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예측 판단 오류와 시장 악재까지 겹쳐... 정준양 회장 시절 시작한 마그네슘·SNG 철수
신사업에 대한 투자가 문어발식 확장으로 이어져 본업인 철강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는 가운데 이뤄진 포스코의 영토 확장이었다.
결국 이런 지적들이 현실이 됐고 포스코는 판단 오류와 시장 악재까지 겹쳤다. 그러자 최근 고질적인 적자로 실적에 악영향을 끼쳐 온 합성천연가스(SNG), 마그네슘, 순천에코트랜스 등에서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포스코센터. 사진=고성준 기자
우선 포스코는 그간 실적을 갉아 먹는 애물단지로 지목되어 온 합성천연가스(SNG)사업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포스코는 2009년 야심차게 SNG 사업을 시작했으나 판단 오류와 시장 악재가 겹친 끝에 철수를 결정했다. SNG는 액화천연가스(LNG)의 대체 연료로 석탄을 가스화 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LNG에 비해 좁혀진 석탄의 실거래 가격의 차이와 셰일가스 유통이 확대된 점에서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포스코는 결국 사업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매각을 추진 중이나 수익성 결여로 구매자가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추가 손상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SNG 사업이 실적에 계속 악영향을 끼치고 원가상승과 제품가 하락까지 겹치자 철수를 결정했으며, 포스코는 지난해 4분기 8777억 원 규모의 손상차손을 반영하면서 이 사업을 털어냈다.
포스코는 13년간 투자해온 마그네슘 사업에서도 최근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수요 예측이 빗나가며 적자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2007년 순천 해룡산단에 약 900억 원을 들여 마그네슘 판재 공장을 지었다. 2012년에는 강릉 옥계에 연산 1만 톤 규모의 마그네슘괴를 제련할 수 있는 공장도 준공했다.
마그네슘은 철과 알루미늄보다 강도가 높으면서 가볍고 진동 흡수성이 있고 전자파 차단 가능성도 있어 자동차나 항공기, 철도 등 수송기기와 휴대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의 본체와 부품 등에 활용된다. 그러나 비싼 것이 단점이다. 결국 마그네슘 합금은 최대 경쟁자인 알루미늄 합금이 저렴함을 무기로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고 말았다.
마그네슘 생산 공정에서 거론된 환경오염 문제는 포스코에게 큰 부담이 됐다. 포스코는 2013년 강릉 옥계공장에 지은 마그네슘 공장에서 페놀 등 독성물질이 누출돼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키자 결국 폐쇄했다.
포스코는 최근 10년 넘게 적자가 지속된 순천 마그네슘 판재 공장에서도 손을 떼기로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순천 마그네슘판재사업은 수요시장 여건이 살아나지 않아 중소기업과 조인트벤처를 통해 소규모 시장에 대응한다는 우선방침을 정해 추진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포스코가 2011년 6월 정준양 회장(작업복 차림) 주재로 광양제철소에 합성천연가스(SNG) 착공식을 가졌다. 사진=포스코
순천만국가정원에서 무인궤도차(스카이큐브)를 운영해 온 순천에코트랜스(포스코 100% 자회사)도 적자에 허덕이다 사업을 접었다. 그런데 지난 달 에코트랜스는 5년간 투자비용 분담금(67억 원)과 미래에 발생할 보상 수익(1300억 원) 등 모두 1367억 원을 보상하라고 순천시에 요구하고 있다.
순천시는 “포스코가 적자의 책임을 시와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기고 있다”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순천시가 협약 내용에 명시된 여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당연히 적자가 날 수밖에 없었으며 사업을 철수한 현재 보상을 요구하게 됐다”고 반박했다.
포스코는 690억 원을 출자해 에코트랜스를 설립해 2012년 순천시와 스카이큐브 운영 협약을 맺었다. 협약 내용은 에코트랜스가 30년간 운행한 뒤 순천시에 사업을 기부채납하는 것으로 지난 2014년부터 운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수요예측 실패가 이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에코트랜스는 초기에 연간 100만 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연평균 이용객은 불과 30만 명에 그쳤다. 손익분기점이 80만 명으로 전해지는 것을 감안하면 대규모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포스코가 이명박 정부의 자원개발 사업 영향으로 시작한 리튬 사업은 올해 만 10년을 맞았다. 포스코에게 리튬 사업은 정준양 회장때부터 시작돼 권오준 회장을 거쳐 현 최정우 회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리튬을 중심으로 음극재, 양극재, 니켈 등 ‘2차 전지 소재’를 미래성장 사업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리튬은 충전하면 반복해 쓸 수 있는 2차 전지 원료로 휴대폰 배터리나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가 지난 10년 간 리튬사업과 관련해 거둔 매출은 2016년 광양제철소에 완공한 연산 2500톤 규모 시험공장에서 지난해 거둔 75억 원이 유일하다.
리륨 원료 확보를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리튬 원료는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와 호주, 중국 등의 염호(소금호수) 또는 광산에 집중돼 있다. 포스코가 사업 초기 원료 확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관여했다. 당시 이 전 의원은 포스코에서 사실상 리튬사업을 총괄한 권오준 사장과 함께 수 차례 볼리비아를 방문하기도 했다.
포스코를 중심으로 한 한국콘소시엄은 2012년 7월 볼리비아 정부와 본계약을 체결했으나 이후 한 발자국도 진척이 없었고, 2015년 초 좌초됐다. 볼리비아가 한국 대신 끊임없이 당근을 제시해 온 중국을 파트너로 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코는 리튬 사업이 부진할 수 밖에 없었던 주 원인이었던 원료 확보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포스코는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와 호주에서 리튬정광 등 연 5만 5000톤 규모의 리튬 원료를 각각 2021년과 2020년부터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올해와 내년 일정 시한까지 포스코의 리튬 사업은 본궤도에 오르기 힘들 전망이다.
그런데 향후 리튬 사업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것은 포스코에게 도전이 될 전망이다. 리튬을 이용한 표준 형태의 전지인 리튬이온전지를 대체할 전지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2차전지로는 리튬이온전지에서 종종 발생하는 폭발 위험과 부피를 줄이고 가격은 3분의 1까지 떨어진 전고체 전지나 바나듐을 원료로 하는 바나듐 레독스 플로 배터리(VRFB) 등이 꼽힌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리튬 사업은 원료 확보에 있어서 현지 정치불안정 등과 같은 사유로 지연된 적은 있다. 현재는 안정적인 원료 확보 기반을 마련했고 2차 전지 양극재와 음극재 시장 확보를 위해 포스코케미칼이 적극적으로 사업확대를 하고 있다”며 “사업 다각화와 관련해 호주와 캐나다 등에서 철광석 광산과 석탄 원료에 대한 투자는 지난해부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실적이 좋지 않은 신사업 분야는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일각에선 포스코의 사업 실패 배경에 이상득 전 의원과 정준양 전 회장의 친분 관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전 의원은 ‘포스코 비리’ 사건에 연루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3월 실형을 확정받았고, 5월 16일 수감됐다. 정준양 전 회장도 재판에 넘겨졌으나 재판부는 유죄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