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퍼드 들롱의 ‘20세기 경제사:우리는 유토피아로 가고 있는가’ 국내 출간
‘20세기 경제사’는 20세기의 성공과 실패를 경제적 맥락에서 살펴본다. 특히 세계가 유례없는 물질적 풍요를 바탕으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어떤 시스템을 개발하고 시도했는지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지난 세기와 같은 재앙을 피하고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저자인 브래드퍼드 들롱은 미 캘리포니아대학교 경제학 교수다.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이 학교에서 강의했다. 경제의 거시적 측면 그리고 자본시장 및 화폐금융 영역에 초점을 맞춰 20세기 역사를 연구하고 있다.
저자는 스스로를 “신자유주의 주변의 경제학자”라고 말한다. 실제로 클린턴 행정부의 재무부 차관보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앞장서 시행했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스스로의 입장에 대한 평가와 반성이라고 할 수도 있다.
수많은 쟁점과 깨알 같은 디테일을 담고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 가운데 하나다. 저자는 역사의 필연적이고 구조적인 흐름을 설명하면서도 여러 곳에서 ‘개인’ 역할과 우연적 요인을 상기시킨다.
파시즘과 현실사회주의가 좌우의 정치적 스펙트럼 문제라기보다 말굽의 편자와 같은 형상일 수도 있다든지, 극단적인 시장지상주의자가 파시즘을 지지하던 사례도 등장시킨다. 최근 제기되는 탈성장에 대한 입장도 짐작할 수 있다.
이외에도 중국 근대화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리훙장이 신경쓰던 카이핑 탄광을 홀라당 벗겨 먹은 허버트 후버, 괴팍한 성격의 니콜라 테스라, 철도망과 전신망 건설에 불만을 토로하던 중산층 백인 남성 헨리 소로, 가족과 함께 방문한 뉴욕을 ‘미래가 만들어지고 있는 용광로’라고 칭한 볼셰비키 혁명의 주역 트로츠키, 사회주의자에서 파시스트로 전향한 무솔리니, 뉴욕에 금융가인 외할아버지를 둔 윈스턴 스펜서 처칠 등 흥미진진한 인물들도 등장한다.
자신의 박사과정 학생에게 “너가 보내준 연구계획서에 노벨상을 받을 만큼 뛰어난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저자의 독설과 위트도 이 책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21세기 자본’ 저자 토마 피케티는 “들롱은 1870년 이후 경제성장이 어떻게 오늘날 공정성에 대한 그 누구의 생각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글로벌 경제를 만들어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유쾌하고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며 “경제 정의와 모두에게 더 평등한 권리와 기회를 향한 긴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평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