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 많아지니 자신감도 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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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환(왼쪽)과 박상오.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정지원(정): 박상오, 김영환의 팀 내 위상이 시즌 초반과 막바지인 지금, 완전히 달라졌어요.
박상오(박): 초반에는 잘 해야겠다는 부담이 너무 컸고 출전 기회가 적어서 적응이 안됐는데 많이 뛰다 보니까 한결 여유가 생겼고 시야도 넓어져서 자신감이 조금 붙었어요.
김영환(김): 저도 초반엔 뛸 기회가 적어서 자신감이 없었어요. 또 감독님께서 수비를 강조하셔서 거기에만 치중하게 됐고 공격은 엄두도 내지 못했죠. 제 자신에게 실망감만 더 커졌는데 출전기회가 늘어나고 공격이 되다 보니까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정: 역시 신인들은 프로무대 첫 해가 무척 버겁나 봐요?
박: 처음엔 신기성, 양희승, 송영진, 조동현 등 유명한 선배들하고 함께 뛴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담이 컸죠. 하지만 타 팀 선수들과 매치 업을 이루며 경쟁하다 보니 더 열심히, 더 열정적으로 뛰는 선수들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김: 고려대 시절엔 플레이가 저를 위주로 돌아갔었는데 프로에서는 형들에게 제가 맞춰야 해서 참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팀의 틀 안에 저를 맞추다 보니 서서히 적응이 됐어요.
정: 박상오는 모비스 함지훈과 중앙대 졸업 동기죠?
박: (함)지훈이는 대학시절부터 같이 호흡을 맞췄고 친했죠. 전화통화 하면서 “넌, 잘 나가서 좋겠다”는 말도 많이 했어요.
정: 김영환도 예전부터 KT&G 양희종과 자주 비교 됐는 데…
김: (양)희종이는 수비가 강하고 다른 선수들을 많이 살려주는 스타일이죠. 신장도 있고 파워도 강해서 가드와 포워드의 역할을 능숙하게 해내며 금세 부각됐어요. 전 양희승, 송영진 등 공격을 더 잘하는 형들이 많다 보니 쉽게 눈에 띄기 힘들었어요.
정: 박상오는 대학을 휴학하고 군에 입대했는데 왜 그랬나요? 선수에게 군 입대는 치명적이지 않나요?
박: 대학 2학년까지 자리를 못 잡았어요. 당시 송영진, 김주성, 석명준, 손준영 등 쟁쟁한 멤버들이 즐비했던 상황이라 경기에 뛸 기회가 없었어요. 제 동기들도 저보다 더 잘했고요. 결국 농구가 아니면 할 게 없겠다 싶어서 자원해서 군에 입대했죠. 그런데 전역을 한 달 앞두고 어머니께서 면회를 오셨어요. 광신고 은사님이 제게 다시 농구를 시키고 싶다고 전하시더라고요. 고민 끝에 중대에서 테스트를 받게 됐죠. 당시 몸이 만들어지지도 않았었는데 생각보다 잘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시 기회를 얻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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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물론이죠. 하지만 제가 군에서 전투식량 담당 창고병을 맡았어요. 하루에 12kg짜리 박스를 1만 개나 나르다 보니 특별한 웨이트 트레이닝이 필요 없더라고요(웃음). 또 제가 속했던 사령부에는 하부에 대대가 많았어요. 결국 시도 때도 없이 축구 경기를 하게 됐죠. 키가 크고 힘이 세다 보니 대표 선수로 뽑혔고요. 하기 싫어도 끌려 다니면서 하루 2~3시간씩 주 5일을 뛰니까 체력은 오히려 더 강해진 것 같아요.
김: 지금 상오 형 얘기를 들으니까 문득 ‘나도 빨리 군대 갔다 올 걸’ 하는 후회가 드네요(웃음).
정: 두 선수가 룸메이트라고 하는데 에피소드 좀 공개하시죠.
박: 영환이가 깔끔한 편은 아니고요(웃음), 항상 저보다 먼저 잠들죠. 영환이는 여성 팬들이 많아서 선물을 많이 받는 편인데 주로 먹을 것은 제 입으로 들어가요(웃음). 선물을 받을 때는 정말 매너있게 “고맙다”고 하던데 거기서 여성들이 매료되는 것 같아요. 훌륭한 매너가 인기의 비결이라고 봐요.
정: 박상오는 여성 팬들에게 인기가 없나요?
김: 절대 아니거든요(정색하며)! 오죽하면 ‘무한상오교’ 교주겠어요.
정: 무슨 뜻이죠?
김: 박상오를 영원히 사랑하는 종교예요(웃음).
박: 그런데 문제는 신도들이 몇 명 없다는 사실이죠(다들 폭소).
올해 부산 KTF는 리더 신기성에 대한 과부하와 주득점원 양희승, 송영진에 외국인 선수 켄드릭까지 줄부상을 당하면서 베스트 멤버들이 동시에 뛸 수 없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그 결과 플레이오프의 꿈은 점점 현실과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박상오와 김영환, KTF의 쌍두마차는 이미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줬다. 두 선수가 있기에 KTF의 내년 시즌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부산=엑스포츠 아나운서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