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 연기로 로보틱스 희소성 약화…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변수 가능성
본업인 자동차 부문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로봇 경쟁사들의 연이은 상장 추진으로 주가 리레이팅을 이끌었던 ‘희소성 프리미엄’마저 상실될 위기다. 대형 기업공개(IPO·상장)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시나리오에 변수가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진한 주가에 7월 들어 키움(75만→70만 원), LS(83만→72만 원), 유진(100만→90만 원), 대신(77만→74만 원), 신한(87만→78만 원), 다올(100만→80만 원) 등 주요 증권사들이 현대차 목표가를 줄줄이 낮췄다. 현대모비스 또한 목표가 하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모비스의 실적 추정치는 그대로 두고도 “현대차 등 동종업계 밸류에이션 하락을 반영한다”며 목표주가를 90만 원에서 79만 원으로 12% 내렸다.
투자심리를 짓누르는 근본 원인은 완성차 사업의 불투명한 실적이다. 현대차 1분기 영업이익은 2조 5147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0.8% 줄었다. 당시 실적 부진에도 관세(8600억 원)·환율(2700억 원)·인센티브 증가(3000억 원) 등 일회성 외부 변수가 원흉으로 지목되며 ‘일시적 부진’이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2분기에는 고환율 속 이란발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유가 불안에 전기차 캐즘, 3월 부품 협력사 화재로 인한 생산 차질까지 겹치며 실적 방어선이 무너질 전망이다. 증권가는 현대차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 안팎 줄어들고 차량 판매량도 99만 대선으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만 대를 밑돌 것으로 본다.
#어질리티·유니트리의 상장…소멸하는 희소성
올해 상반기 부진한 실적에도 주가를 끌어 올린 촉매는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나스닥 상장 기대감과 전사적인 로보틱스 전환이었다. 그러나 이르면 연내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던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 시점은 일러야 2027년 하반기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가 IPO 시기를 저울질하는 사이 경쟁사들은 선수를 치고 있다. 아마존·구글·엔비디아·오픈AI 등의 투자를 받은 미국 휴머노이드 스타트업 어질리티로보틱스는 6월 말부터 스팩(SPAC)인 처칠캐피털XI와 합병으로 미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기업가치는 약 25억 달러, 조달 규모는 6억 2000만 달러 이상으로 알려졌다. 순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증시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유니트리가 이르면 3분기 중 상장할 전망이다. 목표 기업가치는 10조 원 안팎으로, 중국 최초로 상장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자본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에 관심을 갖던 이유 중 하나는 ‘미국계 휴머노이드 전문 기업’이라는 희소성이었다. 어질리티로보틱스의 재빠른 움직임으로 희소성 프리미엄이 사라지며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훗날 상장하더라도 시장이 기대하던 100조 원 이상의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기는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진다.
#지배구조 개편 꼬일까?
정의선 회장은 2020년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할 당시 사재 약 2400억 원을 투입해 지분 20%를 개인 명의로 확보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으로 현금을 확보한 뒤 승계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추측해왔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 규모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다면 정 회장이 지분 매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금 규모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대차로서는 상실되어 가는 로보틱스 시장 주도권을 되찾고,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에 비판적인 일부 소액주주를 납득시킬 주주환원책까지 함께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8월 말 최고경영자 투자설명회(CID)에서 나올 신차·주주환원 전략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며 “이 방정식을 풀지 못하면 현대차그룹의 미래 청사진과 지배구조 완성은 안갯속을 헤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journalist@ilyo.co.kr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