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은행강도 이승만·이정학, 신당역 살인 전주환 등…계곡 살인 이은해·조현수 ‘지명수배’로 신상 드러나
#집에 피해자 어머니 있음에도 흉기 휘둘러…조현진
2022년 1월 19일 충남경찰청은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살인 혐의로 구속된 조현진(27)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조현진은 1월 12일 오후 9시 40분 즈음 천안시 서북구 성정동 소재의 한 다세대주택 화장실에서 전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뒤 도주했다가 검거돼 구속됐다.
미리 흉기를 준비하고 이별을 통보한 전 여자친구를 찾아간 조현진은 전날 고향에서 딸을 보기 위해 올라온 피해자의 어머니가 집에 있자 “어머니가 있으니 화장실에서 얘기하자”며 피해자를 화장실로 데려갔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문을 잠근 뒤 흉기로 복부 등을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비명을 듣고 피해자 어머니가 화장실 문을 두드리자, 조현진은 어머니를 밀치고 나와 도주했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범행 장소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피해자 집에서 1km 정도 떨어진 원룸에 있던 조현진을 체포했다.
2022년 4월 4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제1형사부는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조현진에 대해 징역 23년과 보호관찰명령 5년을 선고했다. 이에 조현진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는데 검찰 역시 같은 이유로 항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조현진은 거듭 우발적 범행이라며 감형을 주장했다. 반성문도 수차례 제출했지만 자신의 불우한 처지와 피해 여성을 탓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9월 27일 대전고법 제3형사부(재판장 정재오)는 항소심에서 조현진에게 1심 판결보다 무거운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15년 동안 위치추적전자장치부착을 명령했다. 징역형이 7년 늘었고, 1심에서 기각했던 위치추적부착명령도 받아들였다. 결국 조현진은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고 검찰도 상고하지 않으면서 징역 30년과 위치추적전자장치 15년 부착 명령이 확정됐다.
#대전 은행 권총강도사건 7553일 만의 쾌거…이승만·이정학
2022년 8월 30일 대전경찰청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는 21년 전 발생한 대전 국민은행 권총강도사건의 피의자 이승만(52)과 이정학(51)의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대전 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은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 무렵 발생했다. 복면을 한 2인조 강도가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둔산지점 지하주차장에서 현금을 옮기던 김 아무개 현금출납 과장에게 실탄 2발을 쏜 뒤 3억 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승용차를 타고 도주했고 김 과장은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2인조 강도가 사용한 승용차는 도난 차량으로 사건 현장에서 300m가량 떨어진 빌딩 주차장에서 발견됐지만 지문 등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경찰은 용의자 2명의 몽타주 및 인상착의, 범죄 이용차량과 현금수송 가방 사진 등이 담긴 수배전단 10만여 장을 제작해 대전 주요 지역에서 배포했고 현상금까지 걸었다. 사건 발생 이후 1년 동안 목격자와 전과자 등 5321명, 차량 9276대, 통신기록 18만 2378건 등을 조사했으며 2만 9260곳을 탐문 수사했지만 허사였다.
애초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2016년 12월이었지만 2015년 7월 24일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일명 태완이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2017년 10월 범행에 쓰인 차량 내부에 있던 마스크에서 유전자(DNA)가 검출됐고 다른 현장 유류물인 손수건에서도 동일한 유전자가 검출됐다. 꾸준히 발전한 경찰의 유전자 증폭기법으로 2001년에는 불가능했던 유전자 검출이 17년 만에 가능해졌다. 그리고 2015년 충북 소재의 한 불법게임장 현장 유류물인 담배꽁초에서 검출된 유전자와 동일한 유전자로 확인됐다.
이후 경찰은 해당 불법게임장에 드나든 종업원과 손님 등 무려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5년 동안 수사를 진행해 2022년 3월 비로소 불법게임장 담배꽁초에서 검출된 유전자의 주인을 찾았는데 그 장본인이 바로 이정학이다. 보강수사에 돌입해 이정학이 범인이라는 증거를 5개월가량 수집하고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경찰은 8월 25일 대전에서 이정학을 검거했다. 이정학의 진술로 밝혀진 공범 이승만도 강원 정선에서 긴급체포했다. 사건 발생 7553일 만의 쾌거다.
이후 또 하나의 미제 사건이었던 ‘은행동 밀라노21 현금수송차량 절도사건’도 해결됐다. 이정학이 유전자 검사로 체포된 뒤 검거된 이승만은 수사 초기 범행을 부인했지만 결국 자신이 주범임을 시인한다. 이후 “2003년 대전 중구 은행동 밀라노21 현금수송차량 절도사건도 내가 했다”고 진술했다.
이승만과 이정학에 대한 1심 재판은 현재 대전지법 형사12부(나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 중이다.
#스토킹 혐의 선고공판 하루 전 살인 ‘신당역 살인사건’…전주환
2022년 9월 19일에는 서울경찰청이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통해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31)의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전주환은 9월 14일 저녁 9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역무원 A 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현장에서 체포됐다. 전주환과 피해자 A 씨는 2018년 서울교통공사에 함께 입사하며 알게 된 사이로 2019년 11월부터 전주환의 스토킹이 시작됐다. 300차례가 넘는 전화와 메시지로 만남을 요구하더니 2021년 하반기부터 ‘A 씨 관련 영상을 유출하겠다’는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2021년 10월 A 씨는 전주환을 자신의 모습을 몰래 촬영한 혐의(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로 고소했고, 다음 날 경찰이 전주환을 긴급체포했지만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렇지만 경찰이 서울교통공사에 수사 개시를 통보하면서 전주환은 10월 13일 직위해제됐다. 이후에도 스토킹이 지속돼 A 씨는 2022년 1월 27일 전주환을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다시 경찰에 고소했다. 이번에는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9월 14일 전주환은 A 씨가 신당역에서 근무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흉기와 샤워캡까지 준비해 저녁 8시 무렵 신당역에 도착해 여자 화장실 인근에서 기다리다 A 씨가 화장실 순회 점검을 위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자 따라 들어가 흉기로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전주환은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됐고 A 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된 뒤 약 2시간 반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더욱이 이날은 A 씨가 고소한 두 사건을 병합해 진행 중이던 재판의 선고공판 하루 전이었다.
전주환은 9월 29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및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8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과 40시간의 성범죄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받았다. 이는 A 씨가 생전에 고소한 두 건의 사건에 대한 재판 1심 판결이다. 전주환과 검찰이 모두 항소해 이 사건은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와는 별개로 전주환은 A 씨를 살인한 것과 관련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 살인 혐의에 대한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박정길·박정제·박사랑) 심리로 진행 중이다. 1월 1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전주환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살인·살인미수·보험사기 뒤엉킨 ‘계곡 살인사건’…이은해 조현수
2022년 4월 16일 낮 12시 25분쯤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살인과 살인미수 등 혐의로 이은해(31)와 조현수(30)를 체포했다.
이들이 받는 혐의는 살인과 2건의 살인 미수 그리고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미수 등 모두 4건이다. 검찰은 이들이 2019년 6월 30일 이은해의 남편 윤 아무개 씨의 보험금 8억 원을 수령할 목적으로 수영을 할 줄 모르는 피해자를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기초 장비 없이 뛰어내리게 한 뒤 구조하지 않는 방법으로 살해했다며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또한 2월과 5월에는 윤 씨에게 복어 피가 섞인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에 빠뜨려 살해하려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도 추가됐다. 이은해는 사건 종결 한 달 뒤 보험회사에 윤 씨의 생명보험금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했는데 이 부분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미수 혐의가 됐다. 이들은 사망 사건 이후 2년여 동안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아오다 2021년 12월 1차 검찰 조사 직후 도주해 잠적했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경찰이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열어 신상정보를 결정한 사례는 아니다. 대신 검찰이 이들을 지명수배하면서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2020년 10월 방송한 ‘그날의 마지막 다이빙-가평계곡 익사 사건 미스터리’ 편을 통해 이 사건이 화제가 되면서 온라인에서는 이미 이은해의 신상이 회자되기도 했다. 2002년 3월 방영된 MBC ‘일요일일요일밤에-러브하우스’에 초등학교 6학년 당시의 이은해가 장애를 가진 부모님과 함께 출연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져 화제가 됐다. 공식적인 수사기관이 신상정보를 공개한 게 아닌 네티즌들의 신상털이였는데 검찰 1차 조사 직후 도주해 잠적하면서 지명수배자로 신상이 공개됐다.
2022년 10월 27일 인천지법 형사15부는 살인,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은해와 조현수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또한 형 집행 종료 후 각각 20년간 위치추적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사건 초기부터 계곡 살인을 작위에 의한 살인(직접 살인)으로 봐야 할지, 부작위에 의한 살인(간접 살인)으로 봐야 하는지가 논란이었다. 1심 재판부는 이은해가 가스라이팅을 통해 수영을 할 줄 모르는 남편 윤 씨를 계곡으로 뛰어들게 만들었다는 작위에 의한 살인(직접 살인)은 무죄로 봤지만 피해자가 물속으로 뛰어내린 뒤 제대로 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간접 살인)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검찰은 직접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이은해와 조현수도 항소했다. 항소심은 서울고법 형사6-1부(부장판사 원종찬·정총령·강경표)에서 진행 중이다. 또한 인천지방검찰청이 이은해를 구속기소하면서 이은해가 낳은 딸을 피해자 윤 씨의 양자로 입양한 것은 무효라며 제기한 소송도 수원가정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택시기사·전 동거녀 살인사건’ 이기영
2022년 12월 29일에는 경기북부경찰청이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동거 중이던 여자친구, 접촉사고를 낸 택시기사를 잇달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은닉 등)로 구속된 이기영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이기영은 12월 20일 밤 11시 무렵 경기도 고양시의 한 도로에서 음주 상태 도중 택시와 접촉사고를 냈다. 음주운전 혐의로 실형을 살고 나온 이기영은 음주운전을 신고하지 않으면 수리비는 물론이고 합의금까지 많이 주겠다고 택시기사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뒤 둔기로 살해했다. 시신을 옷장에 숨겨 두었다가 여자친구가 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체포됐다. 게다가 이기영은 자신이 살해한 택시기사의 신용카드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대출까지 받았다.
더욱 놀라운 부분은 이기영이 거주 중이던 집의 주인이 실종 상태였다는 것인데 이기영과 집 주인은 동거 중이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기영은 2022년 8월 초 파주 아파트에서 전 동거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이번에도 이기영은 자신이 살해한 전 동거여성의 신용카드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대출까지 받았다.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이기영에게 강도살인 및 살인, 사체유기, 사체은닉, 절도, 사기,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송치했다. 현재 이기영이 유기한 전 동거녀의 시신을 찾는 등 추가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