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도 야채도 생선도 찜찜… ‘먹을 게 없으므니다’
▲ 일본 도쿄의 슈퍼마켓에서 한 남성이 지바현산 시금치를 살펴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이바라키현에서 생산된 시금치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
<주간문춘>은 최근 도쿄에서 판매되고 있는 식품에 대해 자체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충격적 실태가 드러났다. 도쿄 인근 지바현산 식품에 방사성 세슘이 포함되지 않는 게 드물었던 것. 예를 들어 생강, 말린 정어리, 참치, 고구마, 블루베리 등이다. 각 가정이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방사능 측정기를 직접 사서 식품을 일일이 검사하지 않는 이상 수도권에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게 없을 정도라고 한다. <주간문춘>은 이제 일본인이 “방사능 오염 식품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시대가 왔다”고 단언하고 있다.
일본 후생성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원전 사고 이후 점차 방사능 물질 규제치를 넘는 식품 수는 줄었다. 9월 초순 전체 검사 식품 1만 8000개 중 오염된 식품은 3.3%인 600여 개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1, 3호기가 섭씨 100도로 안정화됐다”거나 “연내 원전 반경 20㎞권 내를 제외하고 피난 지역을 해제하겠다”고 밝히며 어떻게든 원전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단 인상을 주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방사능 오염 식품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기에는 역부족이다. 과거 일본 최고라 대접받던 후쿠시마의 특산품 복숭아는 일본 정부의 방사성 물질 규제치를 넘기진 않았지만 예년보다 절반 이상 싼 가격에 거래되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대기나 해수로를 통한 방사능 물질 확산으로 동일본산 식품이 광범위하게 오염된 것으로 드러난 점도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미 4~5월 시금치, 브로콜리 등 야채류에 이어 6월에 까나리, 작은 물고기 등의 어류, 7월 이후에는 빙어, 볼락, 가자미, 메기 등의 어류에서 고농도의 세슘이 확인됐다. 지역별로 살피면 도쿄에서 고추냉이 가나가와현에서 옥수수, 가지, 표고버섯 사이타마현에서 보리, 밀 이바라키현에서 배, 보리, 전복, 광어 미야기현에서 오이, 대구, 은어 등이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두세 차례 ‘세슘 쇠고기’ 파문이 일어났다. 7월 중순 방사능에 오염된 비료를 먹은 후쿠시마산 쇠고기에서 규제치를 넘은 세슘이 발견되자 일본 정부는 출하를 중지시켰다. 하지만 그 이전에 학교 급식이나 신칸센 도시락용 등으로 실상 일본 전역에 유통된 것으로 밝혀졌다. 9월 중순에는 후쿠시마 인근 이와테현 쇠고기에서도 세슘이 검출됐다.
주식인 쌀도 위험하다. 올해 후쿠시마에서 추수한 햅쌀에서는 세슘이 1㎏당 500㏃(베크렐)이나 검출됐다. 일본 정부가 정한 기준치를 두 배 이상 초과한 수치다. 앞으로 후쿠시마산 쌀 판매는 금지될 것으로 보이나 최근에는 후쿠시마산 쌀이 다른 지역 쌀로 둔갑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경제지 <다이아몬드> 보도에 따르면 후쿠시마현의 대형 슈퍼에서는 웬일인지 인근 지역 지자체 직인이 찍힌 쌀 포대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며 포대에는 타지자체 산지나 생산월일, 생산자 주소, 이름, 검인이 찍혀 있다고 한다. <다이아몬드>는 “만약 악질 브로커 등이 이를 이용해서 판매유통을 하면 일반 소비자가 위장한 것을 간파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 경고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9월 9일자로 후생성 식품위생심의회가 내놓은 음식 섭취로 인한 일본인의 피폭량 추정치를 보도했다. 식품섭취량을 감안해 사고 직후부터 6월 말까지 4개월간 식품에 포함된 방사성 요소와 세슘으로 인한 피폭량 평균치는 어른이 0.034, 어린이가 0.065mSv(밀리시버트)라고 한다. 기준치인 연간 5mSv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방사능 오염 음식물 섭취로 인한 내부피폭이 극히 위험한 일인 만큼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아직까지 규제치 이하 방사능 검출 식품이 많아 안전하다고는 하나 개인차가 있는 데다가 장기간 방사능 오염 물질을 섭취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 특히 1~3세 유아나 어린이들이 더욱 위험하다. 몸에 들어간 방사성 물질이 방사선을 계속 내고, 체내 세포 DNA와 재결합하거나 뼈와 장기 등에 축적돼 면역력에 이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후쿠시마 원전 원자로 상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최근 심지어 멜트스루(meltthrough) 가능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는 원자로 내 압력용기 안 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멜트다운(meltdown, 노심용융)보다 더 악화된 것으로 원자로를 관통해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것을 말한다. 만일 멜트스루가 일어났다면 치명적인 지하수 오염을 피할 수 없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방사능 핫스팟을 찾아라
배수로ㆍ배수구 세슘 ‘이빠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200㎞나 떨어진 지바 현 가시와시 등 수도권 지역 일부에서 갑자기 높은 방사선 수치가 나타나고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식품이 연달아 발견되면서 ‘핫스팟’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핫스팟(Hot Spot)’이란 주위에 비해 유독 높은 방사선량이 계측되는 지점이다.
대기 중 방사능 물질은 동심원으로 확산되지 않는다. 즉 사고 원전으로부터 거리가 멀다고 해서 확산 정도가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방사능 물질의 이동이 바람의 방향, 구름의 이동 등 날씨나 지형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에서도 360㎞나 떨어진 시즈오카현에서 각종 식품이 오염된 것도 원전에서 사고가 있던 3월 중순께 방사성 물질을 가득 채운 구름이 바람을 타고 가서 비를 내려 방사능 물질을 지표면에 부착시켰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 동네, 한 집 안에서도 핫스팟은 존재할 수 있다. 일본방사선안전관리학회는 최근 핫스팟 발견법 매뉴얼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빗물 통, 도로가 배수로, 배수구, 맨홀 주위, 건조된 물웅덩이, 녹이 슨 철재, 잘라낸 나무 그루터기, 초목과 이끼 표면, 낙엽이나 흙이 쌓인 곳이 핫스팟이다. 지붕의 올록볼록한 천장 기왓장에도 세슘이 달라붙기 쉽다.
방사능 수치를 줄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지붕이나 처마 등을 청소해 제염작업을 할 때에는 중조와 식초 1대 물 2~3의 비율로 섞어 조금씩 뿌리면서 문지른다. 그밖에 마당이나 정원의 흙은 표토를 5㎝가량 제거하거나 갈아엎으면, 방사능 물질의 수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조]
배수로ㆍ배수구 세슘 ‘이빠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200㎞나 떨어진 지바 현 가시와시 등 수도권 지역 일부에서 갑자기 높은 방사선 수치가 나타나고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식품이 연달아 발견되면서 ‘핫스팟’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핫스팟(Hot Spot)’이란 주위에 비해 유독 높은 방사선량이 계측되는 지점이다.
대기 중 방사능 물질은 동심원으로 확산되지 않는다. 즉 사고 원전으로부터 거리가 멀다고 해서 확산 정도가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방사능 물질의 이동이 바람의 방향, 구름의 이동 등 날씨나 지형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에서도 360㎞나 떨어진 시즈오카현에서 각종 식품이 오염된 것도 원전에서 사고가 있던 3월 중순께 방사성 물질을 가득 채운 구름이 바람을 타고 가서 비를 내려 방사능 물질을 지표면에 부착시켰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 동네, 한 집 안에서도 핫스팟은 존재할 수 있다. 일본방사선안전관리학회는 최근 핫스팟 발견법 매뉴얼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빗물 통, 도로가 배수로, 배수구, 맨홀 주위, 건조된 물웅덩이, 녹이 슨 철재, 잘라낸 나무 그루터기, 초목과 이끼 표면, 낙엽이나 흙이 쌓인 곳이 핫스팟이다. 지붕의 올록볼록한 천장 기왓장에도 세슘이 달라붙기 쉽다.
방사능 수치를 줄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지붕이나 처마 등을 청소해 제염작업을 할 때에는 중조와 식초 1대 물 2~3의 비율로 섞어 조금씩 뿌리면서 문지른다. 그밖에 마당이나 정원의 흙은 표토를 5㎝가량 제거하거나 갈아엎으면, 방사능 물질의 수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