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파워’ 승부근성 엄지 척!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부]원일강자(6세·수·30전9/5/5·김종업·라이스:106 부:Cowboy Cal, 모:실버엔새틴)=마령이 만6세가 돼가는, 이제는 노장대열에 끼일 수도 있는 마필이다. 실버엔새틴이라는 모마가 미국 현지에서 블랙타입 우승자마를 두 마리나 배출해 주목받았던 씨암말이라 데뷔초부터 관심을 가졌던 경주마다. 기대대로 1군까지 무난히 진입했지만 대상경주를 욕심내기엔 2% 부족했다. 30전 9승이라는 성적은 결코 나쁘진 않지만 일반경주에서만 뛰어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마체중 510㎏대의 당당한 체격을 갖춘 수말이고 부계와 모계가 모두 장거리에서 적응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편인데 현재로서는 단거리와 중거리에서만 뛰고 있다. 나이가 들어 새삼스런 장거리 도전은 모험으로 보이고 앞으로도 단거리 위주로 출전할 것으로 분석된다.
원일강자는 이날 인기마였다. 그렇지만 부담중량이 최근 들어 가장 높은 56.0㎏이고 상대도 강해진 느낌이어서 단승식 배당이 3.9배나 됐다. 그러나 실전에서 원일강자는 일찍 외곽에서 선입으로 붙어서 4코너 돌면서 선두권을 넘어가면서 일찌감치 승세를 굳혔다. 주로가 조금 가벼웠다고는 하지만 명백한 전력상승으로 보였다. 부담중량만 지나치게 늘지 않는다면 다음 출전 때도 관심을 가져보자. 참고로 57㎏ 이상의 부중에선 1승 3위 1회를 했다.
# [부]백두봉(3세·수·6전2/1/0·김봉겸·권승주:39 부:오피서,모:글로리어스돈 )=마령 3세의 어린 말이다. 데뷔 2전째에 우승한 이후 침묵을 지키다 이번에 3마신 차이로 2위를 따돌리고 2승째를 거뒀다. 그동안 걸음 느는 속도가 느려 이번에도 순위권 정도가 예상됐지만 처음부터 선두권에 가세해 안쪽의 선행마를 압박하면서 외곽에서 낙승을 거뒀다. 결정력이 보강된 모습과 함께 확실한 상승세를 보여 다음 경주도 선전이 기대된다. 오피서의 자마들은 상승세를 타면 한동안 활약이 이어지는 장점을 갖고 있다.
# [부]시크릿마린(3세·수·5전1/1/0·이경희·울즐리:31 부:Sea Of Secrets, 모:핫딕시)=데뷔전에서 2위를 했지만 쥐어짜낸 결과였고, 이후 그 정도 전력에서 머문 말이라 이번에 강하지 않은 편성에서도 단승식이 5.5배나 될 만큼 인기도에서도 확실한 우세를 점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실전에서 시크릿마린은 처음부터 치고나오더니 3코너를 돌 무렵엔 5번 레킹볼 바로 뒤에서 자리를 잡고 결승선에서 2위마를 무려 7마신이나 따돌리는 낙승을 거뒀다.
시크릿마린은 앞으로 단거리에서 주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부마인 시오브시크리츠(Sea Of Secrets)는 스톰캣의 자마로 주로 단거리에서 활약했고, 모마인 핫딕시도 단거리에서 우승을 차지한 데다 부계와 모계의 유전적 특징도 모두 장거리에 대한 기대치를 높일 만한 근거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시크릿마린은 이제 5군이 된 말이라 당분간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추입이나 선입으로 잘 뛰어주고 있어서 주행습성도 이상적이다. 특히 모래를 맞고 따라가는 데도 잘 적응해 자리만 잘 잡으면 경제적인 레이스가 가능하다는 게 또 하나의 프리미엄이다.
# [부]아메리칸파워(3세·수·3전3/0/0·태립건설·김영관:54 부:엑톤파크, 모:화이트앤젤리카)=이번에 조금 강한 상대를 만난 듯했는데 너끈하게 우승, 3연승을 올렸다. 3승 모두 선입승으로 내외곽을 가리지 않았고, 비교적 초반이 느리게 흘렀던 지난 두 경주에 비해 이번 경주는 초중반이 상당히 빨랐지만 막판까지 좋은 탄력을 보였다. 한결 안정감 있는 경주였다.
특히 이번 경주에선 브리더스컵에서도 강력한 인기마로 부상했었던 유로파라는 강한 상대를 뒤에서 따라가며 역전한 부분은 승부근성이 얼마나 강한지를 나타내주는 것이라 하겠다.
아메리칸파워는 혈통적인 측면에서도 기대치가 높은 말이다. 부마인 엑톤파크는 스태미나형으로 최장거리까지 뛸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씨수말로 정평이 나 있다. 모마인 화이트앤젤리카는 콰이어트아메리칸의 자마로 자신은 현역시절 평범한 성적을 올렸지만 씨암말로 전환한 후에는 수준급의 자마들을 배출했다. 1승, 4승, 8승을 거둔 자마들과 함께 블랙타입 경주 우승 자마도 한 마리 있다.
이로 보아 아메리칸파워의 전망은 밝다. 장거리에 대한 기대치도 높은 데다 현재의 성장속도가 무척 빠르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체격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주행검사 때와 데뷔전 때는 450㎏대, 두 번째 경주에선 460㎏대, 그리고 이번엔 470㎏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만족스럽지 않다. 명마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몸싸움에도 능해야 하고, 또 부담중량을 견뎌내는 능력도 남보다 뛰어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좋은 체격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 [부]드롭더비트(3세·수·2전2/0/0·이유리·안우성:63 부:Mad Flatter,모:Kylie’s Dream)=구랍 12경주로 치러진 경주에서 이변을 연출하며 우승한 말이다. 이 경주는 강력한 인기마였던 아임유어파더의 출전이 취소되고 펄린이라는 말도 치아골절 및 출혈로 출전이 제외되면서 6두로 편성돼 다소 싱거운 감이 있었지만 드롭더비트와 메이저챔프가 1, 2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드롭더비트는 데뷔전에서도 우승했지만 이번에 보여준 능력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직전 데뷔전에선 막판 걸음이 조금 무뎌지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엔 더욱 빠른 흐름을 보이고도 막판까지 힘이 있었다. 능력마인 아임유어파더가 출전했더라도 좋은 승부가 됐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관전 결론이다.
드롭더비트는 일단 단거리에선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혈통적으로는 중거리까지가 적정거리로 보이고 장거리로 넘어가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조상들이 장거리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인 말이 없고, 유전적인 잠재력도 딱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