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헐크로 변하면 스톱! 개봉박두
스위스 로잔공대 과학자들이 PSA 푸조 시트로엥과 제휴해 차량용 감정 탐지기를 개발했다. 사진출처=스위스 로잔공대 웹사이트
‘유럽의 MIT’로 불리는 스위스 로잔공대 웹사이트에 최근 흥미로운 뉴스가 실렸다. 로잔공대 과학자들이 프랑스 자동차 메이커인 ‘PSA 푸조 시트로엥’과 제휴해 차량용 ‘감정 탐지기’(Emotion detector)를 개발했다는 것. 이 감정탐지기는 카메라에 촬영된 운전자의 얼굴 표정을 비교·분석해 감정 상태를 파악하도록 구성돼 있다.
감정탐지기의 작동 원리는 이렇다. 자동차 핸들 뒤에 장착된 적외선카메라가 운전자의 얼굴 표정을 촬영하면, 이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비교분석해 감정의 기복을 식별해내는 것이다. 현재까지 사진과 비디오 영상을 이용한 두 차례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 하지만 아직까지는 인간의 보편적인 7가지 감정(공포 분노 기쁨 슬픔 혐오 놀람 의심)을 모두 인식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사람마다 감정 표현 방식이 다르고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 역시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얼굴 표정에서 분노와 혐오 등 두 가지 감정을 읽어내는 데 성공했고, 이를 토대로 ‘자기학습’이 가능한, 보다 진보된 ‘얼굴 모니터링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연구팀과 ‘푸조 시트로엥’은 차량용 감정탐지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조만간 시범운영에 나설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로잔공대 연구진은 감정탐지 기술을 자동차의 운전자 지원 시스템에 접목하면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운전자의 모습이나 상태를 파악해 안전 운전에 활용하는 사례는 점점 늘고 있다. 동공의 상태, 눈 깜박거림 횟수, 머리 기울기 등을 관찰해 경고음을 내보내거나 시트를 진동시키는 ‘졸음운전 감지장치’는 이미 기본 설비가 된 지 오래다. 일본 도요타의 ‘운전자 상태 모니터링’(DSM:Driver State Monitoring) 시스템에는 로잔공대의 감정탐지기와 흡사한 운전자 지원 설비가 갖춰져 있다. 3차원 안면인식 장치를 이용해 운전자의 입가, 눈썹, 눈꼬리 등 얼굴의 미세한 변화를 파악하고 감정 상태까지 유추해 경고음 등을 내보낸다.
도요타 ‘운전자 상태 모니터링 시스템’은 운전자 얼굴의 미세한 변화를 파악, 감정 상태를 유추해 경고음을 내보낸다.
이탈리아 페라리 SpA는 운전자의 뇌파를 분석해 그 결과에 따라 주행 장치를 조절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운전석 머리받침대 속에 장착된 무선 의료장비로 운전자의 뇌파를 측정·분석한 뒤 만약 위험징후가 나타나면 자동차의 속도를 자동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이다. 페라리 SpA는 이미 2012년 미국 특허청에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를 신청한 바 있다.
미국 포드자동차의 경우 안전벨트에 심장 박동과 호흡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달아 운전자의 스트레스를 체크, 주행시스템에 반영하는 장치를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심박 수가 상승하는 등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것으로 파악되면 운전시스템을 자동으로 ‘안전 모드’로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포드자동차는 두 해 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자동차 시트에 장착된 특수 장치를 통해 운전자의 혈당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선보이기도 했다. 혈당수치가 평소보다 많이 떨어질 경우 내비게이션을 통해 단 음식을 구할 수 있는 곳을 안내해 저혈당 쇼크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BMW 역시 몇 해 전부터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연구진과 함께 의료 모니터링과 주행 지원시스템을 연계하는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혈당수치가 높아지거나 심장에 이상 징후가 나타날 경우 운전자에게 경고하거나 차를 자동 제어하는 장치라고 한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