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국 텍사스와 계약 그 후

이 악물고 무한도전

지난 1월 25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입단 계약을 맺은 류제국(27). 계약 전에는 내심 메이저리그 초청 선수의 신분으로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기 바랐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텍사스 측에서는 지난 2년간 부상으로 쉰 선수에게 초청 선수의 자격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3월 7일 합류하는 스프링캠프에서의 활약상에 따라 트리플A로 갈지, 더블A로 갈지, 그것도 아니면 다시 방출당할지 결정된다는 에이전트의 말에 류제국은 잠시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세 차례의 방출을 경험했고 한 시즌 동안 팀이 없는 상태에서 혼자 재활 훈련을 했던 그는 자신에게 처한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처음에 에이전트로부터 텍사스와 계약이 성사됐다는 말을 듣고는 정말 기뻤다. 그런데 그 기쁨이 딱 하루짜리였다. 계약 내용을 들어보니까 너무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조건을 듣고, 새삼 현실이 서글프기도 했고, 겨우 이 정도의 계약을 하려고 그렇게 고생하면서 재활 훈련을 했었나 싶었다. 그러나 바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팀이 없을 때는 돈은 안 받아도 좋으니까 팀만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고, 뛸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류제국은 계약 직후 애리조나에서 추신수와 만나 자신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고 한다. 추신수는 류제국이 안고 가야 하는 조건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걱정을 많이 나타냈지만 그래도 야구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내 입장에선 신수 형이 너무 부럽다. 그러나 신수 형도 나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용기도 갖고 포기하고 싶지 않다. 류제국이 더 이상 실패한 선수, 불쌍한 선수로 비춰지지 않도록 도전해 볼 것이다.”

류제국은 며칠 전부터 텍사스 레인저스 훈련장에 나가 운동을 시작했다. 이전과 달리 구단 측에 성실한 모습과 야구에 대한 간절함을 드러내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모든 ‘계급장’을 뗀 마이너리그 선수 류제국의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이영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