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연이은 장외집회로 자금사정 비상…바른미래당은 안-유계 탈당과 맞물려 복잡
2018년 7월 자유한국당은 자금 문제로 여의도에서 영등포로 당사를 옮겼다. 당시 현판교체식. 사진=박은숙 기자
가장 고민이 깊은 당은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다. 2018년 8월 비대위 체제에서 김용태 당시 한국당 사무총장은 “우리 당의 총자산은 지방당사 부동산 245억 원, 임차 보증금 15억 원, 현금 유동자산 일부가 있습니다. 올해는 선거가 있는 해여서 국고보조금 외에 선거보조금이 들어와 남아 있지만 내년은 선거가 없어 국고보조금으로 살아야 하는 형편입니다. 현재와 같은 재정지출 구조로는 저희가 존속할 수 없는 상황임을 솔직히 말씀 드립니다”라고 밝혔다.
비대위 체제에서 한국당은 여의도 한양빌딩에서 영등포로 당사를 이전했고 활동비 등을 대폭 줄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의원 의석수를 기준으로 배분하는 정당 국고보조금은 민주당과 비슷하다. 하지만 곳간을 채우는 다른 방법인 중앙당 후원금이나, 당원 모집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밀리는 모양새다.
올 상반기 정당별 중앙당 후원금 모금액은 정의당 3억 2506만 원, 더불어민주당 2억 2647만 원, 우리공화당 2억 140만 원, 자유한국당 7028만 원이었다. 2017년 정당 후원금 유치가 가능해진 이후에도 한국당은 2019년 5월까지 정당 후원회를 만들지 않았다. 정당 중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정당 후원회를 만들지 않고 약 2년을 보낸 셈이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는데 국민들에게 후원금 달라고 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탄핵 2년 만인 지난 6월 정당후원회를 설치한 한국당은 한 달 만에 7028만 원을 모금했다. 9월 19일 ‘자유한국당 서포터즈 데이’ 행사에서 중앙당 후원회장인 정갑윤 의원은 “한국당이 정의당 민주당 공화당보다 적은 후원을 받았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는 모금 기간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평가로서 잘못된 정보”라면서 “다른 당은 1월에서부터 6월말까지 6개월간 모금한 금액이고 자유한국당은 후원회 개설이 늦어져서 6월 한 달간 모금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에 따르면 중앙당 후원회를 개설한 지 3개월 동안 총 누적금액 3억 2000만 원이 모금됐다. 오랫동안 후원회 모금을 받지 않았기 때문인지 속도 면에서는 다른 당을 압도한다. 상황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한국당은 돈이 없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어쨌거나 약 2년간 탄핵 후폭풍으로 인해 정당 후원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들어온 돈은 적은데 나가는 돈은 많았다. 연이은 장외집회에 들어가는 비용이 대부분이었다. 한국당의 다른 관계자는 “당에 정말 돈이 없다. 특히 장외집회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며 “당에서 행사 준비나 설치 등에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장외집회 한 번에 돈을 많이 쓰게 된다. 돈이 없어서 연말까지 장외집회는 어려울 듯하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권리당원 회비를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인상하는 안도 내년 총선에서 당원 모집을 어렵게 할까봐 좌초됐다. 당분간은 허리띠를 졸라 맬 수밖에 없다”며 “의원들에게 돈을 모금해 당에 내라고 해서 얼마씩 갹출했지만 이 돈도 금방 다 떨어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에 비해 민주당은 상황이 괜찮다는 평이다. 먼저 권리당원부터 한국당과 큰 차이를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총선 경선에 참여하는 권리당원이 90만 명을 넘으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당 권리당원은 30만 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권리당원은 매달 최소한 1000원씩 내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과 한국당은 최소 금액으로만 계산해도 매달 약 6억 원씩 차이가 나는 셈이다.
민주당은 장외집회를 할 일도 거의 없어 들어오는 돈에 비해 나가는 돈이 많지 않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2017년 여의도에 지상 10층, 지하 4층의 장덕빌딩을 매입했다. 과거에는 한국당이 부유하다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최근에는 한국당은 당사를 팔고 여의도를 나갔는데 우리는 당사를 매입한 것만 봐도 과거와 크게 달라진 상황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후원금에서도 민주당과 소속 의원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2018년도 국회의원 후원회 후원금 모금액’ 자료에 따르면 민주당 국회의원 후원금은 총 259억 3735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자유한국당은 152억 6071만 원, 바른미래당은 31억 4674만 원, 민주평화당은 28억 3384만 원, 정의당은 8억 9373만 원, 대한애국당은 1억 7275만 원, 민중당 1억3093만원 순이었다.
바른미래당은 상황이 복잡하다. 다른 당에 비교해 후원금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올 상반기 중앙당 후원금은 205만 원에 그쳤다. 당 핵심 축인 안철수계와 유승민계가 만든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의 탈당 가능성도 있다. 탈당이 현실화되더라도 국고보조금이 지급되는 기준인 11월 이전 가능성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정치권 관측이다.
안철수 전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탈당하게 되면 그들이 만든 당 재산은 두고 나와야 하는 아이러니도 있다. 변혁 관계자는 “국고보조금 지급 시기와 정치적 결단은 무관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당을 떠날 때 당 재산을 모두 두고 왔다. 정치인이 결단을 할 때 돈은 큰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정치권에선 자금이 중요하긴 하지만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한 국회 관계자는 “당 곳간이 비면 당 운영이 힘들 뿐 선거는 특별 당비와 선관위 국고 보조금 등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며 “중앙당 차원의 유세나 지원은 줄어들 수 있지만 그 영향이 결정적이지는 않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