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즈’ 꿈꾸는 자이언츠, ‘PF’ 기대하는 두산 팬, 무관중 경기 아쉬운 SK
지난 2월 종영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최고 시청률이 19.1%(닐슨코리아 기준)에 이를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사진=‘스토브리그’ 포스터
프로야구 개막과 동시에 롯데 자이언츠는 5연승을 달리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시즌 페넌트레이스 최하위를 기록한 롯데 자이언츠는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만년 꼴찌 야구팀 재송 드림즈와 성적에서 유사점이 있다. 물론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 시즌 꼴찌 팀이긴 해도 재송 드림즈처럼 매년 꼴찌를 하는 만년 꼴찌 팀은 아니다. 그렇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성적이 다소 아쉬운 건 사실이다.
롯데 자이언츠가 현실 판 재송 드림즈로 불린 더욱 결정적인 원인은 성민규 신임 단장에 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중심인 백승수 단장(남궁민 분)과 롯데 자이언츠 성민규 신임 단장이 묘하게 비교되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백 단장은 다른 종목의 스포츠단 단장 출신으로 프로야구 팀 단장은 처음이다. 성 단장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출신으로 야구계에서 활동해오긴 했지만 그의 야구단 단장 발탁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롯데 자이언츠가 현실 판 재송 드림즈로 불린 더욱 결정적인 원인은 성민규 신임 단장에 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중심인 백승수 단장(남궁민 분)과 롯데 자이언츠 성민규 신임 단장이 묘하게 비교되기 때문이다. 롯데 성민규 단장(위)과 드라마 속 드림즈의 백승수 단장. 사진=연합뉴스·‘스토브리그’ 홈페이지
그렇지만 롯데의 그 이후 행보는 아쉽다. 5월 21일까지 7승 7패로 6위를 기록하고 있다. 화려한 개막 5연승 이후 9경기에서 2승 7패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더 지켜봐야 한다. 드라마 ‘스토브리그’ 역시 마지막 장면에서 드림즈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모습이 나오지만 정규시즌은 생략됐다. 장기 레이스인 정규 시즌에서 드림즈 역시 연승과 연패를 반복하며 결국에는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한국시리즈까지 갔을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올 시즌 순위 역시 고작 14경기를 치른 시즌 초반 성적만으로는 전혀 가늠할 수가 없다.
롯데 자이언츠를 드림즈로 바라보던 시선이 다소 줄어드는 시점에서 두산 베어스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엔 재송 드림즈가 아닌 PF 드림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백 단장은 구단을 해체하려는 재송그룹에 맞서 야구단 드림즈를 IT기업 PF소프트가 인수하도록 만든다. 이렇게 구단이 매각되면서 재송 드림즈는 PF 드림즈가 돼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게 된다.
실제로 요즘 두산그룹이 두산 베어스를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두산그룹은 중공업 경영난 해소를 위해 3조 원 규모 자력 구제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오너가 사재 출연 등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데 이 과정에서 야구단까지 매각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 두산퓨어셀, 두산타워, 산업차량, 모트롤, 골프장 등의 매각을 추진 중인데 두산 베어스는 매물로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두산 베어스는 두산그룹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이 크다.
일부 두산 베어스 팬들은 재송 드림즈처럼 구단이 매각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모기업인 두산그룹이 경영 어려움으로 지난 몇 년 동안 야구단에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부 FA(자유계약) 선수를 붙잡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터라 대형 외부 FA 영입도 기대조차 하기 힘들다. 드라마처럼 IT기업이 베어스를 인수했으면 좋겠다며 특정 기업을 언급하는 두산 베어스 팬들까지 나올 정도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백 단장은 구단을 해체하려는 재송그룹에 맞서 야구단 드림즈를 IT기업 PF소프트가 인수하도록 만든다. 이렇게 구단이 매각되면서 재송 드림즈는 PF 드림즈가 돼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게 된다. 사진=‘스토브리그’ 홈페이지
사실 드라마 ‘스토브리그’ 효과를 가장 기대한 구단은 SK 와이번스다. 재송 드림즈와 같은 홈구장을 사용하는 구단이기 때문이다. SK 와이번스의 홈구장인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이 바로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촬영지였다. 홈구장을 촬영지로 빌려준 SK 와이번스는 드라마가 대박이 나면서 다양한 마케팅 이벤트를 준비했다.
우선 3월 28일과 29일로 예정됐던 홈 개막 시리즈 가운데 2차전을 ‘드림즈 데이’로 정해놨었다. 백승수 단장 역할의 남궁민이나 에이스 강두기 역할의 하도권, 4번타자 임동규 역할의 조한선 등 주연급 배우 가운데 한 명이 시구나 시타를 하는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됐었다. 그렇지만 개막 연기로 ‘드림즈 데이’는 무산됐다.
인천 SK행복드림구장 3루 관중석 2층 복도에는 ‘스토브리그’ 대형 포스터가 대거 붙어 있다. 이 공간은 팬들이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여운을 느낄 수 있도록 꾸며졌다. 마치 와이번스가 아닌 드림즈 홈구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그렇지만 무관중 개막으로 인해 아직 관중들은 이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외에도 드라마 ‘스토브리그’와 연계된 유니폼과 기념품 등도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관중들은 야구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SK 와이번스는 시즌 초반부터 10연패에 빠지는 등 2승 12패로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