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의 종잣돈으로 무일푼 창업
▲ 김복임씨가 두 자녀와 함께 미래를 일구는 7평 남짓한 미용실 내부. ‘아름다운 재단’에서 2천1백만원을 지원받아 미용실을 창업했다. | ||
“모자원에서 최소한의 생계비가 지원되고, 미용실에도 취직해 일을 하고 있었지만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가 없어 너무 힘들었어요.”
그가 미용실에서 일을 마치고 모자원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늦은 밤인 11시에서 12시 사이.
엄마가 돌봐주지 못해 꼬질꼬질한 행색에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잠든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자신이 미용실을 직접 운영하기로 결심한 것도 바로 아이들 때문이었다.
모자원을 통해 아름다운재단의 모자가정 창업지원기금에 관한 소식을 접하면서 미용실 창업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모자원에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은 3년입니다. 3년이 지나면 당장 잠자리가 없어진다는 생각이 들자 정신이 번쩍 나더라고요. 제가 직접 미용실을 운영하면 돈을 모으면서 아이들도 가까이에서 돌볼 수 있겠다 싶어 기금을 신청하게 됐습니다.”
그는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면서 점포물색에 들어갔다.
마침 모자원 근처에 최근 문을 닫은 미용실이 있었는데 김씨가 보기에 입지가 나쁘지는 않았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교회 앞인 데다 주부들이 시장을 갈 때 꼭 지나야 하는 길이었다. 가까이에 새마을금고가 있고 동사무소도 옮겨올 예정이어서 앞으로의 전망도 좋다고 판단됐다.
다행히 이전 운영자와는 평소 안면이 있던 사이여서 김씨가 가게를 인수할 경우 미용기계 값만 지불하기로 미리 합의를 봤다. 그리고 추가 상권조사를 통해 주변 미용실의 운영 형태를 꼼꼼히 분석한 뒤 자신 있게 운영할 수 있는 사업계획서를 만들었다.
창업자금을 신청하고 한 달이 지난 2004년 12월. 아름다운재단으로부터 창업자금의 지원승인 통보를 받았다. 창업자금은 3천만원까지 지원이 가능했지만 그는 2천1백만원만 대출받았다.
“창업자금도 결국은 빚이잖아요. 무리하게 대출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어요. 기계 값과 보증금, 월세로 1천8백만원, 간판을 바꾸고 초도물품을 구입하는데 3백만원을 썼어요. 나머진 있는 것을 그대로 쓰고요.”
7평 남짓한 작은 미용실을 열었을 때 처음에는 할머니, 어린이 손님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는 어떤 손님이든 친절하게 최선을 다해서 대했다. 손님을 따라온 일행의 머리가 지저분하면 공짜로 살짝 다듬어주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자 그들의 딸, 며느리 그리고 아이의 머리만 깎으러 왔던 주부들도 손님으로 자리잡았다. 아름다운재단의 기부자인 ‘이철헤어커커 아카데미’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미용교육을 받고나서부터는 젊은 고객들도 부쩍 늘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미용 기술은 배운 지가 오래 되서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어요. 아름다운 재단에서 자금을 지원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스타일을 배울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까지 진행해줘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그는 가을에 실시될 ‘고급미용과정’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8개월째 운영중인 헤어숍의 월매출은 첫달 1백20만원에서 현재는 2백만원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일하는 곳과 모자원과의 거리가 불과 1분 안팎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아이들을 볼 수 있는 것에 만족도가 더 크다.
연이율 1%에, 상환기간도 최대 7년으로 대출금을 갚는 데 비교적 여유가 있지만 그는 영업 시작 3개월 만에 대출금을 상환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재단에 따르면 희망 가게들 중 대출금 상환을 가장 빨리 시작한 경우라고 한다.
그는 “대출금 상환을 잘하고 신용상태가 좋으면 이후에 주택자금 융자신청도 가능하다”며 “창업의 목표를 이뤘으니 이제는 마음 놓고 편히 쉴 수 있는 집을 마련하는 것이 새로운 목표”라고 말했다.
창업비용
지원규모:최대 3천만원 지원
상환기간:최대 7년
연이율: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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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값 보증금 월세:1천8백만원
초도물품 구입:3백만원
총대출액:2천1백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