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궁합일수록 볼륨 ‘업’
▲ 영화 <옥보단3D>의 한 장면. |
최근 일본의 한 섹스용품 업체는 남녀 각 100명을 대상으로 섹스 시 신음 소리를 내는지 설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 성관계 시 ‘자주 소리를 낸다’고 답한 여성은 64명이었고, ‘비교적 내는 편’이라고 답한 여성은 28명이었다. 거의 대부분이 소리를 낸 것. 또 90여 명은 남성에게 소리를 내라고 부탁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남성은 절반 정도가 ‘소리를 낸다’고 답했다. 남성 대부분은 상대방 여성에게서 소리를 내달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없었다.
소리는 인간의 감정을 전달한다. 그러므로 성행위로 고양된 기분을 알려주고,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서로 소리를 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신음소리는 성관계 시 신체언어를 일컫는 일종의 ‘섹스 랭귀지’인 셈.
하지만 교성의 역할이 이게 다는 아니다. 일본의 동물학자 하루에 지로 박사는 섹스 시 인간이 신음 소리를 내는 이유는 “몸의 근육을 원활히 쓰게 하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섹스 도중 아무 소리도 안내면 성대가 닫히면서 몸 근육이 굳는다. 특히 여성의 경우 근육이 굳으면 골반 내 자궁과 질을 감싸는 근육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없다.
또 남녀 모두 교성을 내면, 섹스에 몰두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대뇌 가장 바깥에 있는 대뇌신피질은 인간이 부끄러움을 느끼기 시작하면, 대뇌변연계에서 느끼는 성욕을 차단한다. 대뇌변연계는 대뇌 안쪽에 위치해 인간의 감정을 관리하는 기관인데, 대뇌신피질의 지시를 받으면 결국 섹스를 하고 싶다는 본능을 억제한다. 그런데 소리를 내면 대뇌신피질은 ‘수치’란 정보를 더 이상 머릿속에 담아두지 않고, 대뇌변연계가 계속 섹스를 하도록 한다. 그래서 비록 연기일망정 소리를 내고 있으면 섹스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다.
그럼 남성은 왜 여성보다 소리를 덜 내며, 여성에게 소리를 내라고 하는 것일까?
남녀의 뇌가 구조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남녀에게 동일한 말로 자극을 주고 뇌를 조사하면, 남성은 좌뇌에만, 여성은 좌우 뇌에 모두 혈액량이 늘어난다. 비밀은 좌우뇌를 연결하는 신경조직 다발 ‘뇌량(corpus callosum)’. 여성이 남성보다 뇌량이 더 굵다. 그래서 논리적 사고를 관장하는 좌뇌, 감각이나 직감을 관장하는 우뇌가 동시에 정보를 처리한다. 섹스 시 신음 소리로 좌뇌에서 자극을 받으면, 여성은 좌우뇌가 다 처리하기 때문에 남성의 신음을 조금만 들어도 흥분한다. 반면 남성은 좌뇌만으로 자극을 받으므로 더 많은 자극, 즉 잦은 신음소리를 필요로 한다.
일본의 <주간플레이뉴스>는 섹스 시 신음소리의 높낮이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성과학자 이로가와 와타루 씨가 일본 남녀 1만 4000명의 성경험을 듣고 신음소리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쾌감이 클수록 남녀 모두 고성을 내고, 말소리도 높아진다. 즉 궁합이 잘 맞는 파트너일수록 남녀 모두 신음 소리와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섹스 중 상대의 신음소리나 목소리의 높낮이가 일정하면, 상대는 섹스를 즐기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