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경감에서 명예치안정감까지 승진, 명예국가수사본부장에도 위촉…국민의 기억에 남은 ‘영원한 수사반장’
[일요신문] 영화 ‘살인의 추억’에 형사들이 짜장면을 먹으며 흑백 TV로 드라마를 보는 장면이 나온다. 타이틀곡이 ‘빠라바라밤 빠라바라밤’ 울려 퍼지자 박두만 형사(송강호 분)가 “노래가 좋아 노래가, 처음에 나오는 노래”라고 말한다. 형사들이 피의자 조사를 잠깐 중단하고 함께 시청했을 만큼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는 바로 MBC ‘수사반장’이다.
MBC ‘수사반장’은 1971년 3월부터 1989년 10월까지 18년 넘게 방영됐다. 사진=MBC ‘수사반장’ 방송 화면 캡처‘수사반장’은 1971년 3월부터 1989년 10월까지 18년 넘게 방영됐다. 드라마는 서울시경 특별수사본부 소속 수사관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박영한(최불암 분), 김상순(김상순 분), 조경환(조경환 분), 서호정(김호정 분) 등 네 명의 남자 형사와 여순경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여순경 역할은 김영애, 안옥희, 염복순, 이금복, 오미희, 김화란, 이휘향, 윤경숙, 노경주 등 여러 배우가 맡았다.
주요 출연진 가운데 남성훈을 기억하는 시청자도 많은데, 남성훈은 초대 출연진이 아니다. 서호정 역할을 맡았던 배우 김호정이 1978년 39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 남성훈이 합류하게 됐다.
김상순, 조경환, 남성훈 등은 자신의 본명을 드라마 캐릭터 이름으로 사용했다. 배우 김호정의 캐릭터도 성만 다를 뿐 이름은 같은 서호정이다. 최불암만 박영한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는데 사실 최불암의 본명은 최영한이다. 역시 성만 ‘박’으로 바뀌었을 뿐 이름은 본명 ‘영한’ 그대로다. 참고로 ‘최불암’은 1965년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을 시작할 무렵 이름이 같은 배우가 있어 사용하게 된 예명이다.
‘수사반장’에서 막내 형사 역할을 맡았던 김호정이 드라마 방영 도중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후 합류한 남성훈 역시 막내 형사로 활약하다 2002년 지병으로 별세했다. 이후 조경환이 2012년 간암으로, 김상순이 2015년 폐암으로 사망했다.
김상순 역시 엄밀히 말하면 초대 출연진은 아니다. 당초 배우 박암이 캐스팅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개인 사정으로 하차하면서 김상순이 합류했다. 박암은 1989년 세상을 떠났다.
2026년 10월 29일 밤, 서울시경 특별수사본부를 이끌던 박영한 수사반장을 연기한 최불암마저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사진=사진공동취재단그리고 2026년 10월 29일 밤, 서울시경 특별수사본부를 이끌던 박영한 수사반장을 연기한 최불암마저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이로써 ‘수사반장’의 주요 남성 형사들을 연기한 배우들이 모두 세상을 떠났다. 18년 넘게 안방극장을 지켰던 전설적인 형사들의 모습도 이제 영상으로만 만날 수 있게 됐다.
최불암은 ‘수사반장’의 프리퀄 드라마인 ‘수사반장 1958’에 노년의 박영한 역할로 특별출연했다. 당시 그가 원작 주요 출연진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였다. 사진=MBC 제공2024년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 ‘수사반장 1958’은 ‘수사반장’의 프리퀄 작품이다. 젊은 시절의 박영한은 이제훈, 김상순은 이동휘, 조경환은 최우성, 서호정은 윤현수가 각각 연기했다. 원작에서 주요 형사를 연기했던 배우 가운데 유일하게 생존해 있던 최불암은 노년의 박영한 역할로 특별출연했다. 원작과 프리퀄을 연결하는 상징적인 존재였던 셈이다.
참고로 ‘수사반장’의 주요 출연진은 모두 명예경찰로 위촉됐다. 최불암은 명예치안정감, 김상순은 명예경감, 조경환과 남성훈은 명예경위다. 1972년 명예경감으로 위촉된 최불암은 1977년 명예경정이 됐고, 35년 만인 2012년에는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명예총경으로 승진했다. 이후 2018년 명예경무관, 2021년 명예치안감으로 승진한 데 이어 2024년에는 명예치안정감이 됐다. 최불암은 명예치안정감으로 승진하며 명예국가수사본부장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수사반장’의 주요 출연진은 모두 명예경찰로 위촉됐다. 최불암은 명예치안정감, 김상순은 명예경감, 조경환과 남성훈은 명예경위다. 사진=MBC ‘수사반장’ 방송 화면 캡처경찰청장 계급인 치안총감 바로 아래에 해당하는 치안정감은 경찰 조직에서 극소수만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이다. 또한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이기도 하다. 따라서 최불암이 몇 년 더 건강하게 활동했다면 명예직이기는 하지만 연예인 최초로 명예치안총감, 다시 말해 명예경찰청장이 됐을 수도 있다.
그만큼 박영한 반장은 원칙과 신념을 지키는 강직한 수사관이면서도 인간적인 고뇌와 따뜻함을 간직한, 대한민국 경찰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캐릭터였다. 박영한 반장을 통해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배우 최불암의 생애 역시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