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안전성 ‘업글’ ‘편견의 벽’ 넘을까
엘리오모터스가 내년 하반기에 양산 예정인 ‘엘리오’는 최고속도가 160㎞/h에 이른다.
모터사이클과 자동차의 경계에 선 교통수단이지만 엘리오는 갖출 건 거의 다 갖추고 있다. 스테레오라디오, 에어컨 및 히터, 파워윈도 등 편의 설비와 3개의 에어백, ABS(미끄러짐방지장치) 등 안전 설비가 장착돼 있다. 엘리오모터스 측은 향후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의 차량충돌 테스트에서 별 다섯 개(최상위 등급)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기도 하다.
엘리오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최근 세 바퀴 자동차가 지구촌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데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일반적인 4륜 자동차보다 연비가 좋아 경제적이고, 이산화탄소배출량이 적어 친환경적이며, 작은 차체 덕에 좁은 도로 주행이나 주정차 등에서도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저탄소 시대를 맞아 세계 자동차 시장은 소형화, 친환경, 고성능을 추구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이라도 하듯 ‘소형차의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의 경우 전기 삼륜차의 개발이 한창이다.
도요타의 ‘아이로드’는 친환경 전기차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아이로드는 차체 균형을 잡아주는 첨단기술을 접목해 코너링이 불안한 삼륜차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2.3m 남짓한 길이에 차폭도 0.85m에 불과해 좁은 도로를 주행하기에 유리하고, 일반 차량 1대를 세울 공간이면 아이로드 2~3대를 너끈히 주차할 수 있다. 2㎾ 전기모터 2개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해 한 번 충전으로 최대 50㎞를 주행하고, 최고시속 45㎞까지 달릴 수 있다. 가솔린 삼륜차에 비하면 스피드는 많이 뒤지지만 일상생활에서 편리하게 운행할 수 있는 친환경 전기차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실 삼륜차는 역사의 뒤안길에 접어든 차량이다. 최초의 가솔린 삼륜차는 1886년 카를 프리드리히 벤츠가 발명한 ‘벤츠 페이턴트 모터바겐’였다. 배기량 954㏄에 최고시속 16㎞로 달렸던 이 차는 현재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벤츠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2차 대전 이후 유럽이 허리띠를 졸라매던 시절에 삼륜차는 가격이 싸고 유류비도 적게 들어 한때 서민의 차로 각광을 받았다. 영국의 ‘본드 미니카’(Bond Minicar), 이탈리아의 ‘이세타’(Isetta·훗날 BMW가 생산)가 그 시절의 대표적인 삼륜 자동차였다.
그러나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세 바퀴 차량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삼륜차는 네 바퀴 차량에 밀려 도태하고 말았다.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권에서는 아직 삼륜차가 서민교통수단으로 애용되고 있지만, 지구촌 뉴스를 보면 전복 등 안전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T-600 트럭 (1969년)
‘추억의 차’로만 기억되던 삼륜 자동차가 이제 시대적 추세와 첨단기술에 힘입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륜차는 작은 체구 덕에 실용성과 편리성은 뛰어나지만 ‘위험한 차’라는 고정관념도 적지 않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삼륜차의 구조적인 단점이 보완되고 있으나 이러한 ‘인식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연 세 바퀴가 세상을 바꾸는 날이 오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