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신경 무뎌지면 ‘위험 신호’
“나는 나이에 비해 운동량이 많아 아무리 걸어도 지치지 않는다.” 혹시 주변에 이렇게 자랑삼아 말하는 고령자는 없는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는 위험 징후일지 모른다.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치매의 전조증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쓰쿠바대학병원에서 ‘치매노인 인지력 개선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모토야마 데루유키 씨는 이렇게 지적했다. “치매에 걸리더라도 걷기를 비롯해 특별히 신체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 운동신경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무뎌지는 것이 있다. 바로 감각신경이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감각신경이 둔해지면 근육의 통증이 뇌로 전해지지 않는다. 따라서 노인이 지칠 줄 모른다는 것은 치매의 위험 신호인 경우가 많다는 것. 그리고 이 같은 연관성을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배회’다. 가령, 치매를 앓는 고령자들은 무작정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배회하는 일이 잦다. 특히 밤새 걸어서 장거리를 이동하는 일도 다반사. 보통 나이가 들면 운동량이 떨어지고 밤새 걷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치매환자라면 감각신경이 둔해지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모토야마 씨는 “2001년부터 후생노동성의 치매예방 프로젝트 멤버로서 연구해온 결과, 치매나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인 사람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감각신경 둔화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감각신경은 뇌간 망상체와 대뇌피질 전체를 자극하는데, 만약 감각신경이 무딘 사람은 평소 이러한 자극이 부족해 결국 뇌의 쇠퇴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감각신경은 신체의 여러 부위에서 일어난 자극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몸의 목소리’를 듣는 신경경로다. 사람이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대뇌에서 보낸 전기신호가 운동신경을 통해 근육에 전달되고, 이 신호를 받아 근수축이 일어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무리 작은 움직임이라도 근수축은 근육에 자극을 동반하는데, 심한 운동을 한다면 근육은 그만큼 큰 자극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때 받은 자극을 ‘통증’으로 뇌에 전달하는 것이 감각신경이다. 단, 여기서 통증이란 어디까지나 근육을 사용하고 있는 중에 느끼는 아픔으로 운동한 후 몇 시간 뒤 혹은 다음 날 느끼는 근육통과는 다르다. 참고로 근육통은 근육을 너무 많이 사용함으로써 근육이 파괴되어 생기는 증상으로 별도의 통증이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치매와 연관 깊은 감각신경이 우리 몸에서 잘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없을까. 다행히 간단한 체크법이 있다. ‘10초 다리 올리기(그림1)’가 그것이다. 우선 의자 등받이에 허리와 등을 기대지 않고 의자에 앉는다. 좌우 상관없이 한쪽 다리를 바닥과 평행하게 편다. 이때 최대한 무릎을 굽히지 않도록 주의할 것. 다리를 10㎝ 정도 위로 올린 후 그 상태를 10초 동안 유지하자. 여기서 허벅지 앞근육에 통증을 느끼는 사람은 감각신경이 잘 연결된 상태다. 반대로 10초가 지나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경도인지장애(MCI) 가능성이 있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치매 위험을 덜기 위해 무뎌진 감각신경을 단련시켜야 한다. 그 방법은 <그림2~4>와 같다. 먼저 <그림2>는 의자에 앉아 한쪽 다리를 편 상태로 다리를 10㎝ 들어 올리고 내리는 동작을 10회 반복한다. 사용하는 허벅지 앞근육에 집중하는 것이 포인트. 다리를 바꿔 반대쪽도 실시한다.
<그림3>은 의자 등받이를 손으로 잡고 발뒤꿈치를 든 상태에서 엉거주춤 앉은 자세다. 허리를 곧게 펴고, 천천히 몸 전체를 위로 10cm 정도 들어 올린 후 제자리로 돌아온다. 무릎이 아픈 사람은 서서 발뒤꿈치만 든 상태로 같은 동작을 실시한다. 허벅지 전체 근육에 집중하면서 10회 반복한다.
<그림4>는 의자 등받이를 손으로 잡고 선 상태에서 한쪽 다리를 뒤로 20㎝ 정도 들어올린다. 이 동작을 좌우 각각 10회씩 반복한다. 허벅지 뒤쪽과 엉덩이 근육에 집중하는 것이 포인트다.
감각신경을 단련시켜주는 이 체조는 간단하지만, 효과는 뛰어나다. 실제로 2009년,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된 고령자 31명(평균 연령 72세)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체조교실을 실시한 결과, 참가자들의 인지기능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한다. 특히 ‘기억력’에서는 152% 향상이라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모토야마 씨는 “한 가지 팁(tip)을 더 전한다면, 체조를 할 때 중요한 것은 사용하는 근육을 의식하면서 통증을 느끼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그 근육이 허벅지라면 직접 허벅지를 바라보며 통증을 이미지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치매를 막는 생활습관 걸으면 피순환 ‘쌩쌩’ # 하루 1잔 적포도주를 마신다 적포도주에 포함된 폴리페놀이 치매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규칙적인 걷기운동 규칙적인 운동은 뇌의 혈류순환을 개선해 치매를 막아준다. 특히 걷기운동은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해주고 호르몬도 활성화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니 꼭 실천해 볼 것. # 반찬은 주식, 밥은 덤으로 규슈대학 연구에 따르면 치매에 걸리지 않는 사람들은 콩, 채소, 해조류, 유제품을 많이 섭취하는 반면 쌀 섭취량은 적었다. # 녹차를 하루 1잔 이상 마신다 가나자와대학 연구팀은 “녹차를 매일 한잔 이상 마시는 경우 치매 발병률이 안 마시는 사람에 비해 3분 1 수준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푼다 노래와 춤은 치매 예방 효과는 물론, 후두근육까지 단련되니 일거양득.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