 것이 바로 초소형차였다. 특히 1950년대 후반 중동지역의 긴장이 날로 높아지면서 유가가 널을 뛰자 ‘작고 효율적인 차’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미니(MINI)의 원조로 꼽히는 ‘오스틴 미니 세븐’(영국), 삼륜차로 출발한 독일 BMW의 이세타(Isetta) 등 초소형차가 시장에 출시된 것도 이 즈음이었다.
인터넷 사이트 ‘마이크로카 뮤지엄’(ttp://www.micro-carmuseum.com)에는 당시 초소형차들이 사진과 함께 소개돼 있는데, ‘시장에 출시된 가장 작은 자동차’로 기록된 ‘필(Peel) P-50’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차체 길이 1.34m, 폭 0.99m의 이 자동차는 수년 전 영국 BBC의 자동차 버라이어티쇼 <탑기어>에서 진행자 제레미 클락슨이 직접 운전하는 모습을 방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P-50은 1962년 생산을 시작해 3년 만에 단종됐다.
50~60년대 대표적 초소형차인 독일 BMW의 ‘이세타’(왼쪽)와 프랑스 르노가 시판 중인 ‘트위지’.
프랑스 르노는 1~2인승 초소형 전기자동차 ‘트위지’를 이미 시판 중이다. 차체 길이 2.34m에 폭이 1.23m로 최고 시속은 80㎞이다. 과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등을 통해 폴크스바겐이 1인승 전기자동차 모델 ‘닐스’를, 아우디가 2인승 초소형 전기자동차 ‘어반 콘셉트카’를 이미 공개한 바 있다.
일본의 경우 초소형 전기차를 친환경적인 근거리 교통수단으로 인정해 관련 법규까지 정비해 놓은 상태다. 닛산자동차의 전기자동차인 ‘뉴모빌리티 콘셉트’가 대표적인 초소형 차종. 차체 길이 2.34m에 폭이 1.19m에 불과한 이 자동차는 리튬이온전지를 이용해 최고 80㎞/h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초고령화시대를 맞아 초소형차를 노인층의 근거리 교통수단으로도 적극 권장할 방침이다.
국내에서도 초소형차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이 개발하고 있는 접이식 전기자동차 ‘아마딜로-T’가 그것. 차체 길이가 2.8m인 이 차는 차량 뒷부분이 들려 접혀지도록 설계돼 있는데 완전히 접히면 길이가 1.65m로 줄어든다. 몇 가지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아직 상용화 시기는 점칠 수 없지만, 주차난을 덜어줄 획기적인 콘셉트의 자동차로 평가받고 있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