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예약제, 문 잠그고 내부도 소등…서울시 집합금지 제외 ‘단란주점’ 풍선효과로 호황
서울 등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유흥시설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코로나19 방역지침이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면서 조금씩 숨통이 트이던 유흥업계에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는 치명타가 됐다. 사진=일요신문DB
서울 소재 유흥시설의 경우 4월 8일 박원순 시장이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문을 닫았고 4월 20일 해제됐다. 그렇지만 보름여 만인 5월 9일 다시 유흥시설에 집합금지 명령이 발동됐다. 두 번째 명령이지만 4월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몰래 불법 영업을 이어가는 업소들이 있다. 강남 유흥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룸살롱 업주의 설명이다.
“문 잠그고 간판 불을 끄는 것은 기본이다. 그 정도로는 걸린다. 거기까지가 아니라 거기부터다. 룸마다 노래방 기계가 있지만 절대 노래는 안 된다. 노래하는 소리가 새어 나가면 신고가 들어온다. 간판은 물론이고 업소 내부도 불을 다 끈다. 룸 안에만 미등을 켜고 로비와 복도 불도 다 끈다. 철저히 믿을 만한 손님만 100% 예약제로 운영한다. 수신호를 통해 예약 손님임이 확인되면 주차장 쪽 뒷문을 열어 손님을 받는다. 수신호라고 정말 손으로 주고받는 신호는 아니고 전화 통화를 의미한다. 예전에는 정말 손으로 신호를 해서 예약 손님임을 확인했던 터라 요즘까지 수신호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 것이다.”
집합금지 명령을 어기고 불법 영업을 하는 업소는 얼마나 될까.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서울 시내 번화가의 경우 기존 업소의 20% 이상이 불법 영업을 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앞서의 유흥업계 관계자는 “유명 룸살롱이 여러 개 모여 있는 강남의 한 번화가 골목에 6개 업소가 영업을 했는데 요즘에도 두 곳은 몰래 영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와 경찰이 합동 단속을 하고 있어 그때만 아예 문을 닫는 등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풍선 효과다. 여전히 몰래 불법 영업을 하는 룸살롱이 있기는 하지만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 게다가 몰래 영업을 하는 업소들도 일부 손님만 예약제로 받고 있다. 유흥업소를 찾는 수요는 물론이고 거기서 일하던 접대 여성들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풍선효과를 누리고 있는 곳은 불법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와 단란주점이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서울시의 집합금지 명령에서 단란주점이 제외됐다는 점이다. 서울시의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유흥시설 집합금지명령’에 추진 대상으로 유흥주점, 감성주점, 콜라텍 등 유흥시설이 명시됐는데 그 뒤에 ‘단란주점 제외’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이에 대해 한 유흥업계 관계자는 “4월에 있었던 1차 집합금지 명령에는 단란주점이 포함됐는데 이번에는 빠졌다. 원래 개념은 접대 여성이 있으면 유흥주점이고 없으면 단란주점이다. 그래서 대상에서 뺐을 수 있지만 보도방을 통해 접대 여성을 불러주는 단란주점도 많다”라며 “그런 단란주점들이 집합금지 명령 대상에서 빠지면서 되레 장사가 더 잘된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유흥시설 집합금지명령’에 추진대상으로 유흥주점, 감성주점, 콜라텍 등 유흥시설을 명시됐는데 그 뒤에 ‘단란주점 제외’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사진=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불법 윤락업소에 해당되는 오피스텔 성매매로의 풍선효과도 있다. 유흥주점이 대거 휴업에 들어가면서 당장 일할 곳을 잃은 접대 여성들이 윤락업계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외부 문을 잠그고 간판 불은 껐지만, 내부 불은 켜고 보도방 접대 여성들을 대거 불러 대담하게 불법 영업을 하는 업소들도 일부 있다고 한다. 강남의 한 룸살롱 영업상무의 설명이다.
“이미 다른 건으로 적발돼 영업 정지 중이거나 내부 사정으로 폐업을 결정한 곳 등 이번 집합금지 명령과 무관하게 이미 문을 닫은 업소들이 있다. 일부 업소들이 그런 데를 빌려서 몰래 영업을 한다. 폐업한 업소는 놀리는 공간 빌려줘 돈을 벌고 이를 빌린 업소는 걸려도 자기네는 별 문제 없어 마음 놓고 영업을 한다.”
유흥시설로 등록된 업소의 경우 집합금지 명령에 따라 영업이 중단돼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면 적발될 여지가 있다. 그렇지만 이도 문제가 안 되는 모양이다. 상당수의 룸살롱들은 평소에도 일반음식점과 유흥주점으로 각각 등록해 놓고 카드결제기를 따로 갖고 있다. 유흥주점에서 카드 결제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손님들이 있어 일반 음식점 상호로 결제를 해주곤 하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