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개입 악의 축 몰리자 ‘방어 차원’ 분석…이준석 “검찰이 수사 의향 있으면 증언할 것”
#‘이준석 폭로’ 그 끝은?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재보궐 선거 공천은 ‘명태균 게이트’ 시발점이다. 11월 15일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공천을 대가로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됐다. 검찰은 명 씨 영장청구서에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윤석열) 대통령 후보 부부와 친밀한 관계라고 주장하고 주변에 이를 과시하며 김영선 전 의원의 2022년 6월 재보궐 선거 공천을 도와주고 그 대가로 정치자금 7600만여 원을 받았다”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선 언급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제보자 강혜경 씨 증언과 여러 녹취록 등을 바탕으로 윤 대통령 부부가 재보궐 선거 공천 과정에 개입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강 씨는 명태균 씨가 윤 대통령에게 지난 대선 당시 81차례에 걸쳐 3억 75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했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재보궐 선거 공천을 받았다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증언했다. 강 씨는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으로 일했고,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 및 보좌관을 지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은 일파만파 번질 조짐이다. 그 중심엔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자리 잡고 있다. 11월 14일 이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공천 시기에 내게 활발하게 소통한 기록을 다 확인해 봤다. 어느 도당위원장이 ‘이준석이 말을 안 듣는다’고 대통령에게 읍소해서 (윤 대통령이) 나한테 ‘특정 시장을 공천 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며 “서울에 어떤 구청장 공천을 ‘지금 있는 사람들이 경쟁력 없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게 좋지 않냐’는 말한 것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이 안철수 분당갑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도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SBS에 “윤 대통령이 ‘안철수 의원에 단수 공천을 줘야 하지 않나’라는 취지로 물어서 나는 ‘경선이라도 해야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며 “당시 국민의힘 전략은 안 의원을 인천 계양을에 보내는 것이었다. 윤 대통령이 경기지사에 유승민 전 의원을 제치고 김은혜 의원을 넣으며 시작된 일”이라고 했다.
이준석 의원은 윤 대통령이 서울 강서구청장과 포항시장 공천에도 개입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11월 15일 이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포항시장 후보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 보도와 관련해서 입을 열었다. 그는 “윤석열 당선인이 (나에게) 역정을 내면서 공천에 대해 말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다”며 “추가적으로 들어보니, 특정 인사가 김 여사와 가깝다는 이유로 포항 바닥에서 본인이 공천을 받을 거라고 하고 다닌다는 정보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준석 의원은 포항시장 후보 공천 과정에서 당시 국민의힘 경북도당 위원장이었던 김정재 의원이 김건희 여사를 내세워 포항시장인 이강덕 예비후보를 ‘컷오프’(공천 배제) 하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자 김 여사를 직접 만났다고 했다. 2022년 4월 22일 포항시장 경선 대상에서 지지율 1위였던 이강덕 포항시장은 컷오프에 즉각 불복하면서 재심을 청구했다.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다음날 곧바로 경북도당 공관위의 결정을 뒤집고 중앙당 차원에서 경선을 결정하며 재심을 받아들였다.
이 의원은 강서구청장 공천에 대해선 “(윤 대통령에게) ‘강서구 당협위원장 셋이 (김태우 공천에) 다 반대하는데 이렇게 가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며 “그러자 윤 대통령이 ‘이러면 민주당 돕는 일 아닙니까’라며 그 사람들은 안 된다. 김태우를 공천해야 된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포항은 당협위원장·도당위원장 말 들어서 공천하라고 하고, 강서구는 ‘그 사람들 이상하니 민주당 좋은 일 하면 안 된다’고 김태우를 (공천)하라고 했다. 원칙이 아니라 되는 대로 말하는구나, 사람을 보고 인별로 구체적으로 개입하는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11월 15일 친윤계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생뚱맞게 갑자기 왜 김영선 얘기에선 발을 빼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이준석 대표에게 그런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되돌아보면 답은 명약관화해진다”고 반박했다. 그동안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일제히 당시 당대표였던 이준석 의원에게 경남 창원의창 재보궐 선거 공천 관련 책임을 돌려왔다.
이철규 의원은 ‘포항시장 공천 관련해 이준석 의원과 김 여사가 만났다’는 보도에 대해선 “그분들은 정치를 하면서 왜 끊임없이 괴담을 만들어내느냐”며 “포항시장 선거 과정의 진행 상황을 나도 잘 알지만, 전혀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전 구청장은 당시 문재인 정부 하에서 특별감찰관 활동을 하면서 조국 민정수석과 권력 핵심부의 불법을 세상에 알린 사람 중 하나다. 경선에서 김 전 구청장이 공천받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준석 의원과 진실 공방을 벌였다. 11월 19일 안 의원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분당갑에 출마하라고 압력을 받았다. 이준석 그 당시 전 대표가 빨리 결심하라 이렇게 저한테 압력을 가하는 그런 메시지를 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11월 21일 이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저는 단일화도 반대했던 사람이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가라고 압박할 정도로 제가 간절했다? 분당갑은 죄송하지만, 그 당시 상황에서 굉장한 우세 지역구다. 우세 지역구에 누가 제발 나가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는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 수사 확대가 관건
정가에선 명태균 씨 법률대리인 김소연 변호사가 이준석 의원의 입을 열게 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김 변호사는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을 두고 연일 이 의원을 겨냥했다. 11월 19일 이준석 의원은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변호인 중에 하나가 돌출 행동을 보이면서 골대 방향으로 골을 몰고 가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골을 먹히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11월 18일 조응천 개혁신당 총괄특보단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준석 의원 폭로에 대해 “나 건들지 말라”라는 신호라며 “(김소연 변호사 선임이) 이준석 죽이기, 용산 옹호 뭐 그런 듯한. 이 선임의 뒷배가 용산이 아니냐 이런 생각을 했을 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으로선) ‘비록 2022년 봄 바지사장이었지만 그래도 많이 알고 있다, 자꾸 이러면 누가 손해인지 잘 생각해 보라’(고 나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11월 12일 김소연 변호사는 SNS에 ‘명태균 씨가 국민의힘 지도부에 보낸 문자를 검찰이 확보했다’는 “뉴스 속 지도부는 이준석”이라며 “본인(이준석)이 당대표여서 가장 빨리 공천 결과를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는데, 굳이 하루 전 새벽에 메시지를 보내 결국 명 씨로 하여금 대통령에게 연락하게 하고 녹음까지 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참으로 의문이다. (이 메시지를 본) 당시 김영선 예비후보 캠프에 있던 명 씨가 그날 오전 10시쯤 대통령과 통화를 해서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이준석은 악의 축”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가 언급한 통화는 민주당이 윤 대통령 공천 개입 의혹의 증거로 공개했다. 2022년 5월 9일 윤 대통령은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그렇게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이에 명 씨는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11월 19일 김소연 변호사는 명태균 씨 변호인단에서 사임했으나, 이준석 의원은 멈추지 않고 있다. 11월 20일 이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 대통령 부부가 2022년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통해 공천에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2022년 지방선거 당시 포항시장, 강서구청장 등을 포함해 8가지 정도 부적절한 일이 있었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전해진다.
11월 21일 이준석 의원은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부적절한 일 8가지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 물어보면 얘기하겠죠”라면서도 “검찰이 지금 이 상황에서 대통령을 수사할 수 있느냐 저는 약간 그게 의문이거든요. 만약에 검찰이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에 대한 수사를 할 의향이 있다 그러면 이런 정보를 제공하는 게 당연히 인지상정이겠지만 수사를 그쪽으로 갈 생각이 없다 그러면 오히려 정보만 주는 거잖아요. 오히려 그렇게 했을 때는 혹시라도 그런 정보가 대통령 측으로 유출되면 방어 논리만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결국 검찰이 윤 대통령 부부로까지 수사 대상을 확대할지가 관건이다. 검찰은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 씨에게 건넨 500만 원 돈봉투 △3억 7500만 원 상당의 무상 여론조사 △창원 제2국가산단 선정 개입 의혹 등에 대해서 수사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 의지를 기대하는 것은 사막에서 물을 찾는 격”이라며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