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실세에 휘둘렸다고?
이병기 국정원장
또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병기 원장이 1급으로 발탁한 직원을 청와대가 뒤늦게 제동을 걸어 없었던 일로 됐다는 것이다. 해당 직원은 임명 열흘 만에 대기발령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한 실세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청와대가) 과거 전력을 문제 삼은 것 같다. 정보 분야 베테랑인데 이대로 조직을 떠나게 될 것 같아 아쉽다”고 귀띔했다. 국내를 담당하는 2차장 산하의 1급으로 발탁된 한 직원이 현 정부 인수위원회 출신이라는 점도 청와대가 인사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국회 정보위원장 출신의 신기남 새정치연합 의원은 “국정원 고위간부 인사를 청와대가 나서서 취소시켰다는 보도를 접하고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신임 원장이 의욕적으로 단행한 인사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뒤집다니. 시대역류”라고 꼬집기도 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몇몇 의원은 국정원 인사들 둘러싼 청와대 개입 진상에 대해 확인 중에 있다.
이병기 원장은 지난 7월 청문회에서 국정원의 정치 불개입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이 원장은 “정치관여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지울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인사를 둘러싸고 나오는 구설들은 이 원장이 과연 정치중립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언급한 새누리당 의원은 “역대 정권 모두 국정원 인사엔 정권 의중이 반영됐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국정원 개혁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취임한 이 원장이 고작 1급 인사를 하면서 청와대나 정권 실세에 휘둘렸다는 것은 다소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