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삼성과의 KS 1차전에서 타석에 들어선 LG 최동 수 선수.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선수들은 최대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몸 만들기에 열중하고, 해당 선수나 감독의 가족들 역시 뒷바라지를 위해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이 때문에 시리즈만 되면 선수들보다 더 분주해지고 더 긴장하는 사람들이 가족들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다양한 내조 프로그램으로 선수들 ‘기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가족들의 후원 작전을 들어보자.
삼성의 에이스 임창용(26)은 가족들의 응원이 유난히 요란한 케이스다. 10명의 대가족 집안인 임창용의 가족에게는 한국시리즈 개막에 맞춰 총동원령이 떨어졌다. 광주에 있는 부모는 물론, 전국에 흩어져 있는 6명의 형제 자매와 사위들까지 합세해 임창용이 출전하는 경기에서 현장 응원을 펼치기로 했기 때문.
“할머니와 외손자들도 모두 경기장으로 출근하고 있다”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않는 부친 임영기씨(63)는 “대구는 물론이고, 원정지도 마다 않고 따라가 아들의 선전을 기원하는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걱정”이라고 한다. 임씨의 말대로라면 무려 14명(사위2, 외손자3 포함)의 대규모 응원단(?)이 한국시리즈 내내 임창용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는 설명이다.
▲ 김응용 감독 가족 사진 | ||
해태 시절이던 97년 한국시리즈에서 3경기에 등판, 무실점으로 3세이브를 따내며 우승에 공헌했음에도 자신을 데려오기 위해 거액을 배팅한 삼성에서는 정작 2차례의 포스트시즌에서 한 차례도 정상에 오르지 못한 아픔이 있다.
요란하지는 않지만 그림자처럼 선수를 따라다니며 눈물겨운 응원전을 전개하는 이들도 있다. LG 최동수(31)의 가족은 늘 경기장에 몰래 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아들의 모습을 훔쳐보고 온다고 한다. “관절이 아픈 것을 무릅쓰고 아들의 경기는 꼭 보러 가지만 2군 출신이어서 경기 출전이 뜸한 아들이 내가 온 것을 알면 부담스러워할까봐 몰래 보고 온다”는 어머니 김은자씨(58)는 “현직 스튜어디스인 예비 신부도 예고 없이 경기장을 찾았다가 그냥 돌아가곤 한다”고 귀띔한다.
선수들과 달리 감독의 가족들은 대체로 마음 속으로 승리를 기원하는 편이다. 이미 해태시절 한국시리즈를 9차례나 석권, 이 부문 신기록을 갖고 있는 삼성 김응용 감독(61)과 한국시리즈를 처음 맞이하는 LG 김성근 감독(60)의 가족은 모두 집에서 TV를 보면서 승리를 기원하고 있다.
‘성격이 워낙 과묵한 데다, 가족들이 경기장에 오는 것을 꺼려한다’는 김응용 감독의 부인 최은원씨(60)는 그래서 “그냥 신경 쓰이지 않게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최고의 응원 방법이라고 한다. “한국시리즈는 아무리 많이 봐도 긴장되기는 매 한가지”라며 “청심환 없이는 경기를 볼 수 없다”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한다.
▲ 이승엽 선수 | ||
반면에 올 시즌 홈런, 타점, 장타율, 득점 등을 싹쓸이하며 ‘국민타자’로서의 위용을 다시 한번 입증한 이승엽(26)의 가족은 의외로 조용하게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해태 시절 우승컵을 안은 바 있는 동기 임창용에 비해 95년 입단 후 줄곧 포스트시즌에서 쓴잔을 들이 마셨던 이승엽은 시리즈에 임하는 각오가 더욱 비장하지만 몸이 불편한 어머니 김미자씨(53)를 옆에 두고 마냥 들뜬 분위기에 젖어있을 수가 없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는 삼성 선수단 가족들과 함께 도시락을 들고 다니며 현장 응원을 펼쳤다”고 회상하는 이승엽의 부친 이춘광씨(59)는 “병석에 있는 아내를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승엽이가 꼭 우승컵을 안아왔으면 좋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한재성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