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보다 잘할 자신 있다니까’
▲ 도널드 트럼프와 아내 멜라니아. 28세의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다정한 부부애를 과시하고 있다. |
결혼 세 번에 자녀만 다섯을 둔 트럼프는 지금까지 여성편력이 심하고, 부동산 투자로 돈방석에 앉은 억만장자 내지는 ‘당신 해고야!(You’re fired!)’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신입사원 선발 리얼리티 프로그램 <셀러브리티 어프렌티스>의 호스트로만 알려져 왔었다. 때문에 많은 미국인들은 신문의 연예면이나 경제면에서만 보아왔던 그의 이름이 최근 들어 정치면에 등장하기 시작하자 적잖이 놀라워하고 있는 상태.
트럼프가 처음 대선 출마를 언급한 것은 지난해 10월 무렵이었다. <폭스뉴스>에 출연한 그는 “내 생애 처음으로 대선 출마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지금 미국의 상황을 보면 심각하기 이를 데 없다. 이대로 뒀다간 중국한테 추월당할 게 뻔하다”며 출마 이유를 밝혔다.
그 후부터 각종 언론 매체에 정기적으로 출연해서 대권에 도전할 의사가 있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다닌 그는 지난 2월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서는 “오는 6월까지 예비선거 참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정치 신인과 다를 바 없는 그의 이런 행보에 당황하고 있는 것은 공화당 내부도 마찬가지다. 특히 인지도나 유명세로만 봤을 때에는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무명인 다른 후보들에겐 영 달갑지 않은 상대일 수밖에 없는 것.
최근 실시된 몇몇 여론조사 결과 역시 트럼프가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가령 지난 3월 NBC 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이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현재 가장 유력한 예비후보로 꼽히고 있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 등을 제치고 가장 높은 선호도를 나타냈다.
뿐만이 아니다. 양당 경선 후보들의 첫 예비선거가 실시되는 곳이자 대권 향방을 가늠하는 곳으로 유명한 뉴햄프셔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역시 놀랍긴 마찬가지였다. 미 여론조사기관인 PPP가 뉴햄프셔주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롬니가 홀로 출마할 경우에는 31%로 당선이 유력했지만, 트럼프가 출마한다는 조건에서는 결과가 달라졌다. 이 경우 롬니의 지지율은 27%로 떨어진 반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21%였다. 이는 페일린, 폴렌티,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론 폴 텍사스 하원의원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친 놀라운 결과였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갑자기 이렇게 대권에 도전하게 된 까닭은 뭘까. 이에 대해 트럼프는 한마디로 “미국의 앞날이 걱정돼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말하자면 오바마 정부가 영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독설가로 유명한 그는 “오바마가 미국을 망쳐 놓았다”고 비난하면서 특히 높은 실업률과 유가 및 물가 인상, 달러 약세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나도 무명에서 대통령 자리에 오른 오바마만큼은 경험이 있다. 이길 자신이 있다”며 오히려 산전수전 다 겪은 성공한 사업가인 자신이 오바마보다 나라를 잘 운영할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현 정부에 대해 가장 못마땅해 하고 있는 부분은 외교 정책 분야다. “오바마의 외교 정책은 최악이다. 마치 감당할 수 없는 능력 밖의 일을 하는 듯 버거워 보인다”며 “만일 점수를 준다면 D+ 이상은 못 주겠다”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특히 대중국 외교정책 점수가 빵점이라고 말하는 그는 이대로 뒀다간 얼마 안 가 중국에게 추월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은 무역전쟁에서 지금까지 부당하게 이득을 취해왔다. 특히 미국을 상대로 그랬다”면서 만일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관세를 25% 인상하겠노라고 약속했다.
또한 그는 세계에서 미국의 위상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걱정하면서 “미국은 이제 다른 나라들로부터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며 미국의 앞날이 염려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레이건 시절 미국은 존경받는 나라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내가 당선된다면 미국은 다시 존경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그가 이렇게 오바마보다 낫다고 자부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이에 그는 자신의 두터운 인맥과 사업수완을 장점으로 꼽았다. 자신은 이미 전 세계 많은 정상들과 친분이 있으며, 그동안의 부동산 및 사업 거래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훤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런 탁월한 외교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그는 지난 3월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을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로 직접 초청해서 총 3억 달러(약 3250억 원)에 달하는 두 건의 대형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 정부의 관리들은 협상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 만일 내가 정부를 꾸린다면 내가 아는 모든 사업가들을 동원해서 미국에게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한 그는 막강한 재력 역시 커다란 장점으로 꼽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ABC 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했던 그는 “내 장점 가운데 하나는 내가 부자라는 사실이다. 선거자금을 스스로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후보들이 갖지 못한 커다란 이점”이라고 말했다.
출마에 대비해서 이미 6억 달러(약 6800억 원)를 준비해 놓았다는 그는 “나는 선거 자금을 기꺼이 내 개인 주머니에서 꺼내서 쓸 용의가 있다. 그 정도 돈을 쓸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대통령 될 준비도 안 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만일 공화당 후보로 지명되지 못할 경우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할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가 모금한 선거자금은 7억 5000만 달러(약 8000억 원)였다.
하지만 그의 출마 의지를 곧이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가 일종의 ‘쇼’를 하고 있을 뿐 사실 진짜 속내는 다른 데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자신의 사업을 홍보하거나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일부러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MSNBC의 정치평론가인 로렌스 오도넬은 “그가 시청률 때문에 가짜 연기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는가 하면,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과거에도 자신의 사업이나 책을 홍보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대선 출마설을 흘리고 다녔다”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떠들고 다닌 후부터 <어프렌티스>의 시청률은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그가 바바라 월터스의 <더뷰>에 출연해서 오바마의 출생지 의혹을 제기한 후에는 시청률이 더욱 급상승했다.
트럼프가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두 차례나 출마설을 흘린 적이 있긴 했지만 실제로 출마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가장 처음 출마설을 흘린 것은 1987년이었다. 당시 신문에 전명광고까지 실으면서 열정적으로 출마 의지를 밝혔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이듬해 8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그 열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당시 그는 “많은 미국인들이 내가 대통령이 되길 바라겠지만 나는 별로 관심이 없다”면서 발을 뺐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우연인지 몰라도 트럼프가 출마할 뜻을 밝힌 직후에 출간됐던 책 <트럼프: 협상의 예술>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면서 트럼프가 이를 염두에 두고 출마설을 흘렸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1999년 또 한 차례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을 때도 사정은 비슷했다. 당시 그가 개혁당 후보로 출마할 뜻을 비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간인 <우리에게 걸맞은 미국>이라는 책이 출간됐다. 그리고 이번에도 트럼프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직전 불출마를 선언하고 빠져버렸다. 이에 당시 개혁당 관계자들은 “우리를 이용해서 호텔사업과 책만 홍보하고 떠났다”며 비난했다.
하지만 이런 의혹에 대해 트럼프는 “여태까지 이렇게 진지해본 적이 없다. 아주 오랫동안 심사숙고했다”면서 이번만큼은 반드시 출마할 의향이 있음을 확실히 했다.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알 테지만 말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트럼프 ‘철새 논란’
개혁당→민주당 또다시 공화당
최근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민주당과 개혁당을 떠돌다가 이번에는 보수적인 공화당원 흉내를 내고 있다”고 비꼬았다. 평소 골수 공화당원임을 자처했던 그가 사실은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철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1987~1999년 12년 동안 공화당원으로 등록되어 있었던 그는 1999년 대선 출마를 위해 갑자기 개혁당으로 소속을 옮겼다. 하지만 공식적인 출마는 하지 않은 채 이듬해 탈당했다.
그리고 2001년 8월에는 뜬금없이 민주당으로 전향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그는 이에 대해 “아주 많은 내 친구들이 민주당원들이다. 또한 내가 아는 대부분의 정치인들 역시 민주당 소속”이라는 궁색한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그는 “몇 년 전부터 내 영혼의 정치적 소속감을 찾아서 헤매 다녔다. 내 인생철학과 가장 잘 어울리는 정당이 어디인지 결정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혼의 방황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뉴욕주 선거위원회 기록에 따르면 지난 2009년 트럼프는 소속당을 민주당에서 다시 공화당으로 바꿨다. 결국은 24년 동안 한 바퀴를 돌아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이에 대해 <뉴욕데일리뉴스>는 혹시 그때 이미 대권을 노리고 당적을 옮긴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절대 아니다.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했을 뿐”이라며 극구 부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공화당원으로 복귀한 데 대해 “나는 매우 보수적인 사람이다. 민주당은 그렇지 못했다”며 탈당 이유를 밝혔다.
개혁당→민주당 또다시 공화당
최근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민주당과 개혁당을 떠돌다가 이번에는 보수적인 공화당원 흉내를 내고 있다”고 비꼬았다. 평소 골수 공화당원임을 자처했던 그가 사실은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철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1987~1999년 12년 동안 공화당원으로 등록되어 있었던 그는 1999년 대선 출마를 위해 갑자기 개혁당으로 소속을 옮겼다. 하지만 공식적인 출마는 하지 않은 채 이듬해 탈당했다.
그리고 2001년 8월에는 뜬금없이 민주당으로 전향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그는 이에 대해 “아주 많은 내 친구들이 민주당원들이다. 또한 내가 아는 대부분의 정치인들 역시 민주당 소속”이라는 궁색한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그는 “몇 년 전부터 내 영혼의 정치적 소속감을 찾아서 헤매 다녔다. 내 인생철학과 가장 잘 어울리는 정당이 어디인지 결정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혼의 방황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뉴욕주 선거위원회 기록에 따르면 지난 2009년 트럼프는 소속당을 민주당에서 다시 공화당으로 바꿨다. 결국은 24년 동안 한 바퀴를 돌아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이에 대해 <뉴욕데일리뉴스>는 혹시 그때 이미 대권을 노리고 당적을 옮긴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절대 아니다.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했을 뿐”이라며 극구 부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공화당원으로 복귀한 데 대해 “나는 매우 보수적인 사람이다. 민주당은 그렇지 못했다”며 탈당 이유를 밝혔다.
트럼프, 오바마에 ‘태클’
출생증명서 다시 떼와~
“오바마는 진정한 미국인이 아니다!”
트럼프가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던 출생지 의혹에 다시 불을 지폈다. 한마디로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겠고, 따라서 그가 대선 출마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선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하와이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어린 시절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의 출생을 입증해줄 만한 사람들도 안 나타나고 있다.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그는 <폭스뉴스>에 출연해서는 “누구나 출생증명서를 갖고 있다. 나도 있다. 그런데 오바마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며 오바마가 이런저런 의혹을 씻으려면 스스로 출생증명서를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설령 출생증명서가 있다 해도 사람들이 알아선 안 될 무엇인가가 적혀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종교문제, 즉 무슬림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공개를 꺼려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일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면 그는 미 역사상 최대의 사기꾼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주장이 억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출생증명서에는 종교 입력란이 없다”거나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라면서 그가 괜한 트집을 잡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한편 오바마의 출생지 의혹이 처음 불거진 것은 2008년 선거 운동 때였다. 당시 “오바마는 케냐에서 태어났다” “오바마는 인도네시아 시민”이라는 각종 의혹이 불거진 바 있으며, 아직까지도 이런 의심을 하는 사람들은 많다. 심지어 오바마의 출생지 의혹을 전문적으로 파헤치는 ‘버서 운동(Birther Movement)’이라는 단체까지 생겨났다.
출생증명서 다시 떼와~
“오바마는 진정한 미국인이 아니다!”
트럼프가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던 출생지 의혹에 다시 불을 지폈다. 한마디로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겠고, 따라서 그가 대선 출마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선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하와이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어린 시절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의 출생을 입증해줄 만한 사람들도 안 나타나고 있다.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그는 <폭스뉴스>에 출연해서는 “누구나 출생증명서를 갖고 있다. 나도 있다. 그런데 오바마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며 오바마가 이런저런 의혹을 씻으려면 스스로 출생증명서를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설령 출생증명서가 있다 해도 사람들이 알아선 안 될 무엇인가가 적혀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종교문제, 즉 무슬림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공개를 꺼려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일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면 그는 미 역사상 최대의 사기꾼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주장이 억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출생증명서에는 종교 입력란이 없다”거나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라면서 그가 괜한 트집을 잡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한편 오바마의 출생지 의혹이 처음 불거진 것은 2008년 선거 운동 때였다. 당시 “오바마는 케냐에서 태어났다” “오바마는 인도네시아 시민”이라는 각종 의혹이 불거진 바 있으며, 아직까지도 이런 의심을 하는 사람들은 많다. 심지어 오바마의 출생지 의혹을 전문적으로 파헤치는 ‘버서 운동(Birther Movement)’이라는 단체까지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