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필 고려대 교수 | ||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환율하락과 수출불안이다. 한 달 전에 달러당 1천3백30원 수준이던 환율이 최근 1천2백20원대로 떨어졌다. 무려 8%의 하락이다. 이는 미국 달러가치에 비해 우리나라 원화가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기보다는 미국경제가 계속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경제는 예상과는 달리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누적되면서 미국경제는 불안이 확산되고 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가치가 계속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원화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환율하락 때문에 수출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원화가치가 8% 상승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수출상품의 가격이 그만큼 비싸다는 뜻이다.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손해까지 무릅쓰고 수출을 하는 우리 기업들로서는 보통 타격이 큰 것이 아니다.
지난 5월 우리나라는 16억달러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이것은 결코 정상적인 무역흑자의 기록이 아니다. 원화가치가 높아지고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니까 기업들이 수출을 앞당겨 밀어내기를 해서 나타난 현상이다.
물론 여기서 수입은 늦게 할수록 유리하니까 무역흑자는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3월까지 우리나라 수출은 무려 13개월이나 연속해서 감소세를 보였다. 이제 밀어내기가 끝나면 수출은 다시 곤두박질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미국경제의 불안에서 기인하는 환율하락과 수출불안이 우리 경제에 먹구름을 가져오고 증권시장의 숨을 막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외국자본들은 서둘러 이익을 챙기고 있다. 금년 들어 증권시장에서 외국자본이 빼낸 이익이 1조2천억원이나 된다. 그러자 증권시장은 더욱 맥을 못추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피해가 개미투자자들에게 집중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가는 상승과 하락의 주기를 형성한다. 물론 주식은 이 주기를 따라서 가격이 하락했을 때 사고 상승했을 때 팔아야 한다.
그러나 투자전략에 익숙하지 못한 개인투자가들은 주가가 하락했을 때는 주위에 손해를 본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거꾸로 주식투자를 피한다. 다음 외국자본이나 대형투자가들이 주식을 본격적으로 사들여 주가가 오르고 주위에서 이익을 본 사람들이 나타나면 그때 허겁지겁 투자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는다. 개인투자가들이 대거 들어오는 것을 보고 외국자본이나 큰손들은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긴다. 그러면 개인투자가들은 큰 손실을 본다. 이후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는다고 결심을 해도 소용이 없다. 주가가 폭락을 하면 돌아보지도 않다가 크게 오르면 또 뛰어드는 것이 투자가들의 심리이다.
증권시장이 침체하면서 개미투자가들의 한숨소리가 보통 큰 것이 아니다. 우선 개인투자가들은 올 들어 주가지수가 최고수준이었던 3~4월에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 종합주가지수가 900선에 머물렀던 3월 중순에서 4월말까지 개인투자가는 9천5백억원 이상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는 거래소시장의 올해 총 순매수금액의 94%에 해당한다.
이러한 현상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주식이 주로 거래되는 코스닥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코스닥지수가 90에 머물렀던 3월 중순에서 4월말까지 개인투자가들의 순매수금액은 올 총순매수 금액의 48%에 이른다. 개미투자가들은 증권시장 바람에 휩쓸려 상투를 잡는 실수를 또 범한 것이다.
문제는 개인투자가들은 대형주보다는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주가하락폭이 큰 소형주와 벤처주 종목을 많이 매입했다는 것이다. 결국 개미투자가들은 주가가 최고수준일 때 위험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대거 투자를 했다가 최근 하락장에서 대규모의 투자손실을 보고 있다.
개미들의 한숨이 더 깊어져서는 안 된다.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를 하고 정상적인 이익을 버는 메커니즘으로서 증권시장의 선진화가 필수적이다. 이와 더불어 소문에 들떠 부화뇌동하는 투기행위보다는 경제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정석으로 투자를 하는 투자가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경제가 한시 바삐 구조조정을 마치고 경쟁력을 회복하여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자생적 체제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