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상한제 여파 전세 공급 줄고 가격 급등…결국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월 8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한 발언이다. 최근 전셋값 급등에 대해 사실상 ‘자포자기’성 발언을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책을 강구해보겠다고 했지만, 결국 정부와 여당의 주택임대차 대책이 현재의 상황을 초래한 점을 감안하면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10월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조세정책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의원 질의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실제 홍 부총리는 본인도 전셋값 급등의 피해를 보게 됐다. 그는 현재 서울 마포구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데, 최근 집 주인이 내년 1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실거주 의사를 밝힌 것이다. 임대차 3법으로 현 세입자가 계약 연장을 요구하면 집 주인은 전세보증금을 5% 이상 올릴 수 없다.
세입자를 내보내려면 주인이 실거주해야 한다. 전세보증금을 내줘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자금력만 있다면 새 세입자를 구해 전세보증금을 크게 높이는 게 유리하다. 반전세나 월세 전환도 쉽다. 다른 가족이라도 실거주를 시켜 세입자를 내보내려는 사례가 늘어나는 이유다. 이렇게 전세를 뺀 세입자들은 새로운 전세 계약을 해야 한다. 새로운 세입자를 받는 집주인들은 임대료 인상 제한에 따른 기회비용을 최소화하려면 첫 계약 때 임대료를 아예 높여 받는 것이 유리하다. 결국 세입자 부담이다.
이 같은 ‘전세 난민’ 사태는 이미 우려를 넘어 현실이 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임대차 3법 시행 직후인 지난 8월 서울시내 전·월세 거래 건수는 1만 638건으로 전년 동월(1만 4898건)보다 28.6% 줄었다. 9월에는 6732건의 거래가 이뤄지면서 전년 동월(1만 2503건)과 비교해 아예 반토막이 났다. 공급은 줄고 값은 급등세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0월 5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전주 대비 0.08% 올랐다. 오름폭은 전주 0.09% 대비 소폭 줄었지만 67주 연속 상승세다. 수도권은 상승폭이 더 컸다. 수도권은 전주 0.15% 올랐는데 이번에도 0.14% 상승률을 기록했다.
월세도 마찬가지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을 보면 9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 상승률은 전월(0.12%)보다 대폭 오른 0.78%다. KB가 이 조사를 시작한 2015년 12월 이래 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사실상 폭등 수준이었다. 월세가격 변동률은 올 2월만 해도 -0.01%였지만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7월 31일) 이후인 8월 0.12%로 확 올랐고 9월엔 0.78%까지 치솟았다.
전월세상한제에 따라 임대료를 직전 임대료의 5% 넘게 못 올리게 되자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바꾸며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올린 여파다. 저금리로 전세 보증금으로 이자수익을 내기도 어렵고, 부동산 대책으로 다른 집을 살 수도 없는 환경이 되자 현금흐름 확보를 위해 월세를 선호하게 됐다.
임대가격 상승은 결국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세를 못 구하면 집을 사든지, 월세로 가야 한다. 월세는 주택임대 수익률과 직결된다. 수익률은 시중금리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월세 수요가 늘어도 집값이 오를 수 있는 이유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