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골을 넣고 동료들에게 축하받는 이정협.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일요신문]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신승으로 한숨 돌렸지만 ‘슈틸리케의 황태자’ 이정협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정협은 15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선발 출장했지만 팀의 2-1 승리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그의 교체아웃 이후 팀의 2골이 모두 나와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이정협은 지난 11일 캐나다와의 평가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선발 출장했다. 슈틸리케의 확고한 믿음을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슈틸리케는 철저하게 무명이던 이정협을 아시안컵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전격 발탁하며 스타덤에 올려놨다. 이정협 또한 자신의 데뷔전인 사우디와의 평가전에서 데뷔골을 넣었고 아시안컵 대회 중에도 2골을 기록했다. 자신을 믿고 선발한 슈틸리케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
하지만 그는 2016년부터 썩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기 시작했다. 2부 리그로 강등된 친정팀 부산에서 1부리그의 울산으로 적을 옮겨 활약을 다짐했지만 1년 내내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는 울산에서 올 시즌 30경기에 출전해 단 4골만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4년 상주 소속으로 25경기에서 넣은 골수와 같다. 지난해에는 2부리그에서 17경기 7골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 대표팀 데뷔 이후 꾸준히 활약하던 이정협은 올해 3월 이후 소속팀에서의 저조한 활약을 이유로 대표팀에서 제외돼왔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월드컵 본선진출이 위태로운 위기상황에서 가장 익숙한, 자신과 가장 잘 맞았던 공격수를 다시 한 번 선택했다.
그러나 위기 탈출을 위해 다시 힘을 모은 슈틸리케와 이정협에게 좋은 결과가 찾아오진 않았다. 이정협은 우즈벡전 전반 내내 단 한 개의 슈팅조차 기록하지 못하며 팀의 원톱 공격수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중 팀은 선제골을 얻어맞으며 위기에 빠졌다.
후반전에도 이정협의 존재감은 변하지 않았다. 팀이 절치부심해 공격력을 올리는 동안에도 이정협의 역할은 드러나지 않았다.
결국 66분 그는 김신욱과 교체돼 나왔고 이후 김신욱이 두 골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며 팀은 역전승을 올렸다. 김신욱은 자신의 장기인 헤더 외에도 전방에서 공을 지켜 내거나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드는 역할까지 충실히 수행해 이정협과 대조를 이뤘다.
이정협은 우즈벡과의 경기 전까지 A매치 15경기 5골로 3경기당 한 골을 넣는 준수 기록을 올렸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골을 기록한 지난 캐나다전은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상대이며 그들의 실책성 플레이에서 나온 골이다.
또한 이정협은 수비 상황에서 필요 이상의 전방압박을 시도했다. 전방압박은 현대 축구의 필수 요소지만 팀 차원의 움직임이 수반돼야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정협의 압박은 최근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였다.
2016년 K리그는 시즌을 마쳤다. 한 시즌간 울산에서 활약했던 국가대표 공격수 이정협은 이제 친정팀 부산으로 돌아간다. 아직 26세의 젊은 선수 이정협은 발전을 위해 2부 리그에서 감각을 끌어올릴지, 또 다른 팀을 찾을지 결정해야 한다. 더불어 슈틸리케 감독 또한 ‘황태자’와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