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는 사라져도 쓰레기는 남는다
▲ 멜라민 성분이 든 제품의 폐기 방법을 놓고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 ||
현재 중국 보건당국이 중국 전역의 유제품 공장과 전세계 슈퍼마켓이나 가정에서 수거된 멜라민 쓰레기의 양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수만 톤으로 추정되는 엄청난 양의 멜라민이 중국 땅에 묻히거나 태워질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허베이성 한 지역에서만 버려진 멜라민 쓰레기의 양은 올림픽 규격 수영경기장 23곳을 가득 채울 정도인 무려 3만 2000톤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멜라민 쓰레기가 독성물질인 탓에 처리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이라는 2차 ‘멜라민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최근 중국의 일부 쓰레기 운송회사가 멜라민 쓰레기를 강에 몰래 투기해 강물에 흰 거품현상이 발생하면서 식수오염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중국 당국은 오염된 우유를 대규모 소각로에서 태우거나 소각시설이 없을 경우에는 각 지방 환경부서가 허용하는 수치의 소량으로 나눠 매립지에 묻도록 권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 식품위생부의 한 관계자는 “멜라민 쓰레기를 소각하거나 매립할 경우 독성이 분해되거나 중화된다”고 밝히면서도 엄청난 양의 멜라민 쓰레기가 허가된 매립지가 아닌 곳에 함부로 버려질 경우 토양과 수질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며 무분별한 멜라민 폐기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광저우 남부의 공장과 허베이성의 에너지 회사들이 오염된 분유를 1800도 이상의 고열에 소각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멜라민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좀 더 경제적인 처리방안들도 제시되고 있다. 광저우에서는 멜라민으로 시멘트나 벽돌을 제조하는 방안이 모색 중이며, 칭타오의 한 화력발전소에서는 멜라민을 화력발전용 석탄에 섞어 사용하기도 했다.
사실 중국에서는 ‘멜라민 파동’은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다. 멜라민 사태로 지금까지 네 명의 유아가 사망했고 5000여 명이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는 공식발표 외에도 피해아동의 수가 약 5만여 명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멜라민으로 피해를 입은 일부 가정들이 불량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피해를 입은 중국의 100여 가정을 대신해 15명의 변호사들이 이번 사태에 대한 당국의 책임있는 역할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국영 우유회사인 스자좡의 ‘싼루’사를 상대로 치료비와 위자료 등 기본비용의 세 배에 달하는 보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담당 변호사는 싼루사와의 면담 후 조만간 싼루사가 소재한 스자좡시 허베이 고등인민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싼루사는 뉴질랜드의 폰테라사가 43%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중국 국영 유제품 제조업체다.
한편 멜라민 사태를 계기로 중국식품에 대한 불신이 정점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미국 보건위생부는 중국산 식품에 대한 검역 및 수입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북경에 식품의약품 관리사무소를 개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자국 외에 식품의약품 관리사무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연 중국 당국은 멜라민분유 사태가 환경오염이라는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중국산 식료품에 대한 세계인의 불신이 단순한 불안을 넘어 공포로 확대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떤 대처를 할까. 아직도 멜라민 식품으로 인한 정확한 피해 규모와 보상규정은 물론 향후 식품관리 대책에 대해 아무런 공식적인 책임표명이나 언급도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갈 길은 멀어만 보인다.
▲ 멜라민 성분이 든 유제품을 먹고 병원에서 치료 중인 중국 어린이의 모습. | ||
[2008년 9월]
10일: 간쑤(甘肅)성 유아 14명 발병 사실 공개
12일: 중국 국영 싼루사, 자사 유제품에 멜라민 사용 인정
13일: 싼루사 생산 중단, 관계자 19명 구속
15일: 베이징서 유아 두 명 사망 발표
싼루사 부사장 공개사과
19일: 업체 리콜 시작
22일: 피해 5300명, 사망 네 명 발표
중국 식품안전 감독기관 책임자 사퇴
23일: 아시아 전역 중국산 유제품 판매 중지
26일: EU, 중국산 유제품 함유 유아용 식품 판매 중지
29일: 멜라민 배포 주모자 22명 검거
[2008년 10월]
15일: 멜라민 사료 먹은 너구리 1500마리 폐사
26일: 홍콩서 멜라민 계란 발견
31일: 중국 국영매체, 동물사료에 멜라민 함유 공개
[2008년 11월]
2일: 중국당국, 멜라민 사태 개별 기업 사안으로 규정, 관리강화 언급
14일: 미국, ‘중국산 식품 주의보’ 발령
이예준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