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계약 파문 ‘’김승현‘’ 막나간 까닭은

코트의 ‘여우’ 협상 테이블선 ‘곰’

	▲ 임준선 기자 [e-mail]

2009년 7월을 뜨겁게 달궜던 ‘김승현 이면계약 파문’이 일단락됐다. 한국농구연맹(KBL)은 7월 29일 ‘2009~10시즌 연봉조정 당시 김승현이 제출한 별도의 계약관련 문건’에 대한 재정위원회를 열고 대구 오리온스와 김승현 간에 매년 10억 5000만 원씩 5년간 총액 52억 5000만 원의 이면계약이 있었음을 공식 발표했다. 김승현에게는 2009~10시즌 개막 시점부터 2라운드 동안 총 18경기 출전정지 및 1000만 원의 제재금이 부과됐다. 또 오리온스 구단은 3000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받는 동시에 종전 이면계약의 효력이 정지됐다. 이로써 “이면계약은 없다”며 모든 농구팬들을 상대로 사기극을펼친 오리온스와 김승현은 당분간 비난의 화살을 면치 못하게 됐다. 시종일관 무책임한 언행과 시간끌기로 빈축을 샀던 KBL 역시 ‘역시 결론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농구팬들의 질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믿는 구석은 무엇이었나

역시 가장 큰 의문점은 “결국 이렇게 될 거면서 오리온스와 김승현은 왜 그렇게 경솔하게 행동했나”다. 김승현이 2006년 총액 52억 5000만 원에 5년 계약을 했다는 사실은 농구계 전반에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이후 허리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 못한 김승현이 언젠가 구단으로부터 철퇴를 맞을 것이라는 예상 또한 그리 놀랄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김승현이 대기업 ‘오리온’을 모기업으로 하는 구단을 상대로 철저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상식적으로 볼 때 오리온스 구단은 “계약서고 뭐고 더 이상은 돈 못 주겠다. 소송 하려면 해라” 식의 ‘막가파식’ 행동을 했다. 동료 선수와 언론 등 농구계 전반에서 이미 ‘공공의 적’이 될 정도로 인심을 잃은 김승현이 아니었다면 당연히 선수의 편을 들어주는 분위기가 형성됐어야 했다.

김승현을 오랫동안 지켜본 한 지인은 “오리온스는 설사 민사소송까지 가더라도 잔여연봉을 100%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미리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반면 김승현과 아버지 김찬호 씨는 민사소송으로 가면 당연히 승소할 것으로 판단했다. 물론 은퇴를 불사한 각오였다. 이 부분에서 “최악의 경우 은퇴를 하더라도 중국리그 등 해외로 진출하면 지금보다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지인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 ▲ KBL 연봉조정 관련 재정위원회에 참석한 김승현. -뉴시스

#왜 극단으로 치달았나

사실 김승현은 2년 전부터 허리에 이상을 느끼고 수술을 받고자 했다. 그러나 50억 원이 넘는 계약서에 사인을 해준 구단 입장에서 김승현에게 수술을 받게 하고 한 시즌을 통째로 쉬게 할 수는 없었다. 10억 5000만 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1년 내내 병원에서 혹은 벤치에만 앉아있다면 구단 관계자 중 누구 한 명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구단 입장에서도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허리부상에도 골프장에 드나들고 강남 한복판 클럽에서 자주 목격될 만큼 자유분방한 김승현이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는다 해도 성실하게 재활에 임해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도 어려웠다.

결국 김승현은 갈수록 악화되는 허리를 부여잡고 뛸 수밖에 없었다. 김승현은 오리온스와 연봉 공방을 벌이던 도중 “내 허리부상은 구단도 책임이 있다”고 항변했다. 이런 생각이 점점 깊어지던 도중 심용섭 단장이 “이전 계약서는 전(前) 단장과 체결한 것이니 더 이상 효력이 없다”고 막무가내로 우기고 나서니 이성을 잃을 만도 했다.

결국 김승현은 KBL 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이면계약서를 던지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하고 만다. 누가 봐도 “혼자서는 죽지 않겠다”는 식의 행동이다.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구단에게도 씻지 못할 상처를 안기겠다는 각오였다.

김승현은 이처럼 극단적인 행동을 모두 저지른 뒤에 자신이 민사소송을 통해서도 100% 잔여연봉을 받기 힘들고 구단과 연맹의 동의 없이는 해외진출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