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갑부는 40대 핸섬가이 “아낌없이 쓰련다”
맨체스터 시티가 지난 12일(한국시간) 에티하드 스타디움서 열린 EPL 최종전 38라운드 웨스트햄전에서 2-0으로 완승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오른쪽은 셰이크 만수르 구단주. AP/연합뉴스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하얀(44)은 아랍에미리트의 7개 토후국 가운데 하나인 아부다비 왕족의 왕자이자 현 아랍에미리트 부총리이기도 하다.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현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인 할리파 빈 자이드 알 나하얀의 동생이다.
1700년대부터 아부다비를 통치해온 왕족이자 석유 재벌인 그의 가문은 1958년 아부다비에서 원전이 발견되면서 돈방석에 앉았으며, 현재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의 10%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알려진 알 나하얀 가문의 재산은 1조 달러(약 1000조 원). 하지만 이 역시 정확한 것은 아니다. 재산이 정확히 얼마인지 가늠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가령 국제시장에서 원유 가격이 1달러 오를 때마다 아부다비는 5억 달러(약 5100억 원)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부다비의 부=알 나하얀 가문’이란 등식 또한 일반화되어 있다.
셰이크 자예드 국왕의 아들 열아홉 명 가운데 한 명인 셰이크 만수르는 현재 국제석유투자회사 사장, 아랍에미리트 마시회 회장,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5년 전부터는 맨체스터 시티 구단주라는 타이틀까지 첨가했다.
32조 원에 달하는 셰이크 만수르의 재산은 역대 최고 이적료(약 1400억 원)를 기록했던 호날두를 200명 이상 살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가진 그의 앞에서라면 돈을 흥청망청 쓰는 데는 어디 가서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러시아의 석유 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재산 역시 푼돈에 불과하다. 현재 첼시 구단주인 아브라모비치의 재산은 71억 파운드(약 12조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셰이크 만수르의 두 번째 부인.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그의 두 아내 역시 화제다. 첫 번째 부인은 1990년대 중반에 결혼한 셰이카 알리아 빈트 모하메드 빈 부티 알 하메드다. 현재 슬하에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2005년 결혼한 두 번째 부인인 셰이카 마날 빈트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은 두바이 국왕이자 아랍에미리트 부통령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의 딸이다. 지난 1월 둘째 딸을 출산해 현재 2남 2녀를 두고 있다.
평소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던 셰이크 만수르가 맨시티를 인수한 것은 지난 2008년이었다. 당시 구단주였던 태국의 탁신 친나왓으로부터 2억 1000만 파운드(약 3700억 원)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인수했으며, 동시에 약 4억 600만 파운드(약 7000억 원)에 달하는 구단 부채도 탕감해주었다. 당시 리그 하위권을 전전하던 맨시티를 인수하면서 ‘부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고 외쳤던 ‘만수르의 도발’은 그때만 해도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맨유와 리버풀을 넘는 명문 구단을 건설하겠다는 그의 목표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만수르의 맨시티’는 서서히 변했다. 엄청난 투자 덕분일까. 2011-2012 시즌에는 1967-1968 시즌 이후 44년 만에 처음으로 리그 우승을 거머쥐면서 팀의 부활을 예고했다. 당시 셰이크 만수르는 라이벌 구단을 향해 “아직 더 남았다”면서 그의 도전이 아직 끝난 것이 아님을 알렸다.
그의 이런 야망은 비단 프리미어 리그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아랍에미리트국립대학의 강연회에서 그는 “저의 야망은 원대하고 끝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맨시티가 거둔 성공은 일부에 불과합니다”라면서 앞으로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리고 그의 이런 야망을 나타내듯 지난해에는 미국 MLS(메이저리그사커)에 ‘뉴욕 시티 FC’ 구단을 창단한 후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셰이크 만수르가 맨시티에 쏟아부은 돈은 1조 7000억 원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선수 영입이었다. 세계 최고의 슈퍼스타급 선수들을 모으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던 그가 지금까지 이적료로 지출한 금액은 7억 1200만 파운드(약 1조 2000억 원).
시작은 브라질의 호비뉴(AC 밀란)였다. 가장 먼저 당시 레알 마드리드 소속이었던 호비뉴를 영입했으며, 당시 이적료로 지불한 금액은 3300만 파운드(약 570억 원)였다. 그후 카를로스 테베즈, 엠마뉴엘 아데바요르, 에딘 제코 등 스타급 공격수들을 차례로 영입하면서 진정한 부가 무엇인지를 차차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밖에 페르난도 토레스, 세스크 파브레가스, 티에리 앙리 등 영입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한때 만수르의 쇼핑 리스트에는 쟁쟁한 선수들의 이름이 줄줄이 올라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셰이크 만수르가 비단 이적료에만 돈을 펑펑 쓰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연봉 또한 가히 천문학적이다. 글로벌스포츠샐러리서베이(SSS)가 지난 5년 동안 전세계 12개국 15개 주요 리그의 294개 팀을 대상으로 선수들 1인당 평균 연봉을 조사한 결과, 1위는 단연 맨시티였다. 당시 조사는 축구, 야구, 농구, 미식축구, 크리켓, 아이스하키, 럭비 등 모든 종목을 망라한 조사였다.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선수 라커룸에는 최고급 가죽 의자가 구비돼 있고, 관중석 의자에는 히팅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1위를 차지한 맨시티 선수들의 1인당 평균 연봉은 533만 7944파운드(약 92억 원)였으며, 이는 주당 10만 2653파운드(약 1억 77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2위는 528만 6628파운드(약 91억 원)를 기록한 뉴욕 양키스가 차지했다. 그 뒤로는 LA 다저스(511만 9701파운드(약 88억 원)), 레알 마드리드(499만 3393파운드(약 86억 원)), FC 바르셀로나(약 490만 1327파운드(약 84억 5000만 원))가 순서대로 차지했다. 맨유는 432만 2251파운드(약 74억 원)로 8위를, 그리고 첼시는 398만 4536파운드(약 68억 7000만 원)로 10위를 차지했다.
이밖에도 맨시티는 매년 선수들에게 신형 재규어를 한 대씩 제공하고 있으며, 최고급 펜트하우스, 전좌석 퍼스트 클래스를 구비한 선수단 전용기, 개인 경호원, 24시간 의료진 서비스 등 선수 전원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있다.
‘만수르의 위엄’은 맨시티의 구장인 ‘에티하드 스타디움’ 곳곳에도 잘 드러나 있다. 선수들 라커룸에는 최고급 가죽 의자가 구비되어 있으며, 스타디움 관중석 의자에는 히팅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 쾌적한 관람이 가능하다. 또한 경기장까지 오는 교통이 불편하다는 팬들의 불만을 해소시켜 주고자 메트로링크(트램)의 ‘에티하드 캠퍼스’역을 새로 개통해주는 친절도 베풀었다. 2013년 11월 개통된 ‘에티하드 캠퍼스’역은 맨시티 구장과 바로 연결되어 있으며, 경기가 있는 날에는 추가 트램이나 2층 트램이 운행된다.
하지만 이런 씀씀이에도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난 5년 동안 내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 하지만 셰이크 만수르 측은 점차 적자 폭을 줄여 나가고 있다면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실제 셰이크 만수르가 구단을 인수한 후부터 구단 적자는 눈에 띄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1-2012 시즌 9800만 파운드(약 1700억 원)였던 적자는 2012-2013 시즌 5200만 파운드(약 900억 원)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맨시티의 이런 재정 불균형은 2012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유럽축구연맹(UEFA)의 ‘파이낸셜 페어플레이(FFF)’에는 위배되는 것이었다. ‘파이낸셜 페어 플레이’란 ‘재정적으로 공평한 경기를 펼치자’는 의미로 구단 수익보다 지출이 많아 부채가 지나치게 많을 경우 벌금형 징계를 내리는 한편 챔피언스리그 진출 자격에 제한을 두는 규칙을 말한다. UEFA는 구단의 부채가 3700만 파운드(약 640억 원)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 대상 기간이었던 2011-2013 시즌 맨시티의 부채는 1억 4900만 파운드(약 2570억 원)였으며, 따라서 현재 UEFA로부터 벌금 4900만 파운드(약 850억 원)와 함께 챔피언스리그 진출 스쿼드 제한을 받은 상태다.
비싼 선수들을 쇼핑하는 데 급급하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셰이크 만수르는 앞으로 선수들 영입에 투자하는 돈도 점차 줄여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열쇠는 바로 ‘유소년 축구클럽’에 있다. 앞으로 꿈나무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그의 목표라고 말한 셰이크 만수르는 현재 에티하드 스타디움 인근에 1억 2000만 파운드(약 2000억 원)를 들여 유소년 축구 경기장을 건설하고 있다.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한 그는 아랍에미리트국립대학 강연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투자란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선수들을 사오는 것만이 아닙니다. 유소년 아카데미를 설립해서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고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우는 것 또한 투자입니다. 전반적인 맨체스터의 축구를 발전시키는 것 또한 이에 해당합니다.”
바로 이런 점이 맨시티의 팬들, 더 나아가 영국의 축구팬들이 아랍에서 온 구단주 셰이크 만수르를 좋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신을 믿어주는 이런 팬들에게 셰이크 만수르는 이렇게 말했다. “이 구단은 여러분 것입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맨유팬들 뿔난 까닭 “우리도 오일머니가 필요해” “우리는 지금 쓰레기 경기를 보고 있다.” 잉글랜드 최고의 명문 구단이라고 자부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들이 뿔났다. 글레이저 가문. 이번 시즌 맨유의 최종 성적은 리그 7위. 지난해 우승컵을 거머쥐었던 팀이라고는 분명 믿기 어려운 성적이다. 리그 20회 우승에 빛나는 구단의 위엄은 어디로 간 걸까. 이런 맨유의 현 상태에 대해 맨유의 광팬이자 영국의 유명 베팅업체 ‘벳프레드’의 사장인 프레드 돈이 일침을 가하고 나서 화제다. 한마디로 “이제 구단주를 바꿔야 할 때다. 우리에게도 아랍 왕족이나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비난하고 있는 대상은 다름 아닌 맨유의 구단주인 글레이저 가문이다. 지금의 위기를 몰고 온 것은 글레이저 가문의 잘못된 구단 운영에 있다는 것이다. 사실 미 플로리다의 억만장자인 말콤 글레이저는 지난 2005년 처음 맨유를 인수했을 때부터 맨유 팬들로부터 이렇다 할 호감을 얻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맨유가 어마어마한 부채를 떠안게 된 것이 글레이저의 방만한 재정 운영 탓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글레이저는 맨유를 인수할 때에도 은행에서 대출한 자금을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인수 가격이었던 7억 9000만 파운드(약 1조 4000억 원) 가운데 2억 7500만 파운드(약 4700억 원)만 글레이저 가문의 돈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이었다. 문제는 이런 글레이저 가문의 재정 상태가 아직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현재 맨유는 7억 1600만 파운드(약 1조 3000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BBC 방송은 사실은 이보다 더 많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투자에 집중했던 글레이저 가문의 부채가 2008년 미국의 부동산 위기로 더 늘어났고, 이로 인해 맨유의 총 부채 규모가 11억 파운드(약 1조 9000억 원)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맨유의 극성팬들은 하루 빨리 글레이저 가문이 맨유를 매각해주길 바라고 있는 실정. 프레드 돈 역시 그런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차라리 아랍의 왕족이나 러시아의 부자들이 맨유를 인수해주길 바란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비치면서 그것만이 맨유가 재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마음이 아프다. 그들은 7만 명의 맨유 팬들이 그들의 빚을 대신 갚아주거나 배당금을 챙겨주는 동안 멀리 플로리다에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차라리 아랍 왕족이 맨유의 구단주가 되었으면 하는 돈의 이런 바람은 사실 실현될 뻔한 적이 있었다. 지난 2011년 카타르 왕족이 맨유를 인수하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었던 것. 당시 카타르 왕족 소유의 투자회사인 카타르 홀딩이 글레이저 가문에게 제시한 금액은 15억 파운드(약 2조 6800억 원)였다. 하지만 글레이저 가문은 이 제안을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글레이저 가문이 요구했던 금액은 20억 파운드(약 3조 7700억 원)였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