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15%가 치매로...조기진단과 생활습관 개선이 필수
참고 사진.
[일요신문] 최근 TV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등장인물 중 치매 판정을 받아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사회 현실을 투영하고 있는 드라마에서 치매 환자가 자주 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최근 치매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성상철)이 최근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경도인지장애’로 인한 건강보험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정상노화와 치매의 중간단계로서 동일 연령대에 비해 인지기능, 특히 기억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경우는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치매로 진단하지는 않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2010년 2만 4천명에서 2014년 10만 5천명으로 약 4.3배 증가했다.
총진료비는 2010년 66억 원에서 지난해 351억 원으로 연평균 52.0% 증가했다.
또 치매로 가기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수가 최근 5년 평균 43.9% 증가했다.
이는 실제 여성이 남성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치매 환자 통계와도 일치한다.
이처럼 최근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급증한 결과는 지난 2010년부터 전국 시군구 보건소 중심으로 치매선별검사 등 조기검진사업이 집중적으로 수행되면서 치매의 예방과 조기발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과거에 비해 치매가 불치의 병이라는 인식에서 관리와 치료의 질병으로 전환되어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 중 10∼15%가 치매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경도인지장애는 비교적 조기에 치매를 발견할 수 있어 진단 후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경도인지장애는 환자 자신이나 가족이 환자의 기억력이 떨어졌다는 점을 인지하거나 기타 수행기능, 언어, 시공간능력 등이 저하되고 신경심리검사에서 인지기능장애가 있지만 일상생활능력에는 장애가 없는 경우에 진단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 치료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퇴행성, 혈관성, 대사성, 외상성 등 다양한 원인이 경도인지장애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약물이 개발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지훈련이나 인지재활을 통해 어느 정도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아울러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비만 등 치매의 위험인자들을 관리하고 뇌 건강에 좋은 생활습관을 가진다면 경도인지장애나 치매의 진행속도를 늦추거나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영도병원 신경과 강지혜 과장은 “보통 치매를 불치병의 병으로 여겨 미리 치료를 포기부터 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하지만 치매 이전에 경도인지장애와 같은 다양한 원인을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충분히 진행을 억제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비교적 나이가 적은 청장년층에서도 경도인지장애나 치매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고 노인들의 경우 치매 진단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증상이 나타날 경우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의 검진을 통해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더 큰 질병으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하고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