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의 어머니 김영자 씨가 쓴 ‘별들의 탄생 신화’는 눈물의 연속이었습니다. 연재를 꼼꼼히 챙겨 읽으신 독자라면 아들을 훌륭한 축구 선수로 키운 뒷얘기보다 김 씨의 삶, 곡절 많은 인생사가 더 많이 소개됐음을 눈치 챘을 겁니다.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집안의 가장이자 유일한 생업 종사자이며 엄마였던 김 씨로선 네 아들 중 축구 선수 아들만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여건과 여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따라서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 씨의 뒷바라지 스토리처럼 축구 선수를 성장시키는 비하인드 스토리만을 담아내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김 씨는 ‘설기현의 엄마’가 좀 더 똑똑하고 배운 여자였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며 고개를 숙입니다. 그러나 김 씨가 아니었다면 프리미어리그를 질주하는 축구 스타 설기현은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아들에게 신세질까봐 날마다 독립을 꿈꾸는 어머니, 아픈 허리만 나으면 손수 일을 해서 다른 아들 장가 보내길 소원하는 어머니, 다른 축구 선수 부모들 앞에서 ‘자신은 축구를 전혀 모른다’며 겸손을 내보이지만 설기현의 장단점만은 가장 정확히 꿰뚫고 있는 어머니가 김영자 씨입니다. 모든 운동 선수들의 아버지도 위대하지만 설기현의 어머니는 또 다른 ‘색깔’과 ‘사연’으로 존경할 만한 분이었습니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