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월드컵에서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인 히딩크 감독. | ||
2002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 히딩크 감독과 소속팀인 PSV 에인트호벤과의 재계약이 불투명해지면서 그의 국가대표팀 감독 복귀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포스트 히딩크’ 체제인 쿠엘류 감독의 부진과 맞물려 상당수 팬들이 히딩크 감독에 대한 향수에 젖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어서 ‘히딩크 복귀설’은 축구계의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전문가’인 축구인들은 히딩크 감독의 대표팀 복귀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프로축구팀 감독들과 대표팀 선수 및 축구협회측의 의견을 들어봤다.
히딩크 감독의 ‘한국대표팀 복귀론’은 네덜란드에서 촉발됐다. PSV가 감독직 3년 연장계약을 거부하고, 사실상 일선에서 물러나는 기술총괄책임자 자리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히딩크 감독의 한국행 가능성이 제기된 것. 물론 히딩크 감독은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 언급을 피하고 있고, 축구협회에서도 공식적인 논의가 없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트 히딩크’ 체제인 쿠엘류 감독의 성적이 신통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2006독일월드컵 사령탑으로 다시 히딩크 감독을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쿠엘류 감독은 오는 7월 아시안컵까지만 축구협회와 대표팀 감독으로 계약한 상태로 재계약을 맺어야 2006월드컵까지 지휘봉을 잡을 수 있다.
국내 축구 지도자들은 대체적으로 히딩크 감독의 복귀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기자의 질문에는 상당히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김정남 감독(울산 현대)은 “그런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독일에서 전지훈련중인 차범근 감독(수원 삼성)도 “의견을 밝히고 싶지 않다”며 언급하기를 꺼렸다.
프로축구팀 감독들이 이처럼 히딩크 감독 복귀 문제에 대한 언급을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는 복잡하게 얽힌 축구계의 역학관계 때문이다. 축구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축구지도자들은 히딩크 복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 하지만 팬들의 이목과 협회와의 관계 등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드러내놓고 말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조윤환 감독(전북 현대모터스)의 경우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히딩크 감독의 복귀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감독은 “많은 돈을 주고 외국 감독을 영입할 경우 되도록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국축구가 업그레이드될 텐데 다시 히딩크 감독을 데려온다면 더 이상 새로울 게 없지 않겠느냐”며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또 조 감독은 “지금의 쿠엘류 감독도 능력이 있는 분이고, 대표팀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기대를 높이면서도 “기회가 된다면 국내 지도자들에게도 대표팀 감독직이 오픈되고 외국인 감독만큼 지원과 권한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다른 한 지도자는 익명을 전제로 “팬들이 쿠엘류 감독을 욕하지만 사실 히딩크 감독 시절 협회가 지원해준 것의 절반도 지원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면서 “일단 힘을 실어준 다음에 비판이든 칭찬이든 해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국내 지도자들은 대체로 히딩크 감독 복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강했다. 특히 2002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에게 전례 없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축구협회가 다른 국내 지도자들에겐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했다. 2002월드컵에서 활약하고, 현재 쿠엘류 감독 밑에서 국가대표로 선발된 한 노장 선수는 “감독 선임 문제를 선수가 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면서도 “지금은 쿠엘류 감독을 지지해줄 때이지 흔들어서는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선수는 “다시 히딩크 감독이 온다면 선수들도 혼란스럽고,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축구협회 가삼현 국제국장은 “히딩크 감독의 복귀 이야기는 나도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다”며 “협회 차원에서는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가 국장은 “복귀 이야기는 네덜란드 현지 언론에서 흘러나온 PSV의 내부 문제 때문에 불거진 것이지 우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현지에서 히딩크 감독과 만난 것과 관련해서 가 국장은 “저녁을 먹으면서 박지성, 이영표의 대표팀 차출문제를 논의했을 뿐”이라며 “복귀와 관련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나누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안순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