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 1.5% 대출 시행 뒤 10억 안팎 중소형 젊은 직원 문의 이어져…15억~20억대 동탄역 인근은 아직 잠잠
[일요신문] 삼성전자가 무주택 임직원에게 최대 5억 원을 연리 1.5%로 빌려주는 사내대출을 시작하면서 경기 화성 동탄 부동산 시장의 가격대별 온도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10억 원 안팎의 외곽 중저가 단지에서는 삼성전자 직원들의 매수 문의와 거래가 이어지고 저가 매물도 빠르게 줄고 있지만, 15억~20억 원을 웃도는 동탄역 인근에서는 실제 대출을 활용해 접근할 수 있는 수요층이 제한돼 거래가 뜸한 모습이다. 동탄 집값 상승으로 일부 매수자는 오산·병점까지 눈을 돌리는 가운데 현지 중개업소들은 연말·연초 성과급 지급 이후 매수세가 더 높은 매물대로 번질지 주시하고 있다.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왕배산 인근에 위치한 중흥S클래스 에듀하이 아파트 전경. 사진=김정민 기자#외곽 중저가부터 거래 회복…저가 매물 빠르게 소진
9월 22일 방문한 동탄 카림상권 인근 동탄역센트럴푸르지오에서는 매수층의 연령까지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현장 중개사는 “지금은 1992년생 전후 30대 분들이 많이 사러 오시는 것 같다. 신혼부부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찾는 전용 59㎡ 안팎의 25평형은 중개업소가 제시한 가격이 10억 8000만~11억 원 수준이었다. 앞서의 중개사는 “대형 평형은 팔고 싶을 때 바로 팔기 어렵지만 25평형은 신혼부부 수요가 꾸준해서 환금성이 좋다. 지금 가장 거래가 활발한 평형”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움직임의 배경에는 삼성전자가 새로 마련한 주택자금이 있다. 삼성전자는 9월 1일부터 무주택 임직원을 대상으로 주거안정 지원 대출을 시행했다. 매매자금은 최대 5억 원으로 개인 부담금리는 연 1.5%다. 매입 주택 가격은 25억 원 이하이며 수도권에서는 전용면적 85㎡ 이하가 대상이다. 3년을 거치한 뒤 10년 동안 갚는다. 대출 실행일 기준 본인과 배우자 모두 주택·분양권·입주권·오피스텔을 보유하지 않아야 한다.
대출이 시행될 당시 동탄 집값은 이미 상당히 오른 상태였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 동탄구 아파트값은 9월 첫째 주까지 올해 17.5% 상승했다. 정부는 7월 1일부터 동탄구를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7월 5일부터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특히 동탄역보다 가격이 낮은 외곽 단지는 상반기부터 가격이 빠르게 뛰었다. 왕배산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선거일을 기점으로 변두리도 1억 5000만~2억 원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목동 호반센트럴포레는 올해 초 6억 원 초반에 거래되던 매물이 빠르게 소진된 뒤 최근 거래가격이 7억 원대 후반까지 올라왔고, 하우스디더레이크 등 호수공원 인근 단지도 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설명이 나왔다.
동탄역 인근 이정헌 공인중개사는 외곽 지역 거래량이 규제지역 지정 이전 수준에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탄 전체에서 토지거래허가 신청이 하루 20건씩 들어오는 날도 있고, 9월에는 300건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본다”며 “특히 10억 원 이하에서 거래가 활발하고 최저가 매물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10억 원 안팎 단지를 사내대출 5억 원에 보유 현금과 추가 대출을 더해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로 보고 있었다. 앞서의 동탄역센트럴푸르지오 인근 중개사는 “아직 무주택자인 직원들은 연차가 낮고 자기자본이 2억~3억 원 정도인 경우가 많다”며 “사내대출 5억 원에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을 2억 원 정도 추가로 활용해 자금을 맞추는 경우를 상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수지역은 인근 지역까지 넓어지는 추세다. 이 중개사는 “웬만하면 동탄 테두리 안에 들어오려고 하지만 자금이 부족하면 오산이나 병점을 차선으로 선택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동탄 집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인접 지역으로 매수 범위가 넓어지는 움직임은 거래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동탄구 거주자의 오산·병점 부동산 매수자는 올해 2~6월 월평균 65명에서 7월 133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8월에도 75명으로 규제 이전 월평균을 웃돌았다. 병점역아이파크캐슬 전용 84㎡는 6월 말 7억 7000만 원에서 8월 말 9억 3800만 원까지 올라 신고가를 기록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역 인근에 위치한 롯데캐슬. 사진=김정민 기자#20억 원대 동탄역 인근은 잠잠…“대출 대상층 생각보다 얇아”
반면 동탄역 바로 앞 고가 단지는 분위기가 달랐다. 동탄역 롯데캐슬 33~34평형은 6월 22억 5000만 원에 최고가를 기록한 뒤 동일 평형의 후속 거래가 없었다. 매물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집주인들이 높은 호가를 제시하면서 거래가 빠르게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현장 설명이다. 인근 중개사는 “사내대출을 받아서 오려는 문의는 있었지만 첫 집을 사는 젊은 분들이 접근하기에는 어렵다”며 “지금은 고가 단지보다 중저가 쪽에서 거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캐슬 인근 동탄역린스트라우스도 7월과 8월 매매 신고가 없다가 9월 9일 전용 84.27㎡가 15억 2000만 원에 거래됐다. 5월 같은 면적은 14억~15억 원에 거래됐다. 두 달간 거래가 끊겼다가 9월 들어 한 건이 다시 신고된 셈이다.
이정헌 공인중개사는 사내대출이 생겼어도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직원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그는 “무주택자 중심이다 보니 대상층이 생각보다 얇다. 가격이 너무 비싸도 안 되고 대출 이후 한 달 안에 입주해야 해서 세입자가 있는 물건은 일정 맞추기가 쉽지 않다”며 “삼성전자 사내대출이 선순위로 잡히는 만큼 은행 대출까지 같이 쓰려면 담보 순위도 따져봐야 한다. 이런 조건을 맞춰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매수자들의 결정 속도도 상반기보다 느려졌다. 규제지역 지정 직전에는 관심을 둔 매물이 금세 팔리거나 호가가 오르면서 서둘러 계약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규제지역 지정과 세제 개편까지 마무리되면서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줄었고, 최근에는 한두 달씩 여러 매물을 비교한 뒤 매수를 결정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위치한 힐스테이트동탄 전경. 사진=김정민 기자매도자도 가격을 쉽게 낮추지 않았다. 힐스테이트동탄 인근 중개사는 “집주인들은 딱 받고 싶은 금액이 있어 그 아래로는 팔지 않으려고 한다”며 “매수자들은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라 상투를 잡는 것 아닌가 고민하면서 이제는 조금씩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다음 매수 자금으로 삼성전자 성과급을 주시하고 있다. 사내대출은 무주택 여부와 주택 가격·면적 등 이용 조건이 있어 매수층이 제한적인 반면 성과급은 별도의 주택 구입 요건과 연동되지 않아 임직원의 자금 여력을 넓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장에서는 연말·연초 추가 자금이 들어오면 현재 외곽에 집중된 매수세가 더 높은 가격대로 번질 가능성을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근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연리 1%대 사내대출은 주택 구매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여기에 억대 성과급까지 지급되면 주변 지역으로 매수세가 더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탄은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지정돼 정부가 추가로 꺼낼 수 있는 규제 수단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작 평택 고덕은 왜 조용한가 “광역 통근버스가 너무 좋아서…”
“삼성이 잘되는 것과 우리하고는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가까운 고덕국제신도시에서 만난 공인중개사의 말은 단호했다. 동탄에서는 삼성전자 사내대출을 이용하려는 젊은 직원들이 집을 보러 다녔지만 이곳에서는 비슷한 움직임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했다. “사내대출 효과는 고스란히 동탄에 갈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경기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고덕 센트럴 전경. 사진=김정민 기자중개사가 가장 먼저 지목한 원인은 통근버스였다. 오후 4시부터 7시 사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 가면 직원들을 태운 버스가 잇따라 빠져나온다고 했다. 수원 등에서 광역 통근하는 직원이 적지 않아 평택에 직장이 있어도 반드시 이곳에 집을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전자의 출퇴근 시스템이 너무 좋고 직원들은 직주근접 외에도 자산가치가 있는 집을 찾기 때문에 평택에 머물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거래에서도 고덕 전역의 회복세는 확인되지 않는다. 고덕국제신도시 포레스트자이 전용 84㎡는 9월 5억 6000만~5억 8200만 원에 거래됐다. 2021년 최고가 9억 원과 비교하면 35% 이상 낮다. 고덕국제신도시파라곤 전용 84㎡도 2021년 9억 8000만 원까지 거래됐지만 올해는 6억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평택시 미분양 주택은 7월 말 3511가구로 집계됐다.
기존 미분양에 이어 평택의 대규모 개발사업자인 꼽히는 브레인시티에서는 신규 입주 물량까지 쏟아지고 있다. 1700가구 규모 첫 아파트가 8월 입주를 시작한 가운데 전용 84㎡ 분양가가 약 4억 7200만~5억 2600만 원이었던 단지에서 분양가보다 6000만 원가량 낮은 매물까지 등장했다. 분양권에 웃돈이 붙기는커녕 계약자가 손실을 감수하고 분양가보다 싸게 내놓는 이른바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매물이다.
인근 다른 중개사는 “매도 물건이 수십 건이 넘게 올라와 있는데 집을 사겠다는 문의는 드물다. 집주인들은 팔고 싶어 하는데 매수자는 대출도 막혀 있고, 조금만 가면 가격을 낮춘 새 아파트가 있으니 굳이 여기서 사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택이 삼성전자 효과를 전혀 경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평택캠퍼스 공사가 한창이던 시기에는 공사인력이 머물 숙소를 찾으면서 임대료가 3배 가까이 뛰었다. 그러나 공사가 끝나면서 숙소 수요도 함께 감소했다. 삼성전자 직원들도 사업장 내부에서 식사 등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주변 상권이 침체됐고, 평택에 정착하는 주거 수요 역시 뚜렷하게 늘지 않고 있다는 게 현장 중개사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급 부담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반등할 여지는 있다고 본다. 미분양이 소진되고 이후 주변 지역의 상승세가 확산되면 매수세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