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 화려, 미끈 얼짱 제치고 디카 시대 ‘퀸’ 등극
▲ 미끈한 몸매와 화려한 웃음으로 디지털시대의 ‘퀸’으로 등극한 레이싱걸들. 왼쪽부터 김유림 이선영 홍연실 최혜영 오윤아. 오윤아는 레이싱걸 출신 연예인 1호로 현재 KBS 시트콤에 출연중이다. 사진제공=미스디카 사진=이종현 기자 | ||
레이싱걸의 전성시대를 주도하는 이들은 대부분 80~81년생들로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을 레이싱걸 1세대로 구분하고 있다. 레이싱걸 출신 스타로 손꼽히는 오윤아 김유림 홍연실 최혜영 이선영 등이 모두 1세대에 속한다. 이들 외에도 최상급으로 분류되는 현직 레이싱걸 대부분이 80~81년생들이다.
레이싱걸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을 증폭시킨 이는 최근 KBS 인기 시트콤 <올드 미스다이어리>에 출연중인 오윤아다. 모터 스포츠가 도입된 95년 이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레이싱걸에 대한 인식을 바꾼 이가 바로 그다. 99년 레이싱걸로 데뷔한 오윤아는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를 찾은 레이싱 마니아들에게 일찌감치 눈도장을 받아왔다.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지난 2002년 서울모터쇼. 당시 기아자동차 부스 메인모델로 나선 오윤아는 수많은 디카 세례를 받으며 연예계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2대 퀸은 최혜영. 오윤아와 비슷한 시기에 레이싱걸로 데뷔했지만 오랜 기간 2인자였던 최혜영은 오윤아가 은퇴한 2003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홍연실, 서다니 등와 함께 ‘레이싱걸 누드’를 촬영해 화제가 됐던 최혜영은 얼마 전 뉴질랜드로 떠나 유학중이다.
3대 퀸은 최혜영과 함께 누드를 촬영한 홍연실. 2003년 12월에 열린 ‘할리우드 모터쇼’는 레이싱걸의 인기를 배가시킨 결정적인 행사였다. 당시 세계적인 명차를 보기 위해 몰려든 엄청난 인파의 눈길을 붙잡은 것은 명차가 아닌 레이싱걸들. ‘할리우드 모터쇼’가 탄생시킨 최고의 스타가 바로 홍연실이다. 현재 홍연실은 연예계 데뷔를 준비중이다.
레이싱걸 누드로 2, 3대 퀸이 동시에 업계를 떠난 공백을 메운 4대 퀸은 ‘대세’ 이선영이다. 대세란 ‘가장 빼어난 레이싱걸’이라는 의미의 신조어로 네티즌들이 이선영에게 선사한 명칭이다. 이선영은 비교적 레이싱걸 데뷔가 늦은 편이다. 2004년 3월 레이싱걸로 데뷔한 이선영이 퀸의 자리에 오를 때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6개월이 되지 않는다. 이선영은 최근 SBS <스포츠 중계석> 메인MC로 발탁됐다.
현재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는 5대 퀸 김유림이다. 레이싱 드라마인 <태양의 질주>에 캐스팅돼 눈길을 끈 김유림은 영화 <연애소설>을 비롯한 여러 편의 드라마에 출연한 바 있는 연기자 출신 레이싱걸이다. 레이싱걸 선배인 김유림은 최근 이선영을 제치고 ‘대세’ 자리에 올라 5대 퀸으로 등극했다.
▲ 레이싱걸 누드화보집의 주인공 서다니, 최혜영, 홍연실(왼쪽부터). | ||
현재 활동중인 레이싱걸은 대략 1백30여 명 정도인데 이 가운데 실제 레이싱 경기장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60여 명이다. 레이싱 경기장에서 활동하느냐의 여부가 레이싱걸의 등급을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잣대. 열성적인 팬클럽의 지지를 받는 A급 레이싱걸 대부분이 레이싱 경기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레이싱 경기장에서 활약하는 이들이라고 모두 같은 수준은 아니다. 이들의 등급을 구분하는 기준은 신차 발표회 경력이다. 명품으로 분류되는 수입 외제차 신차 발표회를 중심으로 어떤 브랜드 신차 발표회에 참가했는지에 따라 등급이 달라지는 것.
한불모터스 오경희 홍보팀장은 “해당 신차가 최상급임을 과시하기 위해 레이싱걸 역시 최상급을 선정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얘기한다.
레이싱걸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이들에 대한 연예계의 구애 손짓 역시 만만치 않다. 위드넥스의 레이싱걸 콘텐츠 담당자인 서용혁씨는 “요즘 연예기획사라며 레이싱걸 가운데 뛰어난 이들의 오디션을 보고 싶다는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고 얘기한다. 연예 관계자들은 ‘레이싱걸 열풍’이 ‘얼짱 열풍’을 능가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얼굴만 강조된 얼짱에 비해 레이싱걸은 뛰어난 몸매까지 검증된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반인들 사이에선 레이싱걸이 연예계 데뷔 통로인양 인식되고 있지만 레이싱걸의 생각은 다른 듯하다. 레이싱걸로 활동중인 황시내는 “스무 살 때부터 연예인이 되려고 이것저것 했었지만 그런 욕심을 버린 지 오래”라며 “현재 하는 일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다만 최근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연예계의 입질도 많아져 연예계 데뷔를 고려하는 이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레이싱걸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요소는 역시 노출이다. 물론 노출을 통해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이를 편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기 때문. 이에 대해 미스디카 이 과장은 “대부분 ‘끼’가 출중한 이들이라 거부감 없이 멋진 포즈를 연출해내곤 한다”면서 “노출에 대한 부담감이야 당연하겠지만 이를 넘어서는 프로 의식을 갖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얘기한다. 4대 퀸인 이선영 역시 “내게 주어진 일인 만큼 늘 최선을 다하려 한다”며 “나는 레이싱걸이라는 내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얘기한다.
다만 레이싱 경기장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4계절 날씨는 계속 변하지만 레이싱걸의 의상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 레이싱걸들은 이구동성으로 한 겨울에도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추위를 견뎌야 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토로한다.
노출은 프로의식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불안정한 삶은 아직 해결책이 없다. 레이싱걸의 경우 대부분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소수의 레이싱걸이 몇몇 업체와 연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지만 대부분 행사나 경기마다 단기 계약을 맺는다. 이런 이유로 각종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함은 물론이고 외국 비자를 받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취재 과정에서 만난 레이싱걸과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레이싱걸을 하나의 전문 직업으로 받아들여 달라는 것이었다. 아직 레이싱걸은 직업 연감에도 오르지 못한 상태라고. 레이싱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져가는 만큼 그들의 권익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