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vs PD수첩 공방 되돌아보기

‘제보’ 놓고 강압논란

24일 서울대 수의대 강당의 기자회견 후 황우석 교수나 MBC나 모두 여론의 향배를 예민하게 주시했다. 여론은 여전히 황 교수 편이었다. 연구실 주변에서도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곧 황 교수가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성명훈 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은 “황 교수에게 다시 허브 소장직을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여론의 향배에 따라 움직였다. 보건복지부는 황 교수팀의 세계 줄기세포 허브를 특수법인화해 내년에만 1백50억원 정도의 정부 지원을 해주기로 한 종전의 방침에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과학기술부도 올해 황 교수에 대해 연구비 30억원을 포함, 모두 2백75억원이 집행중에 있으며, 내년에도 최고 과학자 명목으로 30억원이 연구비로 지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도 비상집행위회의를 열고 황우석 교수팀의 난자기증 파문과 관련해 황 교수팀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윤리문제를 포함한 생명공학 연구지원 종합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불교계 역시 황 교수의 연구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협찬광고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섰고, 실제 대부분의 광고주들이 “광고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황 교수 윤리 의혹을 촉발시킨 제럴드 섀튼 박사 역시 “황 교수가 연구를 통해 이뤄놓은 과학적 결론은 윤리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코 손상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껏 움츠러들었던 황 교수팀도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은 “에 노트를 제공한 사람은 한때 황 교수팀에서 연구활동을 했던 모 병원 의사 A씨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26일에도 황 교수 지지 분위기는 확산됐다. 난자기증재단 측은 이날 오전 현재 난자 기증 의사를 밝힌 여성이 6백8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주말을 맞아 어느 정도 진정 국면을 보이던 황우석 파문은 휴일인 27일 뜻하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의 인터넷 글로 또한번 논란에 휩싸였지만 전체 대세는 여전히 황 교수의 조속한 연구 복귀를 희망하는 것으로 모아졌다. 해외 여론도 한몫을 했다.

도널드 케네디 <사이언스> 편집장은 26일자로 발간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의 과학적인 가치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분명히 해 논문 취소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AFP통신도 “황 교수 윤리 파장으로 인해 줄기세포 연구에서 한국은 입지가 약해지긴 했으나 결국 이번 파문을 이겨낼 것”이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28일로 상황은 급반전됐다. 한국방송프로듀서 연합회가 성명서를 통해 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고 민주노동당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황우석 스캔들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어 난자기증 논란과 관련한 윤리적 문제를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언론 보도를 통해 팀이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두 번째 의혹을 담은 프로그램을 제작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성과에 대한 검증부분인 것으로 밝혀졌다.

황 교수팀의 일차 대응은 제보자의 불순한 동기를 거론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동아일보> 29일자는 “에 대한 최초 제보자인 A씨는 2002년 황 교수팀에 합류해 2년가량 연구팀의 일원으로 활약했으나 다른 연구원과 잘 융화되지 못해 충돌이 잦았고, 결국은 ‘팀워크’의 문제로 연구팀에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한 섭섭한 감정이 제보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는 황 교수 측의 입장을 전했다.

노 이사장 역시 “미국 피츠버그대에 A씨와 함께 파견된 P연구원은 팀이 지난달 19일 ‘황 교수는 이제 곧 구속된다’ ‘논문도 가짜라는 것이 밝혀질 것이다’ 등의 회유와 협박에 가까운 취재를 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팀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29일 밤에 방영된 프로그램에서 “강압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며 “방송으로 모든 것을 말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자체 검토에서 후속보도에 대한 입장이 정리됐음을 밝혔다.

이때부터 상황은 다시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 후속으로 보도할 의혹이 워낙 메가톤급이기 때문이었다. MBC 주변에서는 “팀이 황 교수 연구팀으로부터 5쌍의 줄기세포와 체세포의 DNA지문 분석을 의뢰한 결과, 2개는 DNA 지문이 일치하지 않았고 3개는 판독불가라는 판정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말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황 교수팀의 일원인 강성근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이 제기하는 의혹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며 “언론이 과학적 검증기관도 아닌데 거기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의혹의 중심에 또다시 선 황 교수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30일 지인을 통해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이젠 평정심을 되찾았다”며 곧 복귀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는 한국 정부가 황우석 교수의 난자 논란을 더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사이언스>는 황 교수의 연구 성과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천명했다. 자칫 국내의 황 교수- 다툼이 해외의 <사이언스>-<네이처> 다툼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12월1일 MBC는 자체 검토를 거친 끝에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기로 한 듯 이튿날 기자회견을 가졌다. 여론에서 “의혹이 너무 커서 어떤 식으로든 해명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모아지면 MBC가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감명국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