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체 금복주가 60년간 ‘결혼한 여직원은 회사를 나가야 한다’는 등 성차별적 인사 관행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금복주 홈페이지 캡처
국가인권위원회는 지주회사 금복홀딩스와 금복주 등 4개 회사에 대한 직권조사를 벌인 결과 성차별적 고용인사 관행이 확인돼 시정을 권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인권위는 이 업체에서 홍보팀 디자이너로 일하던 여직원 A 씨가 결혼 계획을 회사에 알리자 퇴사 압력을 받았다며 지난 1월 진정한 사건을 조사하던 중 이 업체의 성차별 관행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정황을 확보, 직권조사를 벌였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들 회사는 1957년 창사 이래 현재까지 약 60년 동안 결혼하는 여성 직원을 예외 없이 퇴사시키는 관행을 유지해왔다. 기혼 여성이 사무직으로 근무할 경우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복지비용은 더 많이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퇴사를 거부하는 여성에게는 근무환경을 적대적으로 만들거나 부적절한 인사 조치를 해 퇴사를 강요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지난해 10월 결혼 소식을 회사에 알리자 팀장으로부터 퇴사 압박을 받았다. 그가 퇴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회사 측에서는 지난해 12월 디자이너로 일하던 A씨를 판촉 부서로 발령 냈다. 이후 판촉 부서에서도 주요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등 조직적인 퇴사 압력이 가해지자 그는 지난 3월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이뿐만 아니라 채용과 승진 등에서도 성차별적 인사조치가 확인됐다. 여성 직원은 경리비서 등 직급이 낮은 직무에만 배치하고 원천적으로 승진에서 배제하는 방식이었다. 군복무 기간을 근무기간에 반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학력과 직급이 같더라도 여직원은 남직원보다 2년을 더 근무해야 승진 기회를 갖게 된다. 이 업체의 핵심 직군인 영업직과 관리직은 모두 170명이었으나, 여성은 A씨 1명뿐이었다.
인권위는 이와 같은 관행이 1987년 제정한 남녀고용평등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은 여성 노동자의 결혼을 퇴직 사유로 에정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복주는 인권위 직권조사 중 “여성 직원이 결혼하면 모두 퇴사하도록 했다는 관행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한다. 불합리한 고용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권위는 수십 년 동안 누적한 불합리 규정과 관행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채용·배치·임금·승진·직원복리 등 인사운영 전반에 걸쳐 관행을 개선하고 성평등한 인사운영 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