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상식적 수준의 방어권으로 봐야”…이 대표 한숨 돌렸지만 2심서 다툼 여지 남았다는 관측도
법원 안팎에서는 ‘의외’라는 평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가 요청한 부분에 ‘모호한 지점’이 있긴 하지만 이 대표의 요청을 받고 “위증을 했다”고 자백한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 비서 출신인 김진성 씨에 대해서는 ‘위증’으로 유죄를 선고했음에도 이 대표에게는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영장전담판사 “유죄 입증” 설명했지만 무죄 선고한 1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11월 25일 오후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해당 혐의 양형기준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은 지난해 10월 시작됐다. 2019년 2월 본인의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 비서 출신인 김진성 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대표는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의혹을 취재하던 최철호 KBS PD와 짜고 검사를 사칭해 벌금 150만 원을 확정받았는데,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해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취지로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 대답했다가 허위사실 공표로 기소됐다. 이에 이 대표가 김진성 씨와 4차례 통화를 하며 “‘김 시장이 최 PD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는 대신 김 시장과 KBS 간에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내용의 증언을 부탁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는 김 씨에게 텔레그램으로 변론요지서를 보내 주겠다며, ‘그런 얘기가 있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되자 이 대표는 “기억나는 대로, 있는 그대로 말해달라”고 했을 뿐이라고 재판 내내 맞섰다. 그리고 법원은 김진성 씨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했음에도 이 대표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김진성 씨가 과거 이재명 대표의 재판에서 기억과 다른 증언을 한 것은 명백한 위증에 해당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김 씨에게 증언 때 요청한 것은 위증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주장 반복을 요청한 것은 위증이 아니고 이는 통상적인 방어권의 범위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또 변론요지서를 전달한 것도 통상적인 방어권 범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선고에서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울분에 대해 설명하면서 김진성 씨에게 기억을 묻고 뒷받침하는 정황 자료가 포함된 변론요지서를 제공해 당시 상황을 기억해보도록 하는 것이 상식에 반하거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전화상으로 이 대표가 김 씨에게 한 발언들이 다소 모호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무죄 선고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김진성 씨와 최 PD 등이 모두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는데 이를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다소 놀라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김 씨와 통화에서 “혹시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 기억 나는 대로 얘기해 달라. 이게 매우 정치적인 배경이 있던 사건이었던 점을 좀 얘기를 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내가 변론요지서를 하나 보내드리겠다”고 했다.
#아직 5개 재판 가운데 2개만 1심 선고 나와
이번 무죄 판결로 이재명 대표는 위증교사 혐의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는 일단 해소됐다. 다만 이 대표가 앞으로 받아야 할 재판이 첩첩산중이라 사법리스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현재 총 5개 재판을 받고 있고, 최근 검찰이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남은 1심 선고는 4건으로 늘었다.
무죄가 난 위증교사 사건이 ‘재판장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점도 변수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기억나는 대로 이야기해달라’라고 이야기 한 것을 듣고 나라면 위증을 요구했다고 보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만 위증 요구를 받은 김 씨가 ‘경기도지사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요구’를 받았다는 부분이 있어서 2심에서 위증으로 봐도 전혀 이상한 부분은 없는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앞선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고 해도, 2심은 보통 더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하고 대법원은 현재 보수세가 더 우위인 곳이지 않느냐”며 “사법부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고 하면 더 엄벌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이 대표가 이번 사건에서 첫 단추를 잘 꿴 것은 맞지만 아직 두 번의 재판이 더 남아 있기 때문에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