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보고서 전수조사해보니 2만 원 이내 대부분…지역구 사무실 중식당에 집중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회계보고서에는 안랩 대주주라는 그의 이력처럼 소프트웨어 사용료 지출이 자주 눈에 띈다. 그래픽=이세윤 디자이너
최고 자산가일 뿐만 아니라 스펙도 대단하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박사에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다. 국내 최대 컴퓨터 백신 기업을 만들어 성공시킨 기업가다. 이 억만장자가 돈을 쓰는 방식이 궁금했다.
최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 전 대표의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비교한 표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간담회 식비로 약 9400만 원을 지출했지만 안 전 대표는 약 90만 원밖에 지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즈한국’은 안 전 대표의 2013~2016년 ‘정치자금 회계보고서’와 ‘후원회 회계보고서’를 전수 조사했다. 식사해본 사람들은 ‘안 전 대표가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고 입을 모은다. 소문과 조사결과가 일치하긴 했다. 값비싼 음식점은 몇 번 등장하지 않는다. 자신의 지역구인 노원구 근처에 집중돼 있다. 회계보고서‘만’ 보면 그렇다.
하지만 없어도 너무 없다. 식사비가 2만 원 이내가 절대 다수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창당 시에도 창당비용 중 일부를 사비로 충당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안 전 대표는 창당 비용을 사비로 결제할 수 있을 만큼 자금에 여유가 있기에 선거 회계기록에 남지 않는 식사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쨌든 여러모로 독특한 점이 많은 안 전 대표의 회계보고서 지출 내역 중 눈에 띄는 다섯 가지를 꼽아봤다.
구글 마이맵스에 표시한 ‘안철수 맛집지도’
1. 중식, 일식
3만 원 이상 식비 중 중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 ‘홍보석’, ‘외백’, ‘더루이’, ‘현래장’, ‘화수목’을 기자간담회 등 명목으로 찾았다. 단일 식당으로는 일식당인 ‘노조미’가 세 번으로 가장 많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중식, 일식을 선호하는 걸까.
2. 메이향 짜장마루
약 10회 등장해 최다 결제로 기록된 곳이다. 안 전 대표의 노원 상계동 지역구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 1층에 위치한 중식당이다. 안 전 대표가 의외의 중식 마니아로 보이지만 그보다는 지역구 사무실 직원의 단골집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와 같은 식당으로 등장횟수 8회 ‘남원추어탕’, 5회 ‘지리산숯불생고기’, 4회 ‘김씨밥집’ 등이 있다. 모두 지역구 사무실과 가깝다.
3. 서울 이외에서 쓴 곳
안 전 대표 식대 사용 내역은 지역사무소 근처, 3만 원 이하 식당으로 집중돼 있다. 그럼에도 서울 이외에서 쓴 내역을 몇 개 발견할 수 있다. 이 중에서는 광주가 가장 많다. 광주광역시 안에 위치한 ‘내일또식당’, ‘카페인 더커볶’, ‘춘하추동’에서 결제했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의 고향이 부산광역시에서는 ‘영신한우마을’에서 식사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외에는 경남 김해시의 ‘용지봉’, 강원 원주시의 ‘해송’이 있다.
4. 소프트웨어 사용료
안 전 대표의 회계보고서에는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X세대이자 IT기업 대주주답게 소프트웨어 사용료가 눈에 띈다. 인포그래픽 제작 프로그램, PPT 프로그램 중 하나인 프레지(PREZI), 그래픽 디자인 프로그램 등 꽤 많은 프로그램을 사서 썼다. 오피스와 한글도 ‘어둠의 경로’가 아닌 정식 구매했다는 점을 회계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5. 그 외 특이한 점
‘김밥천국’. 누구든 쉽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이곳에서도 안 전 대표의 결제 내역을 찾아볼 수 있다. 김밥천국은 최고 ‘럭셔리 메뉴’인 모둠 정식의 가격도 6500원으로 저렴한 곳이다. 안 전 대표는 이곳에서 한 번에 8만 3500원을 결제했다.
어떤 일을 하든 사무실에서 다과는 필수다. 안 전 대표의 회계보고서에는 식대보다 다과비 결제 내역이 훨씬 많다. 안 전 대표의 의원실은 초기부터 다과를 구입할 때 ‘두꺼비유통’을 이용했다. 이곳은 안 전 대표의 지역 사무실과 약 400m 떨어져 있다. 한 번 거래를 시작한 이후에는 업체를 바꾸지 않고 꾸준히 오래도록 그곳을 이용했다.
지난해 1월 국민의당 창당이 본격화되자 안 전 대표는 사무실 인테리어비, 가구 구입비, 비품 구입비 등 각종 명목으로 큰돈을 썼다. 이때부터 50만 원씩 민주당으로 납부하던 당비가 2016년이 되자 국민의당으로 향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럼에도 바뀌지 않는 것은 다과는 두꺼비유통이라는 점이다. 두꺼비유통은 지난해 4월까지 이용하다 더 이상 사용목록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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