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인수 땐 ‘수직계열화·독과점’ 우려 방산업계 긴장…경쟁사 LIG 노조도 반대 가세, 10월 국감 쟁점 예고

정부가 KAI 매각 방침조차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한화를 둘러싼 반발부터 커지는 분위기다. 한화가 KAI 경영권을 인수하려면 지분 26.41%를 보유한 최대주주 수출입은행이 지분 매각 방침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은 KAI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KAI 노조는 한국수출입은행이 진행 중인 ‘우주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컨설팅 용역’이 향후 지분 매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지만 수출입은행은 KAI 매각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KAI 회사 측도 현 단계에선 매각 여부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KAI 관계자는 “정부나 최대주주가 KAI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KAI가) 매각 자체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KF-21 납품과 전력화가 예정돼 있고 수출도 이어지고 있다. 당기순이익이 계속 나고 있는 상황에서 KAI 스스로 매각 필요성을 제기할 명분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KAI 노조가 한화를 경계하는 배경엔 빠른 지분 확대가 있다. 기존에 KAI 지분 3.32%를 보유했던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분을 빠르게 사들였다. 지분 매입 규모만 2조 2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01% 등 총 15.89%를 확보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월 한화의 지분 취득을 승인했고 한화그룹은 수출입은행에 이은 2대 주주가 됐다.
방산업계에서는 정부도 KAI 민영화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화그룹 역시 KAI 경영권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방산업체들이 대형화하는 추세인 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진, 한화시스템의 항전 장비, KAI의 전투기와 헬기 등 완제기 개발 역량을 합쳐 패키지 수출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방산업체들은 덩치가 크고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한화도) 장기적으로 경영권 인수를 희망하는 분위기로 본다”고 밝혔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방위산업은 태생적으로 독과점인 산업일 수밖에 없다”며 “몸집을 불려야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지난 7월 KAI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하기도 했다.

한화의 KAI 경영권 인수 문제는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일반증인 신청 명단에는 김동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수석부회장과 김종출 KAI 사장, 신익현 LIG D&A 사장이 포함됐다. 아직 여야 간사 협의가 진행 중이라 실제 채택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증인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한화의 KAI 지분 확대와 민영화 안건은 국감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한화가 지분을 더 매입한다고 하면 공정위 결합 심사 등 제도적인 장치가 완비돼 있긴 하다. 하지만 현재 한화가 어떤 목적으로 KAI 지분을 사들이는지는 이유가 명확하다”며 “방산업계는 특성상 1~2년 투자했다고 해서 바로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방산기업 독점화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증인이 채택되지 않더라도 국방부 장관이나 방사청장 등을 상대로 국감 때 질의를 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양 노조는 KAI가 기술력과 가격을 중심으로 협력업체를 선택할 수 있는 독립성과 공정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산업계 다른 관계자는 “처음에는 정부가 독과점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를 내놓을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 관련 생태계가 무너지면 결국 한화가 부르는 조건을 정부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방위산업은 국가를 상대로 한 계약인 만큼 그 부담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짚었다.
LIG D&A는 정밀유도무기·감시정찰·지휘통제·항공전자 등 다양한 첨단 무기체계 사업을 펼치는데 한화와 겹치는 사업 영역이 적지 않다. 최근 KF-21에 실을 장거리공대공유도탄 개발사업 입찰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 D&A·현대로템 컨소시엄이 맞붙었다. 곽상훈 실장은 “LIG와 한화는 미사일과 항전 등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LIG 입장에서는 생존권과도 연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화그룹 관계자는 “K-방산 경쟁력 강화와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발전 그리고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기여하기 위해 KAI와의 지속적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경영 참여 여부는 항공·우주 분야 협력 속도와 필요성 등에 맞춰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