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가 ‘할인비’ 떠안는다
지난 7월 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커피숍 프랜차이즈 ‘카페베네’가 통신사 할인 비용을 가맹점주에게 떠넘겼다는, 불공정거래 혐의를 포착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조만간 전원회의나 소회의를 열어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카페베네 매장에서는 본사와 제휴한 통신사 카드를 소지한 고객에게 10% 할인 혜택을 준다. 문제는 할인된 금액의 10 중 5를 통신사가 부담하고 나머지를 점주가 부담하는 구조라는 것.
불공정 거래 혐의가 포착된 카페베네 매장. 오른쪽은 투썸플레이스.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공정위는 조사 대상을 늘려 업계 전반을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하고 있는 업체가 몇 개인지, 어디인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발표가 나오면 그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조사한다는 소식이 있자 카페베네뿐만 아니라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이런 일이 만연하고 특히 몇몇 업체는 그 정도가 심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사례로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투썸플레이스(투썸)’가 떠올랐다. 투썸 가맹점주 A 씨는 “카페베네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밝힌 불공정 사례는 이렇다.
투썸에서는 SK 멤버십 가입 고객에게 ‘사이즈 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많이 찾는 아메리카노를 기준으로 레귤러(일반) 사이즈는 4100원, 라지(대용량)는 4600원이다. 500원 차이로 레귤러 가격 대비 10%가 넘는 할인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부담을 모두 점주들이 진다는 것이다.
A 씨는 “SK 멤버십 가입 고객의 포인트가 500원 차감되지만, 그 차감된 금액이 점주들에게 오는 것도 아닌 이상한 구조다. 사이즈 업에 따른 에스프레소 샷 추가와 시럽, 우유 등 원가가 더 부담되지만 회사의 지원은 전혀 없다”며 “몇 년 전 통신사 할인의 경우에는 일정 부분을 통신사가 분담했다. 하지만 사이즈 업으로 변경되면서 그것도 사라졌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투썸 본사에서는 사이즈 업 판매 음료의 경우, 4100원에 대한 브랜드 로열티를 떼어 가는 게 아니라 4600원에 대한 로열티를 떼어간다고 한다.
이에 대해 CJ푸드빌 측은 “몇 년 전 가격 할인보다는 원료만 추가되는 사이즈 업이 낫다는 점주들의 공감대가 있어 변경한 것으로 안다”며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 매출액인 4100원에 대한 로열티를 받는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A 씨는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카페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카페베네의 성공을 보고 뒤따라 만들어진 업체들이 이전 업체들과 경쟁해 새로운 창업자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전 업체보다 나은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며 “통신사 할인의 경우에도 종전 점주들이 모든 것을 부담하는 선발 업체들의 구조에서 후발업체들은 통신사 5, 본사 2.5, 점주 2.5로 본사가 일정액을 부담하는 구조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조사도 후발업체들이 통신사 할인에 대해 본사 부담액을 지원한 것으로 인해 벌어졌다는 의견도 있다. 카페베네 사정을 잘 아는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카페베네 점주들 중 후발업체들과 비교해 불만을 가진 사람이 공정위에 제보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