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곡물 상승·공급망 불안·탄소중립·오미크론 요인
기본적으로 유가와 곡물 가격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소비자에게 민감한 농축산물과 가공식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 물가 상승의 복합적 원인을 보여주듯 국내외에서 '그린플레이션', '애그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같은 다양한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농업(agriculture)과 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인 애그플레이션은 '밥상 물가'를 뜻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가 조사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1월에 134.4포인트로 10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2014~2016년 평균을 100으로 나타낸다. 곡물이 23.2%, 설탕이 37.9%, 유지류가 51.4% 오르며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을 차지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의 이유는 수요가 대폭 늘어나면서 식량 수출국의 공급망 불안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는 11월 소비자물가가 작년 동월보다 3.7% 오른 가운데 생활물가와 신선식품, 농축수산물 물가는 각각 5.2%, 6.3%, 6.7% 올랐다. 그 결과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 전망치인 2.3%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
그린(green)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인 그린플레이션도 세계적인 물가 상승에 이바지하는 요인이다. 탄소중립과 같은 친환경 정책이 물가 상승을 유발해 '탄소중립의 역설'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KDB미래전략연구소가 지난 11월 29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으로 전기차 제작에 쓰이는 친환경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대표적으로 올해 3분기 리튬이 약 5배, 마그네슘이 약 4배, 망간이 약 2배로 가격이 올랐다.
중국의 공장 가동률 하락과 세계 각국 물류 병목 현상도 물가 상승에 일조했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미국이 6.2%, 유럽연합이 4.1%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31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물가 전망도 밝지 않다. 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변수다. 오미크론으로 경기 회복세가 주춤하면 경기는 가라앉는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nation) 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악으로 내년 1분기 세계 경제 성장률이 4.5%에서 2%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보고서 '12월 경제동향'에서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국내외에서 방역조치가 강화되고 금융시장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등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웅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