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다 뽑았으면 칼자루 넘겨 다오’
▲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우선 고인의 전 매니저인 유장호 호야엔터테인먼트 대표(사진)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또한 고인과의 술자리에 같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수사 대상자 9명에 대한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데 사법처벌을 받게 될 인사는 극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출국금지가 된 한 언론사 대표를 비롯한 한두 명 정도만 기소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술자리 강요 공범 혐의 등이 될 전망이다. 사건의 관건인 성상납의 실체가 벗겨지려면 성매매특별법 위반으로 기소돼야 하지만 경찰 수사가 여기까지는 다가서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에 체류 중인 김 대표의 체포 영장에서도 나타난다. 경찰 신청에 따라 법원은 김 대표에 대해 강요, 상해, 횡령 등의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성매매특별법 위반은커녕 새로운 수사 핵심 사안으로 부각된 주가조작 등에 대한 혐의는 기재돼 있지 않다.
김 대표가 귀국하거나 경찰이 성상납받은 이들의 리스트가 담겨 있다는 문건을 추가로 입수하지 못한다면 수사는 이 정도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말 그대로 용두사미 수사가 되고 말 가능성이 농후한 것.
이런 상황에서 검찰 개입설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워낙 전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라 검찰은 초기부터 이번 사건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관련 정보를 확보해 둔 상황이다. <일요신문> 879호를 통해 단독 보도된 ‘데쓰노트’의 실체 역시 기자가 경찰이 아닌 검찰에서 확인한 사안이었다.
우선 경찰의 역할은 고인의 자살 동기에 대한 수사 및 이와 관련돼 제기된 고소 사건에 대한 수사에 집중될 예정이다. 문건에 등장하는 유명 인사들과 참고인의 진술을 통해 확보된 유명 인사에 대한 수사도 벌어지고 있지만 성상납보다는 술 접대 강요에 초점을 맞춘 수사다.
또한 김 대표의 신병 확보도 중요한 수사 포인트다.
검찰 개입은 그 이후 단계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부상한 성상납과 주가 조작 여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벌인다는 것.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해 남다른 수사의지를 보이는 데에는 다 까닭이 있다.
우선 ‘실패한 수사’라는 오명으로 남아 있는 2002년 연예계 비리 수사 당시 밝히지 못했던 연예계 성상납의 실태를 제대로 밝혀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항간에선 이미 검찰이 리스트가 담긴 미공개 문건을 확보해 놓았다는 얘기도 있다.
두 번째 사안인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김 대표 배후인물로 전 정권 실세 B 씨가 지목되고 있다. B 씨는 이미 여러 차례 검찰의 수사망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렇지만 검찰은 B 씨의 혐의를 입증시키지 못해 사법처리는 하진 못했다.
그런데 엉뚱하게 이번 장자연 문건 파문으로 인해 검찰 수사망에 다시 오르게 됐다. 지난해 8월 김 대표가 B 씨와 어느 기업체 회장을 연이어 만난 사실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는데 이 시점을 즈음해 해당 업체의 주가가 별다른 이유 없이 급등했다.
당시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해당 업체의 주가급등 사유에 대한 공시를 요청했고 이에 업체는 “주가급등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항으로서 현재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조회공시 답변을 밝혔다.
성상납 및 술 접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 가운데 한 명인 IT업체 관계자, 금융업 관계자 등도 모두 B 씨와 밀접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결국 장자연 문건 파문이 검찰이 B 씨에게 다가가는 통로 역할을 해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검찰의 움직임에 경찰이 불편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수사를 두고 매스컴의 비판이 줄을 이어 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핵심 사안에 대한 수사를 경찰이 아닌 검찰에서 진행하는 상황에 불만이 팽배해진 것.이런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이 충돌하는 듯한 모양새가 벌어지기도 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