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김동연 김경수 ‘포스트 이재명’ 거론…비명계 세 약하고 지지율 낮아 회의론 높아
11월 15일 이재명 대표는 공직선거법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란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러자 당 안팎에선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된 만큼 ‘이재명 불가론’이 고개를 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현실을 인정하고 이 대표에게 소위 ‘몰빵’하고 있는 차기 대선 전략을 수정, 플랜B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숨죽였던 야권 잠룡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움직일지에도 시선이 모아졌다.
가장 먼저 몸풀기에 나섰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12월 1일 비명계 전직 의원들 모임 ‘초일회’에서 특강을 할 예정이다. 당초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강연이 예정돼 있었으나, 김 전 총리로 갑작스레 변경된 만큼 그의 입에 관심이 집중된다. 초일회는 사실상 ‘이재명 불가론’을 외치며 새로운 대선주자를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11월 21일 김규완 CBS 논설위원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어제 김부겸 전 총리와 통화했는데 강연회에서 무슨 얘기할 거예요? 내가 그랬더니 미국 갔다 왔으니까 미국 정치 얘기하고. 그러려면 얘기하지 마쇼 내가 그랬어요”라며 “이재명 대표 어려운 상황인데 얘기하면 되겠냐고 굉장히 고민하시는 것 같은데 초일회 측에서도 상당히 김부겸 전 총리가 차별적인 얘기를 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계파를 가리지 않고 통합 행보를 보이는 모습이다. 11월 21일 김 지사는 이재명 대표와 함께 전통시장을 찾으며 이목을 끌었다. 이 대표가 시장 방문을 제안했고, 김 지사가 이에 응했다고 한다. 11월 2일(현지시각)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회동하기도 했다. 아울러 김 지사는 친노·친문 등 비명계 인사들을 불러 모으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별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진 않다. 당초 11월 말 독일 유학을 끝내고 귀국할 계획이었던 김 전 지사는 내년 2월로 한 차례 미뤘다. 정치권에선 김 전 지사 역할론에 대해서 회의적인 분위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경수 전 지사는 중도 확장 어렵고, 경쟁력도 없다”며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다. 야권에서 또다시 사법리스크 있는 사람을 차기 대선 후보로 밀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김규완 논설위원은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초일회의 계획은 12월 1일 초청 강연을 김경수 지사에게 맡기려고 했는데 본인이 뺀 것”이라며 “초일회에서는 어떻게 해석하냐면 (김경수 전 지사가) 계속 피하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이분이 저번에도 제가 방송에서 얘기했지만 정치적 자산이 기반이 있거나 이런 분이 아니에요. 그래서 아마 굉장히 주목을 받는 거에 대해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8월 22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경수 지사가 다음에 대권 후보감 등등 했는데 그 사람이 정치 경력으로 봐서 금방 그렇게 부각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 솔직히 말해 지금 민주당에 들어가 뭘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당이 생존 위기에 몰려있는데…
‘신3김’ 성공 여부는 지지율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명 대표도 비주류였던 경기지사 시절 지지율 상승을 발판 삼아 명실상부 당 간판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 8월 이재명 경기지사는 한국갤럽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오차 범위 내이긴 했지만 유력 대권 주자였던 이낙연 당시 대표를 앞섰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지율을 끌어올린 뒤 친이해찬계 등 현역 의원을 포섭해 친명계를 구축했다. 2021년 5월 출범한 이재명의 전국 지지모임 ‘민주평화광장’은 이해찬 전 대표 연구재단인 ‘광장’의 조직 기반을 상당 부분 이어받았다. 이해찬계로 꼽히는 조정식 김성환 이형석 이해식 등 현역 의원 18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곧이어 출범한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포럼’(성공포럼)에는 35명의 현역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박홍근 천준호 남인순 의원 등 박원순계도 이 지사와 손을 잡았다. 그렇게 이재명은 2022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정치권에선 우선 비명계 세가 ‘신3김’을 뒷받침하긴 너무 약하다는 부분을 짚는다. 지난 4월 총선을 거치며 당 장악력을 공고히 한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의 아성을 뛰어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또한 당이 생존 위기에 몰려있는데 ‘플랜B’, ‘이재명 불가론’ 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칫 역풍에 휘말려 정치적 내상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뒤를 잇는다. 이 때문에 결국 이 대표가 낙마하더라도, 이 대표가 밀어주는 후계자가 ‘포스트 이재명’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11월 19일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신3김이) 움직이는 거야 본인 마음이죠. 그런데 이재명 대표가 어떻게 보면 야권에서는 그냥 태산처럼 우뚝 선 그런 형국이다. 지지율로 보나 당으로 보나 심지어는 1극 체제까지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 대표가 사법적 판결로 낙마하고 그 뒷공간을 노리는 정치 갖고는요, 이 대표가 낙마하더라도 저는 그 뒷공간을 차지할 수 없다고 봐요. 그런 정치로는”이라고 말했다.
비명계 한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지지율에서 흔들리지 않는다면 당내에서 움직임을 보이기 쉽지 않다”며 “이 대표가 사법적으로 확정되기 전까지 가만히 있다고 해서 반사 효과로 야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분들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다. 이 대표가 못 나가게 되면 친명계 안에서 대안을 찾지, ‘신3김’ 등 비명계를 밀어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11월 20일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친명 플랜 A는 자기들 내에서 후보를 찾는 것”이라며 “친명계 의원들에겐 정권을 가져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통령 선거 1년 뒤 총선이 있다. 대권이 비명계나 반명계로 넘어가면 살아남을 수 없기에 친명계는 만일 이재명 대표가 대법원 판결까지 가서 못 나가게 된다면 자기들 내부에서 대안을 찾을 것이다. 비명, 반명계가 연대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김동연 지사, 김부겸 전 총리, 김경수 전 지사한테 힘이 쏠릴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