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이승철 입김…과잉충성 냄새 난다
함승희 강원랜드 대표가 추진한 산악승마 사업의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강원랜드 안팎에서는 산악승마사업에 대해 처음부터 오롯이 내부의 의사만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악승마 사업을 확대하는 강원도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눈치를 보고 시작한 일이라는 얘기다. 강원랜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관리·감독을 받지만 카지노 사업 특성상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와 문체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강원랜드의 카지노운영본부장직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문체부 종교담당관, 문체부 감사관, 문체부 관광국 서기관 출신이 연이어 맡았다. 이에 대해 강원랜드 내부 한 인사는 “문체부 출신이 카지노운영본부장직을 맡는게 ‘내규’라는 말까지 있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만큼 강원랜드 내부에 문체부의 입김이 강하다. 또 강원랜드가 평창동계올림픽에 50억 원을 지원한 것에 대해 강원랜드 측은 “문체부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의 전방위적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의 강원랜드 내부 인사는 “문체부나 강원도가 산악승마를 추진해 (강원랜드가) 그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더욱이 산악승마 사업은 김종 전 문체부 2차관과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비밀리에 추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업이다. 강원랜드의 산악승마 사업과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이 입수한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TF회의’ 자료에 따르면 태스크포스(TF) 회의는 문체부 관광레저정책관 주재로 수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설악산 케이블카 등 곤돌라·케이블카 사업 논의에 집중해야 하는 이 TF팀에서 난데없이 강원도 산악승마에 대한 논의와 사업추진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산악승마 사업을 제안한 사람이 바로 이승철 부회장이라는 것. 다시 말해 산악승마 사업은 김종 전 차관의 문체부가 주재한 회의에서 이 부회장이 제안한 사업이라는 의미다. 강원랜드가 산악승마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에 외압이나 과잉충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강원랜드 전경. 유장훈기자 doculove@ilyo.co.kr
강원랜드는 지난해 5월 함승희 대표, 현명관 마사회장, 신원섭 산림청장,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산악승마 시승식을 했다. 이후 강원랜드는 TF팀을 꾸리고 본격적으로 산악승마 사업을 준비했다. 실무진 2명을 마사회에 파견해 말 관리법과 사육법에 대해 집중 교육을 받기도 했다. 또 마사회는 직원을 강원랜드에 보내 산악승마에 대해 현장 컨설팅을 제공했다.
마사회와 강원랜드 간 산악승마 컨설팅은 모두 무상으로 진행된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아무리 좋은 뜻에서 한 교류라지만 엄연히 다른 기관 직원들이 오가며 실시한 컨설팅을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함승희 대표와 현명관 마사회장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마사회가 말에 대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조언을 해 준 정도여서 돈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해명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함 대표와 현 회장은 친분만 있는 정도지 친한 사이가 절대 아니다”라며 “산악승마사업과 관련해 어떤 외압도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강원랜드는 2015년 2월부터 외부 자문과 사업타당성 분석, 테스트 이벤트 등을 통해 산악승마 사업의 사업성을 평가한 결과, 안전 면에서 위험하다는 이유로 지난 5월 사업을 보류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