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미한 증거 보완 없었다” 법조계 비판 이어져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무리한 영장 청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지난 9월 한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에도 기각이 됐었는데, 혐의를 입증할 유의미한 증거들이 제대로 보완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장을 재청구했다는 지적이다. 김기유 전 의장 측 역시 “새로운 내용이 없이 이뤄진 영장 재청구”라고 비판했다.
#혐의 그대로, 증거는 ‘보완?’
김기유 전 의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부동산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지인에게 150억 원 상당의 부당 대출이 이뤄지도록 계열사 경영진과 공모했다는 것이다. 김 전 의장은 2023년 8월 부동산 개발업체를 운영 중인 지인 이 아무개 씨 부탁을 받고 계열사인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이 이뤄지도록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당시 250억 원 상당의 대출을 타 금융기관으로 받은 상태라 추가 대출이 어려웠는데, 김 전 의장의 부당하게 개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배임)는 판단이다.
하지만 같은 혐의로 이미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됐던 상황. 검찰은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몇 가지 증거를 추가했다. △지인 이 씨가 상품권을 대량 사들였는데 이 가운데 일부를 김 전 의장에게 갔을 가능성 △사건에 관련된 이들끼리 “김 전 의장이 영향력이 있다”라는 얘기를 주고받았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김 전 의장 측 변호인인 신현범 법무법인 율우 대표변호사는 취재진에게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이미 회사에서 짤린 상황에서 대출을 원하기에 소개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며 “단 한 푼도 사적으로 받은 것이 없다”고 맞섰다. 또 검찰이 새롭게 제시한 상품권 매입 정황에 대해서도 “김 전 의장에게 상품권을 받았다는 증거를 제시해야지, 이 씨가 상품권을 샀으니 ‘김 전 의장에게도 갔을 것’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1시간 30분 넘게 이뤄진 영장 실질심사에서 재판부도 검찰에 여러 차례 ‘배임’에 해당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확인했다고 하는데, 결국 저녁 8시 30분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또는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청구 영장 기각 결정을 내렸다.
#검찰의 무리한 재청구 배경
태광그룹의 고발에서 비롯된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무리한 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 전 의장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11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된 뒤 그룹의 경영을 도맡았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이 지난해 8월 특별사면되면서 회사 복귀가 점쳐지던 시점부터 관계가 틀어졌다. 이후 태광그룹은 외부 감사를 한 로펌에 맡겼고, 해당 로펌은 김 전 의장에 대한 비리를 찾아내 이를 검찰에 고발하며 수사가 시작됐다.
김기유 전 의장 측 변호인인 이상호 법무법인 율우 대표변호사는 “첫 번째 영장청구는 이해할 수 있지만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보완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장을 재청구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