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그녀가 살해되었다는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물증이 존재한다는 소문이 영국 전역을 발칵 뒤집고 있다. 누군가 자신을 살해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던 다이애나가 직접 녹화한 것으로 알려진 비디오 테이프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이 테이프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며, 과연 실제로 존재하는지의 여부도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궁금증만 증폭되고 있다.
다이애나가 사망하기 수개월 전부터 이미 영국 정보부 MI6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협박 전화를 받아왔다는 것은 최근 발간된 집사 폴 버렐의 회고록 <왕실의 의무(A Royal Duty)>를 통해서도 잘 드러나 있다. 이 책의 폭로를 통해 다이애나의 죽음에 MI6와 영국 왕실이 개입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영국인들 사이에서 점차 신뢰를 얻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최근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도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다이애나가 음모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이 설문 결과 버렐의 책이 출간된 후 ‘그렇다’고 대답한 영국인들은 기존의 27%에서 85%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최근 여기에 기름을 붓는 또 하나의 주장이 불거지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다이애나가 직접 자신의 위험을 알리는 비디오 테이프를 녹화한 후 은밀한 곳에 숨겨 두었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언젠가 당할지 모르는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일종의 ‘증거물’로 남겨두었다는 것. 다이애나의 한 측근은 “분명히 어딘가에 비디오 테이프가 존재할 것이다. 만일 이 테이프가 세상에 공개된다면 영국 역사상 가장 큰 스캔들이 터지게 될 것이다”고 장담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테이프에서 다이애나가 특정 인물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그가 날 죽이려고 한다”고 밝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측근의 말에 의하면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MI6의 한 관리로부터 ‘신변을 조심하라’란 충고를 들었던 다이애나는 처음에는 “그가 버킹엄궁과 친밀한 한 관리의 이름을 대면서 그를 조심하라고 말했다. 솔직히 충성스럽고 성실한 그를 의심할 수는 없다”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반신반의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일전에 자신을 보좌했던 한 경호원으로부터도 똑같은 주의를 듣게 되자 비로소 경계심을 갖게 됐던 다이애나는 그 후 ‘공포’에 시달리며 테이프를 녹화해 두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 경호원은 다이애나가 사망하기 불과 며칠 전에도 프랑스에서 알 파예드와 요트 여행을 즐기고 있던 다이애나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CIA와 MI6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라”는 충고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MI6 또한 이 테이프의 존재를 사전에 인지하고 그 행방에 촉수를 곤두세우고 있다. 다이애나 사망 직후 그녀의 거처였던 켄싱턴궁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던 MI6는 한동안 잠잠했던 ‘음모론’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과연 이 테이프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실제로 존재하긴 하는 것일까. 이에 영국의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다이애나가 미국의 한 은행 금고에 은밀히 보관해 두었다는 주장을 비롯하여 버렐이 보관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버렐 자신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얼마 전 책을 발간하면서 “이번 폭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고 발언했다는 점을 떠올리는 많은 사람들은 “그가 말하는 ‘빙산’이 바로 이 테이프가 아닐까”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