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안타, 양준혁도 부러워하는 기록

프랑코(58년 개띠) 형, 노익장 비결이 뭐유?

	▲ 지난 9일 양준혁이 프로야구 최초로 2000번 째 안타를 친 후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걸 갖추고도 딱 하나 빠진 걸 아쉬워하는 게 사람이다. 야구 선수들도 비슷하다. 그래서 ‘양신(梁神)’에게도 한이 남아 있다. 삼성 양준혁이 지난 6월 9일 잠실 두산전에서 한국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개인통산 2000안타를 달성했다. 만 38세의 이 타자는 93년 데뷔 후 14시즌 남짓한 기간을 뛰며 대기록에 도달했다. 이밖에도 최다안타, 최다4사구, 최다타점, 최다루타, 최다득점 등 타격 부문에서 대부분의 통산 기록을 매일매일 갈아치우고 있다. 타격의 달인이자 마치 신과도 같다고 하여 ‘양신’이란 닉네임을 얻은 양준혁. 그러나 그가 부러워하는 기록도 있다.

93년 삼성에 입단한 양준혁은 그 해부터 LG 시절인 2001년까지 9년 연속 3할대 타율을 기록했다. 2002년 삼성으로 이적한 뒤 자연스럽게 양준혁의 10년 연속 3할이란 전무후무한 기록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그해 양준혁은 생애 처음으로 장기 슬럼프를 겪으며 정규시즌에서 391타수 108안타, 타율 2할7푼6리에 그쳤다. 10년 연속이 물 건너가는 순간이었다.

런데 요즘 KIA 장성호가 양준혁 이후 5년 만에 같은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영남대를 졸업한 양준혁과 달리 충암고 졸업 후 96년 곧바로 프로에 뛰어든 장성호는 97년까지 3할을 치지 못했다. 98년부터 3할대로 접어든 장성호는 지난해까지 9년 연속 3할을 기록했다. 올시즌에도 55게임을 치른 지난 6월 12일 현재 타율 3할2리를 마크했다. 장성호가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10년 연속 3할 타율을 달성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 장성호(왼쪽), 송진우

그양준혁은 평소 “거 참, 2002년에만 3할 쳤으면 진짜 좋았을텐데”라는 말을 툭툭 내뱉곤 했다. 타자로서 거의 모든 누적 기록에서 독보적인 성을 쌓았지만 10년 연속 3할에 도달하지 못했던 기억은 결국 평생의 한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더욱이 장성호의 달성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 되자 더욱 부러워하는 눈치다.

양준혁의 통산 2000안타와 자주 비교되는 투수 부문 기록이 바로 한화 송진우의 통산 200승이다. 지난해 통산 201승을 쌓은 뒤 송진우는 올시즌에는 팔꿈치 부상 탓에 지난 5월 25일에서야 뒤늦게 1군에 복귀했다. 최근 다시 선발 마운드에 오르기 시작했으니 그의 승수 쌓기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66년생 송진우는 만 41세다. 양준혁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극찬하는 대상이 바로 송진우다. 특히 타자의 안타 기록과 달리 투수의 승수는 본인의 노력 외에 팀타선의 도움과 기타 변수가 워낙 많다. 양준혁은 “진우 형은 항상 나에게 자극이 되는 선수”라고 말했다.

	▲ 훌리오 프랑코

양준혁이 부러워하는 또 다른 선수가 있다. ‘58년 개띠’인 뉴욕 메츠의 훌리오 프랑코는 또 다른 자극제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한 시즌을 뛰기도 했던 프랑코는 한국 나이로 쉰 살의 노령임에도 불구하고 빅리그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메이저리그 최고령 홈런과 최고령 만루홈런 기록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프랑코는 비록 주전 라인업에 들지는 못하고 있지만 올시즌에도 지난 5월 5일 애리조나전에서 홈런 한 방을 쏘아 올려 노익장을 과시했다.

양준혁의 꿈은 42세까지 현역으로 뛰는 것이다. 올시즌을 제외하고 4시즌을 더 뛰면 꿈을 이룰 수 있다. 올해 말 삼성과의 계약이 끝나는 양준혁이 4년짜리 다년계약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2년짜리 계약을 두 차례 더 해야 가능한 셈인데 이는 곧 야구선수 양준혁의 마지막 목표라고 볼 수 있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