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안 됐으면 벌써 죽었어”

건망증 땜에 시합 전날 밤 주차한 승용차 못 찾기도

삼성 김응용 사장은 현역 감독 시절 희한한 건망증에 시달렸다. 본래 기억력 좋기로 유명했던 그였지만 이상하게도 전날 밤 주차해둔 승용차의 행방을 몰라 아파트 근처를 몇 차례나 빙빙 돌곤 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의 자가 진단으론 이것도 일종의 직업병이었다. 모든 생활 자체가 야구에 집중되다보니 기타 중요하지 않은 일은 머릿속에 넣어두고 싶지 않은 것이다.

김응용 사장이 감독에서 물러나 사장으로 취임한 뒤의 일이다. 김 사장은 “나, 사장 안 됐으면 벌써 죽었어”라고 말했다. 사장에 취임하고 나서 십수 년 만에 건강검진을 했는데 대장에서 폴립(대장 용종)이 잔뜩 발견된 것이다. 방치했으면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다행히 간단하게 제거해서 별 탈이 없었다. 김 사장은 현역과 감독 시절 “운동선수는 고기를 많이 먹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힘을 쓴다는 논리에서였다. 그러나 폴립 제거 수술을 받은 뒤에 김 사장은 고기를 거의 먹지 않고 주로 채식으로 식단을 바꿨다. 덕분에 요즘 감독 시절에 비해 한결 몸이 가벼워졌다고 한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