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도 안 걸린 제품 생산, 핵심 인력 빼가서 가능(아이엠텍)” vs “그 정도 기술, 인터넷 검색해도 다 나와(화인세라텍)”
아이엠텍은 제출한 고소장을 통해 “아이엠텍을 퇴사한 김 전 부사장이 아이엠텍이 보유한 MLC 기판 제조기술을 무단 유출했다. 김 전 부사장이 화인세라텍에 입사, 빼낸 기술로 화인세라텍에서 MLC 기판을 제조․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전 부사장은 약 10년간 아이엠텍 세라믹 사업부에 근무했다. 김 전 부사장이 필수적인 MLC기판 제조공정, 작업지침서, 세라믹 배합물 및 조건 등을 회사의 서버 컴퓨터로부터 다운로드해 보관하다가 USB에 저장하거나 본인 이메일로 전송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아이엠텍 측은 이런 기술 유출 정황이 담긴 다운로드 내용을 증거자료로 첨부했다.
피소된 김 전 부사장은 “수사 중인 사건”이라면서 “지금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을 아꼈다. 화인세라텍 이 아무개 대표는 “고소장은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고 일축한 뒤 “그게 어떻게 아이엠텍 기술이냐. 그 기술은 내가 아이엠텍 사장으로 있던 시절, 일본에서 카피해 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아이엠텍이 고소장에서 주장하는 기술은 전부 오픈 기술이다. 독자적인 기술이라면 IP(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가 있어야 할 것 아니냐. 그렇게 중요한 기술이라면 왜 IP를 안 냈냐? 그 회사(아이엠텍)는 내가 만들어서 끌고 왔기에 너무나 잘 안다. 그 부품을 한국에선 도저히 만들 수 없어서 내가 수소문, 일본 가서 배워온 거다. 그들이 주장하는 기술은 일본 특허 기술이다. 우리 것이 아니다. 그리고 현재 그런 정도의 기술은 인터넷 검색만 해도 다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우리를 고소한 아이엠텍 대표이사는 아이엠텍이 생길 당시 존재도 없던 인물”이라면서 “내가 2016년까지 아이엠텍 사장을 했었는데 그 후 아이엠텍은 자본시장 사냥꾼들에게 팔렸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그 후 아이엠텍은 4~5년 동안 대주주가 몇 번 바뀌었는지 모를 정도고 주인이 누군지도 모른다”면서 “횡령 배임으로 자기들끼리 고소․재판하고 직원들 월급도 안 주고, 결국 아이엠텍은 감사 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됐다. 그렇게 망가진 회사”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큰 회사들이 MLC 기판 생산에 차질 생기면 큰일 난다”면서 “우리 고객사들이 내게 ‘이 사장이 옛날에 생산해 봤으니까 이거 빨리 부품 국산화 안 해주면 우린 다시 부품 사러 일본으로 간다. 그러면 결국 20년 전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할 수 없이 화인세라텍이란 회사를 만들었다”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고소는 아이엠텍이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해 시비 건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 건은 우리가 무고로 역공해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압수수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압수수색은 경찰 수사 프로세스다. MLC 기판 생산 사업의 키워드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개발하는 것을 쫓아가야 하고 지속해서 투자가 이어져야 되기 때문에 이렇게 기업 사냥꾼들이 붙어서는 될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해 아이엠텍 측은 “아이엠텍이 김 전 부사장의 영업비밀 침해 및 비밀유지 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 부동산 3억 원 가압류를 법원이 승인했다”면서 “화인세라텍 등 4개사에 대해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채권 중 3억 원에 대한 가압류 건을 법원이 승인, 집행됐다”고 했다. 법원에서도 화인세라텍과 김 전 부사장의 기술 유출 등을 어느 정도 인정했기에 가압류가 받아들여진 것 아니겠느냐는 취지다.
2000년 12월 설립된 아이엠텍은 세라믹 가공과 RF(무선주파수) 기술을 기반으로 카메라모듈, 안테나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아이엠텍 측은 ‘(화인세라텍 이 대표가) 아이엠텍 대표이사로 재직할 당시 자신이 현재 아이엠텍이 보유한 기술을 내가 만든 기술이고 자신이 해외에서 가져온 기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삼성전자 직원이 회사에서 일하면서 얻게 되고 알게 된 기술 관련된 지식을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이다.
아이엠텍에 따르면 주 거래처 다수 관계자들은 ‘화인세라텍과 아이엠텍의 생산품이 동일 제품이라 해도 모를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이엠텍 측은 “유출 논란이 일고 있는 이 기술은 자본만 가지고는 생산해낼 수 없고, 십 수 년의 시간이 걸린다. 아이엠텍만이 가진 기술 전반을 빼내어 그것도 채 1년도 안 걸려 제품을 생산해내는 것은 아이엠텍에서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화인세라텍 이 대표, 김 모 전 부사장이 현재 아이엠텍 핵심인력으로 구성된 기술진들을 빼가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이엠텍 측은 “아이엠텍 핵심 인재들의 이탈 사유로 거론되는 급여 미지급 건은, 지급일이 매월 10일에서 매월 말로 변경하며 빚어졌던 것이다. 2022년 4월 현재까지 급여는 매월 말 정상 지급하고 있다. 법정관리 중에도 단 한 번 지연 및 미지급 사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아이엠텍 측은 “애초에 아이엠텍은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화인세라텍 이 대표와 김 전 부사장이 아이엠텍 재직 당시 특허를 더는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냈고, 상당수 기술특허를 해지 또는 포기했다. 이를 근거로 기술 유출은 2016년 이 대표가 퇴임 후부터 장기간에 걸쳐서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뒤 이루어졌을 것이란 의심도 든다”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