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변두리’서 사랑을 외치다
▲ 영국 런던의 동성애자 클럽 ‘게이’. 동성애자들이 은은한 불빛 아래 전자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다. 정병주 프리랜서 |
“이곳은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동성애자 클럽이야. 나는 오늘이 세 번째 방문인걸.” 클럽 ‘게이’ 안에서 만난 티아고(28)가 말했다. 푸른 불빛이 은은히 비추는 클럽 안에서 전자음악에 맞춰 남성들이 몸을 흔들었다. 맥주와 위스키 잔 등이 춤추는 남성의 가느다란 손 안에서 흔들렸다. 혼자 클럽을 찾은 티아고는 아직 ‘짝’을 만나지 못한 상태다. “오늘 밤에는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났으면 좋겠어. 내일은 일요일 휴일이니 시간도 한가하고.”
티아고는 런던 중부의 유명 미용실에서 미용사로 일하고 있으며 현재 싱글이다. 20대 초반에 중년 남성과 동거했지만 2년 정도 살다 갈라섰다. ‘매너’가 없는 게 이유였다. “고지식한 데다 자기 멋대로였어. 지나치게 남성적이라 같이 살다보니 숨이 막히더군.” 티아고는 14세가 되던 해 자신의 성적 취향이 동성에게 있음을 알았다. 남자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아무리 예쁜 여자를 봐도 무덤덤했다고 말했다.
티아고와 헤어지고 클럽으로 이어진 2층에 갔다. 1층과 다를 바 없는 분위기였지만 한 구석에 넓은 소파 등 앉아서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이 마련돼 있었다. 머리를 옆으로 가지런히 넘긴 남성이 또래 남성 서너 명에 둘러싸인 채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마크(24)는 혼자 소파에 앉아 있었다. 다가가자, 마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같이 온 또래 남성 친구가 있는데 지금 담배 피러 밖에 나갔어요. 절대 애인은 아니고요. 음, 그는 저 말고 (동성) 애인이 있으니 오해는 하지 마세요.”
마크는 10대 초반에 동성애자임을 자각했다. 다니는 중학교의 잘생긴 남성 친구를 보고 자신의 성기가 도드라지게 일어서는 경험을 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말하진 않았다. “가족들도 제가 동성애자임을 추측하겠지만 아직 그들에게 고백하지 않았어요. 용기가 없어요.” 두려운 건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냉소적 시선이라고 마크는 말했다. 더욱이 그는 런던의 한 경찰서에서 민원 상담을 하기도 했다. 완력을 쓰는 일은 아니었지만 경찰서 특유의 살벌한 분위기가 마뜩치 않았다. “경찰서 안에 있다 보면 별의 별 사건들을 다 접해요. 아주 잔인한 사건들을 숱하게 보는데 끔찍해서 견딜 수 없었어요.”
경찰서를 그만둔 그는 현재 직장을 구하고 있다. 외로운 상태다. 남성과 애무까진 여러 차례 경험했지만 성관계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원나이트 등을 하며 쉽게 동정을 잃고 싶지 않다고 마크는 말했다.
젬마(여·30)와 헬렌(여·27)은 동성애자다. 그들은 30~40대로 보이는 남성 두 명과 병맥주를 들고 있었다. 젬마와 헬렌 커플은 영국 북서부 맨체스터 출신으로 이날 휴일을 맞아 런던에 왔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있다. “후회하지 않아요.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젬마의 말이다.
두 여성을 이어준 건 4년 전 한 동성애자 사이트였다. 프로필 등을 보며 채팅했고 며칠 뒤 만났는데 서로 한눈에 반했다. 젬마와 헬렌, 두 여성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프로필 사진보다는 현실이 더 근사했어요.” 그들은 여느 연인처럼 싸우기도 싫증을 내기도 했다. 이제는 그런 단계를 넘어서 서로의 단점을 이해한다. “결혼이란 평생을 함께 한다는 의미인데 저희는 나름대로 신중했어요. 흰머리가 생길 때까지 변치 않게 사랑할 거예요.” 혹시 성관계시 딜도 등을 이용한 삽입이 필요하지 않나 궁금했다. 그러나 그건 편견이었다. “애무나 터치만으로 충분히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어요. 섹스는 육체적 관계이지만 서로 사랑하는 애절한 마음이 우선돼야죠.” 헬렌의 말이다.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런던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유학생 지미추(가명·여·22)에게는 적어도 그렇다. 새벽 1시께, 클럽 게이 정문 앞 거리에서 지미추는 라시디(가명·여·20)와 영국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거리에는 ‘게이’라고 적힌 팔찌를 낀 남성들이 대거 지나가고 있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런던과 달리 게이 클럽이 버젓이 운영된다는 걸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말레이시아에서 동성애란 일종의 불법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2시 무렵, 마감 시간이 임박한 클럽 ‘게이’ 안은 한산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20대의 두 남성이 부둥켜 안고 입맞춤을 했다. 오른쪽 귀에 은색 귀찌를 착용한 크리스(43)는 2층 소파에 혼자 앉아 병맥주를 들고 있었다. 자신을 노동자라고 밝힌 그는 자신의 명의로 집 한 채를 소유하고 있다. 원나이트에 성공한 상대와 마음껏 즐기기에 좋은 공간을 확보한 셈이다. “원나이트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눈빛이다. 매너나 돈 보다 한눈에 상대를 사로잡아야 한다.”
그는 원나이트에 성공한 남성과 한 침대에서 ‘남성’ 역할을 한다. “여성 역할도 하지만 내 취향은 삽입 쪽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성관계에 들어가면 남성 역할과 여성 역할이 자연스레 나뉜다. 그것은 남성이 여성과 성관계시 자세를 바꾸는 것과 비슷하다”고 크리스는 말했다. 크리스는 병 맥주를 모두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승환 영국 통신원 world@ilyo.co.kr
영국 동성간 결혼 합법화 추진 논란
분위기는 익는데 편견은 그대로
영국 사회에서 동성 간 ‘결혼(marriage)’이 합법화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영국 보수당-자유민주당 연립정부 중 소수파인 자유민주당은 지난달 자유민주당 연설회에서 다음 총선이 있는 2015년 이전에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영국은 지난 2005년 12월 동성애 커플에게 유산, 세금, 연금 등에서 일반 부부와 마찬가지로 동등한 권리를 부여했지만 동성 간에는 ‘결혼(Marriage)’이란 표현을 쓰지 못하고 대신 ‘결합(un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동성 간 결혼은 완전히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영국 평등 담당 린 피더스톤 차관은 자유민주당 연설회에서 “간단하게 말해 불공평하다”며 “사회 각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2015년 전에는 동성 간 결혼이 입법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립 정부 중 다수파인 보수당 내부에 반발이 예상되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동성 결혼에 지지한다는 입장이라 동성 간 ‘허니문’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동성애를 죄악으로 여기는 영국 성공회도 최근 동성 결혼에 대해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사회적 편견이다. 지난 10월 3일 런던 남동부에서 만난 조 스티븐스(28)는 “동성애자 친구가 하나도 없다. 친분을 쌓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신을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이라고 밝힌 그는 “동성애자를 이해하려 해도 마음 속 한구석에서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동성 간 결혼이 합법화돼도 동성애자는 소수자로 남을 것 같다”고 전했다. [환]
분위기는 익는데 편견은 그대로
영국 사회에서 동성 간 ‘결혼(marriage)’이 합법화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영국 보수당-자유민주당 연립정부 중 소수파인 자유민주당은 지난달 자유민주당 연설회에서 다음 총선이 있는 2015년 이전에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영국은 지난 2005년 12월 동성애 커플에게 유산, 세금, 연금 등에서 일반 부부와 마찬가지로 동등한 권리를 부여했지만 동성 간에는 ‘결혼(Marriage)’이란 표현을 쓰지 못하고 대신 ‘결합(un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동성 간 결혼은 완전히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영국 평등 담당 린 피더스톤 차관은 자유민주당 연설회에서 “간단하게 말해 불공평하다”며 “사회 각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2015년 전에는 동성 간 결혼이 입법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립 정부 중 다수파인 보수당 내부에 반발이 예상되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동성 결혼에 지지한다는 입장이라 동성 간 ‘허니문’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동성애를 죄악으로 여기는 영국 성공회도 최근 동성 결혼에 대해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사회적 편견이다. 지난 10월 3일 런던 남동부에서 만난 조 스티븐스(28)는 “동성애자 친구가 하나도 없다. 친분을 쌓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신을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이라고 밝힌 그는 “동성애자를 이해하려 해도 마음 속 한구석에서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동성 간 결혼이 합법화돼도 동성애자는 소수자로 남을 것 같다”고 전했다.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